한지후의 일기 17: 5월 셋째 일요일 오전 8시 10분, 광장시장 동문 — 일요일 영업 노포 다섯과 사라진 동전노래방 둘

나는 일요일 아침 8시 10분 광장시장 동문에 섰다. 평일과 주말의 광장시장은 다른 시장이고, 일요일 아침의 광장시장은 또 다른 얼굴이다. 셔터 내린 점포 사이로 노포 다섯이 문을 열고 있었고, 모퉁이에 있던 동전노래방 두 곳이 사라졌다.

일요일 아침 8시 10분, 동문 셔터 앞에서

5월 17일, 셋째 일요일이다. 종로4가역 4번 출구로 올라와 광장시장 동문 쪽으로 걸으면 정확히 6분이 걸린다. 동문 입구의 빨간 간판은 어제 토요일 밤에 본 것과 같은 자리, 같은 글자였지만 셔터 너머가 달랐다. 일요일 오전의 광장시장은 절반 이상이 잠겨 있다. 천장의 노란 비닐 차양이 햇빛을 부드럽게 깎아 통로에 떨어뜨리는데, 그 빛이 닫힌 셔터 위에서 멈춰 버린다. 통로의 폭은 좁은 곳이 1.6미터, 넓은 곳이 2.2미터쯤. 평일에는 사람 어깨가 부딪히는 길이 지금은 비어 있다.

빈대떡 골목: 일요일 영업 다섯 점포

광장시장 빈대떡 골목은 동문에서 안쪽으로 30보쯤 들어간 자리에 있다. 평일 점심에 줄이 서는 가게가 일곱 곳, 토요일 오후에 줄이 서는 가게는 아홉 곳이라고 들었다. 일요일 오전 8시 10분에 문을 연 가게는 다섯 곳이었다. 셋은 이미 녹두를 갈고 있었고, 둘은 기름을 두른 철판 앞에서 막 시동을 거는 참이었다. 가장 안쪽 가게의 사장님은 1980년대부터 같은 자리에서 굽고 있다고 작년에 한 번 말해 줬는데, 오늘도 같은 앞치마, 같은 위치였다. 빈대떡 한 장에 5,000원, 막걸리 한 주전자에 6,000원. 가격은 일 년 만에 1,000원이 올랐다.

마약김밥과 육회골목 — 같은 시간 다른 풍경

마약김밥 코너는 빈대떡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12미터쯤 꺾으면 나온다. 일요일 오전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오늘은 두 가게가 셔터를 반쯤 올린 채 김밥을 말고 있었다. 한 줄 2,500원, 세 줄 7,000원. 일요일 아침에 들르는 손님은 대개 카메라를 든 일본인 둘과 한국인 노부부 한 쌍 정도였다. 그 반대 방향, 육회골목은 닫혀 있었다. 육회는 점심 직전 11시쯤 시작한다. 골목 입구의 빨간 글씨 간판 일곱 개가 모두 정면을 향해 정렬되어 있었고, 그중 두 개는 글자가 절반쯤 색이 빠져 있었다.

사라진 동전노래방 두 곳

지난 가을에 광장시장 동문 쪽 출구로 나오면서 본 동전노래방 두 곳이 오늘 보이지 않았다. 한 곳은 자리에 부동산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셔터 위에 페인트 자국만 남아 있었다. 광장시장 안쪽이 아닌 동문 바깥쪽 길가에 있던 작은 가게들이다. 둘 다 한 곡 500원, 두 곡 1,000원의 입간판을 길에 내놓았던 곳이고, 평일 저녁이면 노래 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동전노래방은 코로나 이후 서울 도심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종로5가까지 200미터 안에서 작년만 해도 다섯 군데였는데, 오늘 세어 보니 두 군데만 남았다.

일요일 시장의 손님: 외국인 셋과 노부부 한 쌍

8시 30분쯤 셔터를 올린 가게가 두 곳 더 늘었고, 그 사이에 손님이 들어왔다. 카메라를 멘 외국인 셋, 동대문 쪽에서 산책 나온 듯한 60대 노부부 한 쌍, 그리고 가게 사장님의 손녀로 보이는 일곱 살쯤 된 아이 하나. 통로의 폭과 천장 높이, 셔터의 색깔이 평일과 같아도 사람의 밀도가 달라지면 시장은 다른 장소가 된다. 평일 정오의 광장시장이 사람 어깨가 부딪히는 식당이라면, 일요일 오전의 광장시장은 천장이 들리고 통로가 늘어난 박물관 같았다.

결론 — 일요일에만 보이는 결

일요일 오전의 광장시장은 평일의 광장시장과 다른 결을 가진다. 가게의 절반이 닫혀 있어서 보이지 않던 천장 구조, 셔터의 색, 통로의 폭, 사라진 노포의 자리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빈대떡 골목의 다섯 가게, 동문 쪽에서 사라진 동전노래방 두 곳, 마약김밥의 반쯤 올린 셔터, 닫혀 있는 육회골목, 8시 30분에 도착한 외국인 손님 셋. 이 다섯 가지가 오늘 내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풍경이다. 다음 일요일에도 같은 시간에 다시 와서 셔터의 수와 손님의 수를 세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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