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1시, 한남동 우사단로에서 — 20대 남자 여섯이 입은 4월 말 셔츠와 바람막이

나는 일요일 오후 1시쯤 한남동 우사단로 일대를 느릿하게 걸었다. 4월 말의 햇살은 셔츠 한 겹으로는 살짝 부족하고, 바람막이 한 겹으로는 살짝 더운 어중간한 온도였다. 골목의 체감 온도는 햇살 아래 19도, 그늘 안 16도쯤. 같은 골목에서 마주친 20대 남자 여섯의 옷차림을 그 자리에서 메모해 둔다. 사진은 찍지 않았고, 골목 모퉁이의 화단 턱에 앉아 손바닥 크기 수첩에만 적었다.

우사단로 초입, 라이트 그레이 셔츠와 풀린 단추 하나

첫 번째 사람은 우사단로 초입, 작은 빵집 앞에 서 있었다. 라이트 그레이 옥스퍼드 셔츠를 입었고, 위에서부터 두 번째 단추까지 풀려 있었다. 셔츠 안에는 흰 라운드 티가 한 겹 더 보였다. 바지는 베이지 와이드 치노, 밑단은 신발 등 위에 한 번 접혀 떨어졌다. 신발은 뉴발란스 회색 530. 키는 178cm쯤 되어 보였고 어깨가 좁고 긴 체형이었다.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이른 봄에 통하던 두꺼운 셔츠 두 겹은 이제 한 겹으로 줄어 있었다. 시간은 정확히 12시 58분, 그의 그림자는 발 끝 앞으로 한 뼘 정도 짧게 떨어졌다.

카페 앞 계단, 인디고 데님 자켓 위 흰 라운드 티

두 번째 사람은 작은 카페의 외부 계단에 앉아 있었다. 진한 인디고 데님 자켓 안에 흰 라운드 티 한 장. 자켓 어깨 위로는 잔주름이 일정하게 잡혀 있어 새 옷이 아니라 한두 시즌 입어 길든 옷처럼 보였다. 청바지는 같은 톤의 인디고이지만 무릎 위쪽이 한 톤 더 밝게 바랬다. 컨버스 척테일러 검정 로우. 자켓 단추를 다 풀어 둔 채 손은 주머니에 꽂았다. 4월 말의 햇살이 데님의 짙은 인디고를 살짝 바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셔츠보다 자켓 한 겹을 고른 사람도 골목 안 절반쯤 있었다. 그가 컵을 든 손등 위에 햇살이 짧게 머물렀다.

식당 간판 앞, 카키 바람막이와 검은 캡

세 번째 사람은 우사단로의 작은 식당 간판 아래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키 나일론 바람막이, 안에 흰 헨리넥. 검은 슬랙스는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길이로 줄여 입었다. 검은 캡과 검은 어글리 스니커즈. 바람막이 지퍼는 가슴 중간까지 올려 두었고 그 위로 한 줄기 봄바람이 옷을 부풀렸다. 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 화면 모서리에 햇살이 한 번 튕겨 나갔다.

골목 끝 코너, 베이지 카디건과 화이트 슬랙스

네 번째 사람은 골목 끝 코너에서 마주쳤다. 베이지 코튼 카디건 안에 흰 라운드 티, 그리고 화이트 슬랙스. 신발은 흰색 아디다스 삼바. 카디건은 단추를 모두 풀고 어깨 라인을 살짝 흘려 두었다. 4월 말 햇살에 가장 잘 어울리는 톤 조합이었다. 그가 지나간 골목에는 베이지와 흰색의 잔상이 잠깐 남았다. 시간 1시 12분.

카페 테라스, 검정 셔츠 단추 하나만 풀어 둔 사람

다섯 번째 사람은 골목 안쪽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검정 옥스퍼드 셔츠를 끝까지 잠그고 맨 위 단추 하나만 풀어 두었다. 와이드 진한 데님과 닥터마틴 1460. 안경테는 메탈 골드. 그는 책 한 권을 무릎 위에 펼쳐 두었지만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햇살이 책장 위에 한 번 멈춰 섰다. 시간 1시 25분, 테라스 온도는 체감 섭씨 19도쯤.

우사단로 끝자락, 짧은 네이비 자켓과 베이지 캡

여섯 번째 사람은 우사단로 끝자락, 큰길로 빠지는 모퉁이에서 보았다. 짧게 떨어지는 네이비 코튼 자켓 안에 베이지 헨리넥 한 장. 베이지 캡과 화이트 컨버스 척테일러 하이. 청바지는 연한 워시드 인디고. 자켓 길이가 허리 밑 5cm쯤에서 끊어져 있어, 와이드 청바지의 통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가 모퉁이를 돌 때 옷자락이 한 번 들렸다.

결론 — 4월 말 한남동 옷차림 메모 세 줄

셔츠 한 겹은 살짝 춥고, 자켓 한 겹은 살짝 더웠다. 흰 티와 베이지, 그리고 인디고 데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풀린 단추 하나, 걷어 올린 소매 한 번이 4월 말의 시그널이었다. 나는 다음 주 같은 골목을 다시 걸어 보기로 했다. 한 주만 지나도 셔츠와 자켓 사이의 비율이 한 번 더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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