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일요일 오후 4시 20분, 중계본동 104번지 백사마을에서 — 마지막 달동네에 남은 빨간 우편함 다섯 개

5월 3일 일요일, 오후 4시 20분에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일대를 걸었다. 흔히 "백사마을"이라 불리는 곳이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달동네 중 하나로 꼽히고,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길이 사라지기 전에 우편함부터 적어두고 싶었다.

등마을4단지 정류장에서 시작

7호선 중계역 4번 출구에서 1142번 마을버스를 타면 약 13분 만에 등마을4단지 입구 정류장에 닿는다. 거기서 동쪽으로 불암산 자락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마을 입구다. 정류장 옆 간판은 빛이 바래서 흰색에 가깝게 변했고, 글자 끝의 페인트가 비늘처럼 일어나 있었다. 오늘처럼 바람이 약한 날에는 그 비늘이 꽤 오래 버틴다. 입구에는 "주거환경개선지구 — 공사 안내" 현수막이 두 장 걸려 있었다. 한 장은 4월 하순 날짜였고, 한 장은 5월 1일자였다. 두 장 모두 모서리 끈이 풀려서 끝자락이 살짝 늘어져 있었다.

골목의 폭과 경사

골목으로 들어서면 처음 50미터쯤은 폭이 약 2.4미터, 두 사람이 어깨를 겨우 비키며 지날 만하다. 경사는 100미터당 약 9~11도쯤으로 느껴졌다. 무릎으로 받는 느낌이 분명히 있다. 30미터쯤 더 올라가면 골목 폭이 1.5미터로 좁아지는 구간이 있고, 거기서 시멘트 계단 일곱 단이 짧게 끼어든다. 계단 한 단의 높이는 18센티미터쯤, 폭은 80센티미터쯤. 손바닥을 벽에 대고 올랐다. 벽은 시멘트 위에 페인트를 덧칠한 자국이 있었는데, 가장 바깥쪽 칠은 오래된 연두색이었고 그 밑은 회색, 그 아래는 본래의 시멘트 회벽이었다. 어쩐지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였다.

빨간 우편함 다섯 개

오늘 적어두고 싶었던 건 골목의 빨간 우편함이다. 모두 다섯 개를 셌다. 첫 번째 우편함은 입구에서 80미터쯤 들어간 지점, 시멘트 담장에 못 두 개로 박혀 있었다. 빨간 페인트 위에 흰 글씨로 "104-37"이라 쓰여 있었지만 글씨의 끝이 흘러내려 "104-31"처럼도 보였다. 안에는 광고 전단 한 장이 반쯤 꺾인 채 꽂혀 있었다. 두 번째는 110미터 지점, 푸른색 대문 옆에 비스듬히 달려 있었다. 번호는 "104-58". 뚜껑의 경첩이 한쪽만 남아서 뚜껑이 살짝 열린 채로 멈춰 있었다.

세 번째 우편함은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간 막다른 집 앞에서 만났다. 번호는 "104-72"였고, 옆에 작은 손글씨로 "비 오는 날엔 위에 비닐을 덮어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글씨는 검은 매직, 약간 떨리는 필체였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우편함은 같은 라인에 나란히 붙어 있었다. 한쪽은 번호가 지워졌고, 한쪽은 "104-86"이었다. 두 우편함 사이의 거리는 약 1.2미터. 한 사람이 아침마다 두 통을 동시에 비울 수 있는 거리다.

빨간색은 다섯 개가 다 같은 빨강이 아니었다. 세월에 따라 일부는 거의 주황에 가까웠고, 일부는 이미 갈색에 가까웠다. 그 색의 층이 마을의 시간 같았다.

사라질 풍경, 남는 디테일

골목 중간쯤에서 공사 가림막이 시작됐다. 가림막 너머로 굴착기 소음이 나지막하게 들렸지만, 오늘은 일요일이라 작업이 멈춰 있었다. 가림막에는 조감도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새 아파트는 약 20층, 단지 안에 작은 광장과 보행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조감도의 광장 위치는 지금 내가 지나온 빨간 우편함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쯤이다. 보행로는 지금의 골목과 거의 평행하지만, 폭은 6미터로 표기되어 있었다. 2.4미터에서 6미터로. 사람 두 어깨가 다섯 어깨로 늘어나는 거리. 광장이 들어선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우편함의 빨강이 여기에 어떻게 남을지는 적어두지 않으면 모를 것 같았다.

가림막 옆 시멘트 담장에 누군가 검은 매직으로 작은 화살표와 함께 "어머니댁 방향 →"이라고 써둔 글씨를 보았다. 화살표는 이미 가림막에 가려진 골목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화살표가 이주가 끝난 집인지, 아직 사람이 사는 집을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류장으로 돌아오는 길

골목을 한 시간쯤 걷고 다시 등마을4단지 입구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4시 20분에 시작한 산책이 5시 22분에 끝났다. 햇빛은 불암산 능선 뒤로 살짝 비켜서서, 골목 동쪽 벽에 노란빛을 길게 칠하고 있었다. 정류장 벤치 옆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 손녀로 보이는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작은 인형을 함께 보고 있었다. 두 분의 신발은 모두 갈색 운동화였다. 갈색 운동화 두 쌍의 왼쪽 발끝이 정확히 같은 각도로 바깥을 향해 있었다. 같은 길을 오래 걸어온 사람들의 발끝이라고, 나는 멋대로 짐작했다.

오늘 다섯 개의 빨간 우편함을 적어두었다. 다음번에 왔을 때 몇 개가 남아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적어두면 사라지더라도 아주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마을 입구의 바랜 간판을 보며 생각했다.

— 한지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