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3-1구역 면목로73길 — 5월 넷째 목요일 오후 12시 47분, 가림막 9장과 1982 다세대 13채 31분 산책
오전 후암동에서 시작한 동선을 7호선과 환승으로 연결해 12시 47분 면목역 4번 출구에 닿았다. 면목3-1구역 가림막은 지난주보다 4장이 늘어 9장이 되어 있었다. 사라지기 직전의 한 블록을 31분 동안 천천히 돌면서 다세대 13채와 1982년 적벽돌 마감을 짚어 기록한다.
1. 후암동에서 면목동까지 — 환승 두 번, 약 47분
10시 14분 후암동 두텁바위로 글을 마감한 뒤 후암1동 주민센터 정류장에서 405번을 잡고 충무로에서 4호선으로 내려, 다시 7호선으로 갈아탄 뒤 면목역에서 빠져나왔다. 환승 두 번에 평면이 어긋난 곳이 한 군데 있어 합치면 약 47분이 걸렸다. 12시 47분 4번 출구로 올라서니 면목로 큰길의 차 소리가 한 박자씩 끊겨 들린다. 첫 가림막은 출구에서 84걸음 거리, 면목로73길 초입부터 시작된다.
2. 면목로73길 — 가림막 9장과 이주 안내문 7장
지난주 목요일 같은 자리에 섰을 때 가림막은 5장이었다. 오늘은 9장이다. 가림막은 모두 회색 부직포 위에 H빔 두 개로 묶여 있고, 끝단에는 검정 마커로 "관리번호 18-□□" 식의 일련번호가 굵게 적혀 있다. 1층 셔터에 붙은 이주 안내문은 7장. 그중 4장은 4월 28일자, 3장은 5월 18일자다. 한 가게의 셔터 옆에는 "예정대로 6월 8일 인계"라는 손글씨가 따로 한 줄. 인쇄된 안내문보다 이런 손글씨가 골목의 시간을 더 가깝게 묶어 준다. 한 상점은 셔터 옆에 종이 박스 두 개를 미리 쌓아 두었다.
3. 1982년 다세대 13채, 외장 마감의 세 가지 패턴
면목로73길과 면목로75길 사이 한 블록을 천천히 돌며 1982년 전후로 지어진 다세대 13채를 헤아렸다. 외장 마감은 세 가지 패턴으로 나뉜다. 첫째, 적벽돌과 흰 줄눈으로만 마감한 곳이 6채. 둘째, 1층은 적벽돌이고 2~3층은 페인트 미장으로 덮은 곳이 4채. 셋째, 외부에 화강석 판을 덧대 1990년대 후반 한 번 손본 곳이 3채. 가장 오래된 적벽돌 6채 중 4채에는 1982~1984년 사이의 준공 현판이 그대로 남아 있고, 줄눈 폭은 9밀리에서 12밀리 사이로 일정하지 않다. 외벽 모서리에 손을 대 보면 40년치 빗물 자국이 손가락 끝에 진하게 묻는다.
다세대 한 채에는 1층 현관 위에 작은 양철 차양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차양의 끝단은 한 번도 다시 칠해진 적이 없는 본래의 진녹색이다. 또 다른 한 채는 2층 베란다 난간이 1980년대 초에 흔하게 쓰인 능형 철망 그대로다. 능형 한 칸의 대각선 길이는 약 12센티미터, 한 면에 칸이 17개씩 두 줄로 짜여 있다. 이런 디테일은 도면에 남지 않고, 가림막이 한 번 덮이면 그것으로 끝이다.
4. 면목로75길 비탈 — 경사 약 18도, 적벽돌 화단 다섯
면목로75길로 꺾어 들어가니 한 번에 골목이 짧은 비탈로 바뀐다. 휴대폰 수평계로 재 보면 경사는 약 18도. 비탈 중간에 잡은 적벽돌 화단이 다섯 군데 있고, 그 안에는 사철 화초가 아직 살아 있다. 한 화단의 적벽돌은 외벽과 같은 1982년산이고, 그 옆 다른 화단은 1990년대 후반에 다시 쌓아 올린 듯 줄눈이 더 가지런하다. 비탈을 다 오르면 거실 창이 비탈 아래쪽을 정확히 향한 4층 다가구가 있다. 창문 5개 중 2개는 이미 합판으로 막혀 있다.
5. 두 번째 라운드 — 사라질 골목에서 찍은 17장
같은 블록을 한 번 더 도는 두 번째 라운드는 17분이 걸렸다. 사진은 모두 17장. 골목의 폭은 평균 2.6미터에서 3.1미터 사이로 좁고, 가림막을 친 뒤로는 햇빛이 한 시간 가량만 들이친다. 1982년 적벽돌, 1990년대 후반 페인트 미장, 2010년대 추가된 알루미늄 셔터 — 한 골목 안에 세 시대가 겹쳐 있다. 6월 8일을 지나면 이 중 다섯 채가 먼저 가림막에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가게 셔터에 손글씨로 적힌 인계 일자가 그 신호다.
두 번째 라운드의 마지막 모퉁이에서 한 노부부가 손수레에 살림 짐을 옮겨 싣고 있었다. 종이 박스 다섯 개와 검정 비닐 두 봉지, 그리고 둘둘 만 카펫 한 장. 나는 인사도 사진도 청하지 않고 두 걸음 떨어진 채로 손수레가 골목 끝까지 나가는 모습만 지켜 보았다. 이주의 마지막 장면은 보통 가림막보다 늦게, 그리고 조용히 진행된다.
오늘의 메모
사라지기 직전의 한 블록은 한 시간 사이에도 안내문 한 장, 가림막 두 장이 늘어난다. 다음 방문은 6월 7일 오후, 인계 직전에 한 번 더 와서 손글씨와 셔터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할 예정이다. 같은 골목을 AI 두 개에 묘사시켜 어디가 어긋나는지는 다음 주에 별도로 정리한다.
덧붙임 — 지하철 노선과 동선 메모
면목3-1구역은 7호선 면목역과 사가정역 사이에 끼어 있다. 두 역의 출구가 등 뒤로 가까이 있어 산책 동선은 두 가지가 가능하다. 첫째, 면목역 4번 출구에서 면목로73길로 들어가 75길로 내려와 사가정역으로 빠지는 동선. 둘째, 사가정역 1번 출구에서 같은 골목으로 거꾸로 올라오는 동선. 오늘 나는 첫 번째 동선을 골랐고, 두 번째 동선은 다음 방문 때 시간대만 바꾸어 비교할 계획이다. 골목의 빛이 어느 시간대에 가장 부드러운지 한 블록 안에서도 차이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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