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한 시, 내가 일 년 동안 앉던 카페가 다음 달에 문을 닫는다 — 한지후의 일기 04
일 년 동안 같은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글을 썼다. 사장님이 다음 달에 이 자리를 정리한다고 말한 날, 나는 내가 그 공간에서 받아온 것들을 다시 세어봤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문장을 가장 조용하게 이해한 오후였다.
일요일 오후 한 시, 나는 연남동 동교로25길 초입의 그 카페 문을 또 밀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거의 매주 일요일 점심 즈음 같은 자리에 앉았다. 창가 2인 테이블, 등받이가 낮은 원목 의자, 앞에는 작은 책장과 플라스틱 화분 하나. 오늘도 똑같이 라떼 한 잔을 시켰고, 사장님은 잔을 건네며 가볍게 말했다. "한지후 씨, 다음 달에 이 자리 정리해요. 건물주가 바뀌었거든요."
나는 방금 전까지 이 문장을 쓰려고 노트북을 열어둔 상태였고, 그래서 그 말은 내 머릿속에서 한 박자 늦게 내려앉았다.
일요일 한 시, 나는 같은 자리에 앉았다
나는 혼자 작업하는 편이라 집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낸다. 책상이 있어도 오래 앉으면 어딘가 갇힌 기분이 든다. 일 년쯤 전, 친구가 추천해준 이 카페의 창가 자리에 처음 앉은 날 이후로 일요일 점심은 거의 예외 없이 이 자리로 정해졌다. 통창 너머로 경의선숲길이 45도쯤 비껴 보이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해가 그 창을 정확히 통과한다. 빛이 내 노트북 액정에 튕겨, 어느 시점마다 화면 각도를 15도쯤 기울이게 만들었다. 그 귀찮음조차 어느 순간부터는 자리에 앉았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그랬다. 바깥 기온은 12도와 14도 사이, 살짝 바람, 창틀에 앉은 참새 한 마리, 왼쪽 옆 테이블에는 40대쯤 된 여자분이 책을 읽었고, 오른쪽 옆 테이블은 비어 있었다. 라떼 한 잔에 5,500원. 나는 잔을 받아 내 자리에 놓고 노트북을 열었다. 전원 버튼을 누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나는 이 공간이 여전히 여기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믿고 있었다.
사장님이 "다음 달에 정리해요" 라고 말했다
사장님은 40대 초반의 남자분이다. 말수가 많지 않고, 카운터 뒤에 앉아 대개 책을 읽거나 작은 수첩에 뭔가를 적는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길게 내 쪽을 바라보고는, 라떼를 건네며 한 문장을 덧붙였다. "건물주가 5월 말까지 비워달라고 해서요. 이 자리엔 아마 프랜차이즈가 들어올 것 같아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 정도의 음을 냈다. 더 묻지 않았다. 사장님도 더 설명하지 않았다. 카운터 뒤로 다시 돌아가 커피머신의 분쇄도를 조절했다. 원두를 갈 때 나는 낮고 둔탁한 소리가 가게 안에 한 번, 두 번, 세 번 겹쳐 들렸다. 나는 문득 이 소리를 일 년 동안 몇 번이나 들어왔던가를 셌다. 대략 주 1회, 한 번의 방문에 열 번쯤 갈았다 치면 500회쯤. 내 귀는 이 가게의 500번 남짓한 원두 분쇄음을 기억한 채로 여기서 떠나게 되는 셈이다.
내가 이 자리에서 일 년 동안 쓴 것
노트북 안에 있는 글 폴더를 열어봤다. 이 자리에서 쓴 글만 세어봐도 71개였다. 블로그 초고 48개, 일기 15개, 기획안 초안 8개. 그중 실제로 공개된 건 절반쯤이고, 나머지는 여전히 초고 상태로 다시 꺼내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 자리를 '초고를 풀어놓는 자리'로 써온 셈이다. 집 책상은 마감할 때, 이 자리는 처음 써내려갈 때. 그 구분이 생긴 이후로 확실히 글을 시작하는 일이 덜 두려워졌다.
가장 또렷하게 기억나는 날은 작년 10월의 어느 일요일이다. 오후 한 시에 들어왔는데 자리가 없었고, 30분쯤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그날 나는 "성수1가 공장 두 채가 카페로 바뀌는 풍경"을 처음 끝까지 썼다. 손이 차가웠고, 창가 자리가 비자마자 달려가 앉았고, 라떼 한 잔 값으로 두 시간 반을 썼다. 그 초고는 이후 편집만 이틀이 더 걸렸지만, 시작 지점은 여기였다.
같은 동교로, 지난 8개월 사이에 없어진 가게 네 곳
돌아오는 길에 의식적으로 동교로25길을 한 번 더 걸었다.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이 250m 남짓한 구간에서 사라진 가게를 세어봤다. 간판과 블라인드를 보고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네 곳이 바뀌었다. 하나는 14년 된 분식집이 포케 가게가 됐고, 하나는 작은 독립서점이 셔터를 내렸으며, 하나는 동네 세탁소 자리가 공유 오피스 입구로 바뀌었다. 마지막 한 곳은 간판만 남고 내부는 비어 있었다. 내가 매주 이 길을 걸었는데도, 네 곳 중 두 곳은 사라진 사실조차 한 달 넘어 알았다. 도시가 사라지는 속도는 내가 기록을 시작하는 속도보다 언제나 조금 빠르다.
사라지는 공간을 기록한다는 것에 대하여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이 블로그의 원칙이다. 그 문장을 운영 노트 첫 줄에 적어 뒀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건 대체로 재개발 현장이나 오래된 건물 같은 '큰 장면'을 가리키는 줄 알았다. 오늘 내가 다시 이해한 건, 그 문장의 가장 조용한 버전이 바로 이런 일이라는 것이다. 일 년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게 해준 작은 창가 자리. 사장님의 낮은 목소리. 라떼 한 잔에 5,500원이라는 작고 고른 가격. 이런 것들도 모두 한 번씩은 끝난다.
나는 이 가게의 주소, 창의 방향, 내가 앉았던 자리 번호, 라떼의 온도(마시기 좋은 62도쯤), 사장님이 좋아한다고 했던 원두 이름(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정도는 남겨둘 생각이다. 이 중 얼마가 의미 있는 기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문장도 안 적어 놓은 채로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이 자리에서 한 문장을 더 썼다
노트북을 닫기 전에 나는 메모장 맨 위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일요일 오후 한 시, 이 자리는 앞으로 여섯 번 남았다." 5월 말이라고 했으니, 나에게 남은 일요일 점심은 대략 여섯 번이다. 여섯 번 동안 나는 이 자리에서 또 몇 개의 초고를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그중 하나는 이 글의 확장판이 될지도 모른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사장님께 짧게 인사했다. 다음 주에도 오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좋은 커피 고맙습니다" 한마디만 했다. 사장님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문을 밀고 나오는데 오후의 햇빛이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어깨에 닿았다. 나는 경의선숲길 쪽으로 방향을 잡고, 오늘은 평소보다 30초쯤 더 천천히 걷기로 했다.
사라진다는 건 늘 큰 장면이 아니다. 일 년에 500번쯤 들었던 원두 분쇄음이 앞으로 스무 번만 더 들린다는 사실 같은 것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은, 지금 앉아서 한 문장을 더 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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