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수요일 오전, 길음시장에서 정릉시장까지 — 800m 골목과 1985 셔터
길음뉴타운 아파트 단지 뒤편으로 들어가면, 정릉3동의 옛 골목이 그대로 남아 있다. 5월 첫 수요일 오전, 길음시장에서 정릉시장 쪽으로 걸어 본 800m 남짓의 길에서, 나는 셔터 내린 가게 다섯과 1985년 준공 명판이 붙은 슬래브 빌라 한 동을 보았다. 사라지는 것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길음역 4번 출구, 오전 9시 50분
나는 4호선 길음역 4번 출구로 나왔다. 햇빛은 동쪽에서 비스듬히 들어오고, 길은 정릉천변 쪽으로 완만하게 내려간다. 출구 앞 횡단보도를 건너 우측으로 50미터쯤 걸으면, 길음뉴타운 8단지의 회색 아파트 외벽이 끝나고 그 너머로 단층과 2층짜리 옛 상가들이 줄지어 있는 길음시장 입구가 나온다. 길은 폭 6m쯤. 차 한 대와 사람 둘이 동시에 지나가기엔 빠듯한 정도다. 시장 입구 위에는 빨간 글씨로 길음시장이라고 적힌 아치가 걸려 있고, 페인트는 한쪽이 살짝 벗겨져 있다.
길음시장 입구 — 셔터 내린 떡집과 새 무인편의점
오전 10시 12분, 시장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시장의 중앙 통로는 약 100m. 통로를 따라 좌우로 가게가 마주 보고 있다. 셔터를 내린 가게는 다섯이었다. 입구 쪽 떡집(셔터에 푸른 페인트로 가게 이름이 흐릿하게 적혀 있다), 그 옆 양품점, 안쪽으로 들어가서 분식집, 신발 가게, 그리고 가장 끝의 작은 미곡상. 미곡상은 셔터 위에 종이로 임대 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 있고, 종이는 햇빛에 약간 누렇게 변해 있었다. 반대로 새로 들어온 가게도 둘 보였다. 무인편의점 한 곳, 무인사진관 한 곳. 무인사진관 외벽은 분홍색이고 안에는 LED 조명이 깜빡이고 있었다.
정릉천 길음3교, 다리 위에서 본 슬래브 빌라 다섯
시장을 통과해 정릉천 쪽으로 나가면 작은 다리가 하나 있다. 길음3교라고 표지가 붙어 있고, 다리 폭은 약 8m, 길이 25m쯤이다. 다리 위에 서서 정릉 쪽 비탈을 보면, 베이지색과 옅은 회색 타일을 바른 4~5층 슬래브 빌라가 다섯 채쯤 보인다. 외벽 타일은 30cm 정사각형. 2층 베란다는 거의 모두 알루미늄 새시로 막혀 있다. 그 중 한 동은 외벽 아래쪽에 1985년 11월 준공이라는 작은 명판이 붙어 있었다. 명판 글자는 음각으로 깊이 0.5mm쯤. 41년이 지나도 글자는 또렷했다.
정릉시장 입구 — 1985라고 적힌 페인트 글씨
다리를 건너 정릉시장 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시장의 입구는 길음시장보다 좁고, 폭이 4m쯤. 입구 첫 번째 가게는 정육점이었는데, 셔터가 내려 있었고, 셔터 위 노란 타원 간판에 흰 페인트로 "1985 정육 ㅇㅇ상회"라고 적혀 있었다. 페인트 두께는 손톱으로 그어 보면 1mm가 채 안 될 정도. 글자체는 1980년대 동네 가게에서 흔히 쓰던 두꺼운 명조에 가까웠다. 41년 전 누군가가 이 페인트를 직접 발랐을 것이다. 그 사람은 지금 이 가게에 있는지 없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골목 안 빌라 한 동, 명패 일곱 중 둘만 새 이름
정릉시장 안쪽 골목으로 50m쯤 더 들어가면, 4층짜리 빌라 한 동이 골목 끝에 서 있다. 1층 입구에는 일곱 세대의 우편함이 알루미늄 격자로 붙어 있었고, 그 위쪽 명패에는 일곱 중 둘만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한 칸은 검은 매직으로 이ㅇㅇ이라 적혀 있고, 다른 한 칸은 종이에 박ㅇㅇ이라 프린트해 테이프로 붙여 둔 것이었다. 나머지 다섯 칸은 비어 있거나, 이름표를 떼어낸 자국이 옅은 사각형으로 남아 있었다. 우편함 아래로 광고 전단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날짜를 보니 4월 18일자.
결론 메모 — 다음 주에도 다시 와봐야 할 길
길음뉴타운이 들어서면서 길음동의 풍경은 거의 다 바뀌었다. 그러나 정릉3동 쪽으로 한 블록만 더 들어가면, 1980년대의 시간이 여전히 골목 단위로 남아 있다. 셔터를 내린 가게 다섯과 명패 둘만 남은 빌라 한 동은, 다음에 다시 왔을 때도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이 글을 적어 두는 것은 그래서다. 사라지는 속도가 도시의 속도라면, 적어두는 속도는 내 산책의 속도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와봐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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