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일요일 오전 11시 18분, 익선동 9-12 사진 한 장을 AI 세 곳에 같이 보냈다 — 1934년인가 1962년인가

오전 11시 18분, 익선동 9-12 골목에서 30분 걸은 뒤 찍은 사진 한 장을 세 AI 모델에 같이 보냈다. 답은 셋 다 달랐다. AI를 도구로 쓰는 법, 그리고 도구가 닿지 못하는 자리에 대해 적는다.

오전 11시 18분, 익선동 9-12 골목 입구의 그늘

5월 넷째 일요일, 익선동 9-12 일대를 30분 걸었다. 종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 익선동길로 접어들면, 오전 11시쯤부터 햇볕이 골목 입구 처마에 비스듬히 걸리고, 안쪽 한옥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그늘이 깊어진다. 골목 폭은 약 2.4m. 처마와 처마 사이가 어깨너비 정도여서, 손을 양옆으로 펴면 양쪽 기와에 거의 닿는다. 처마 끝에서 측정한 그림자 길이는 약 1.1m, 시각은 오전 11시 18분, 햇볕 각도로 환산하면 태양 고도 67도쯤.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처마 선 두 가닥, 그 사이로 깊은 그림자 한 줄, 그리고 골목 바닥 콘크리트의 균열 한 줄. 이 사진을 그대로 AI 세 곳에 같이 던지기로 한 건, 오늘 아침 노트북 화면을 켜기 전에 정한 일이었다. 그늘 안쪽 기온은 섭씨 19도쯤, 햇볕 바깥은 24도쯤. 4도쯤 차이가 한옥 골목의 단면을 만든다.

모델 A — 처마를 1962년식으로 본다

같은 사진을 세 AI 챗봇에 같이 던졌다. 모델 A는 "사진 속 한옥은 1960년대 초반, 아마 1962년 전후 신축된 건물로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근거는 처마 끝 곡선이 너무 깔끔하다는 것. 그런데 익선동 9-12 일대의 한옥들은 1934년부터 1936년 사이에 정세권이 분양한 도시형 한옥이다. 처마가 깔끔한 이유는 신축이 아니라, 1990년대 이후 카페로 개조하며 한차례 갈아낸 결과다. AI는 시간의 켜를 한 번에 보지 못했다. 사진 한 장 안에 있는 1934년의 골조와 2018년의 보수 흔적을 따로 떼어 보는 일은 아직 도구의 일이 아니다. 도구는 시각 데이터의 표면만 본다. 그 아래 90년치의 손이 다녀간 자국을 도구가 모르는 게 당연하다.

모델 B — 일본 가와라와 한식 기와를 헷갈린다

모델 B는 "사진 속 기와는 일본식 가와라(瓦)로 추정됩니다"라고 답했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기와의 양끝이 살짝 들려 있고, 끝부분에 둥근 와당(瓦當)이 보인다. 이건 한식 암막새다. 일본 가와라는 평평하고, 끝이 들리지 않는다. 모델 B는 사진의 해상도가 낮은 부분에서 패턴 인식을 멈추고, "곡선이 있으면 한국, 평평하면 일본"이라는 기본 분류를 거꾸로 적용했다. 실제로 걸어서 가까이 보면 와당의 두께가 약 2cm, 그 위에 청태(靑苔)가 살짝 끼어 있다. 손가락 끝으로 닿아 보면 차갑고 거칠다. 이 촉감은 사진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AI가 가장 약한 자리는 결국 촉각과 그늘의 온도 같은, 사진 바깥의 정보가 답을 가르는 자리다.

모델 C — 양식은 맞췄지만 연도가 30년 어긋난다

모델 C는 "1930년대 후반 도시형 한옥, 정세권 분양 가능성 있음"이라고 답했다. 양식은 정확하다. 그런데 곧이어 "1965년경 보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익선동의 보수 기록은 내가 종로구청 자료실에서 본 바로는 1972년, 1989년, 그리고 2014년 카페 거리 지정 이후다. 모델 C는 양식 인식까지는 학습 데이터로 닿았지만, 보수 시점이라는 더 좁은 정보는 가까운 연도에 그냥 끼워 맞췄다. 흥미로운 건, 모델 C가 "확실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을 답변 끝에 한 번 붙였다는 점이다. 세 모델 중 자기 한계를 살짝이라도 표시한 건 모델 C뿐이었다. 도구의 신뢰도는 정확도보다 자기 불확실성을 어디까지 드러내느냐로 갈리는 것 같다.

AI는 가설을 만든다, 답을 만들지 않는다

세 모델의 답을 옆에 두고 다시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모델 A가 틀린 자리에서 나는 처마의 깔끔함이 신축이 아니라 보수의 흔적임을 본다. 모델 B가 멈춘 자리에서 나는 와당 위 청태의 두께를 손가락 끝으로 가늠한다. 모델 C가 끼워 맞춘 보수 연도 옆에 나는 종로구청 자료의 1972년이라는 숫자를 적어 둔다. AI는 가설을 다섯 개쯤 던져 주고, 그 가설 중 어느 것을 버리고 어느 것을 더 파고들지 결정하는 일은 결국 내 발이 한다. 발이 닿은 자리에 메모가 쌓이고, 메모가 쌓인 자리에 다음 가설을 다시 AI에 보낼 만한 질문이 생긴다. 가령 "이 골목의 콘크리트 균열 패턴은 1990년대 이전인가 이후인가" 같은 질문은, 사진만으로는 답이 안 나오니까 처음부터 AI에게 보내지 않는다.

도구의 위치를 매번 다시 정한다

세 모델을 비교하다 보면, 답의 정확도보다 더 중요한 게 보인다. 같은 골목, 같은 사진, 같은 질문에도 AI는 매번 조금씩 다른 답을 낸다. 같은 모델에 두 번 물어도 답이 갈린다. 그래서 나는 AI 답을 받자마자 캡처해서 메모와 함께 둔다. 한 달 뒤, 같은 사진을 다시 보내면 같은 모델이 다른 답을 낼 가능성이 크다. 도구의 답이 바뀌는 속도와 골목 자체가 바뀌는 속도, 그 둘 사이의 시차를 기록하는 일이 요즘 내가 자주 하는 일이 됐다.

결론 메모

오전 11시 48분, 익선동 9-12 골목 안쪽 한옥 카페 처마 아래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AI 답변 세 개를 한 화면에 띄워 놓고 그 옆에 사진 한 장과 내 메모를 두니, 비로소 1934년이라는 연도가 또렷해진다. 도구는 그 정도 거리에서 가장 유용하다.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안 된다. 다음 주말에는 같은 사진을 같은 세 모델에 다시 던질 생각이다. 한 달 사이 학습 데이터가 바뀌면 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차이를 기록하는 일도 결국 발로 한 번 더 익선동을 걷는 일과 짝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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