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1시 50분, 성북동 1가 한양도성 아래 골목에서 — 시멘트 담장 일곱과 새로 올라간 빌라 세 동을 세다
토요일 오후 1시 50분, 나는 성북동 1가 한양도성 아래 단독주택 골목을 걸었다. 시멘트 담장 일곱 곳과 갓 올라간 빌라 세 동을 세었다. 도성 성벽이 햇볕에 누렇게 빛나는 동안, 그 아래 골목은 하루씩 다르게 사라지는 중이었다. 도시는 이렇게 위와 아래로 다른 속도를 산다.
혜화역 1번 출구에서 7분, 동소문로23길 입구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성북02번 마을버스를 탔다. 한진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내려 한양도성 둘레길 4코스 표지판을 따라 도성 안쪽으로 100m. 보통은 도성 위 산책로로 올라가지만, 오늘은 도성 바로 아래로 갈라지는 좁은 골목, 동소문로23길로 꺾어 들어갔다. 길에 들어선 시각은 1시 53분. 골목 폭은 어른 두 명이 어깨를 비스듬히 해야 지나가는 1.6m쯤이었다.
시멘트 담장 일곱 — 1970년대의 잔재
골목 첫 200m에서 시멘트 담장 일곱 곳을 셀 수 있었다. 회반죽이 거칠게 발려 표면이 곰보처럼 패여 있었고, 담장 윗부분에는 깨진 유리병 조각을 박아 둔 흔적도 남아 있었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 단독주택 골목의 대표 풍경이다. 담장 너머 마당에는 아직 빨랫줄이 걸려 있었고, 회색 시멘트 화분 안에는 봄동이 자라고 있었다. 한 집은 대문 위에 1979년이라 새겨진 문패 명패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47년 된 단독주택이 골목 한가운데에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새로 올라간 빌라 세 동의 어긋난 처마
골목 중간쯤, 시멘트 담장 사이로 갓 준공된 빌라 세 동이 끼어 있었다. 회벽이 아직 산뜻한 흰색이었고, 4층 옥상에는 검은 알루미늄 난간이 걸려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처마 높이의 어긋남이다. 옆 단독주택 처마가 약 4.5m였는데, 신축 빌라의 4층 옥상은 12m가 넘어 보였다. 시선이 위로 올라갈 때마다 골목이 더 좁아지는 느낌. 한 빌라 1층에는 "분양 문의" 현수막이 펄럭였고, 입주 시점은 2026년 7월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곱 채 단독을 헐고 빌라 세 동이 들어선 자리. 하나가 사라질 때 셋이 늘어나는 셈법이다.
지구단위계획 주민설명회를 앞둔 골목
골목 끝 가로등에 노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성북1구역 지구단위계획 주민설명회 — 4월 30일 오후 7시, 성북문화원 2층." 종이 가장자리는 햇볕에 살짝 누레져 있었다. 이 일대가 정식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단독주택 대부분이 헐리고 5~6층 빌라나 아파트로 묶여 올라간다. 동소문로23길은 한양도성 둘레길에서 도보 4분 거리라 입지가 좋고, 1990년대 후반 이후 큰 변화가 없던 골목이라 그만큼 변화 속도가 더 가파르게 느껴졌다. 4월 30일 그 자리에는 이 골목 어르신 몇 분이 모여 앉을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가게 두 곳
골목 안쪽 ㄱ자 모서리에 작은 슈퍼가 하나 있었다. 간판은 "성북상회". 알루미늄 새시 미닫이문에 OB맥주 옛 로고 스티커가 누렇게 붙어 있었다. 안에는 종이 박스에 담긴 라면, 캔커피 냉장고 한 대. 주인 어르신은 1973년부터 이 자리라고 했다. 옆 칸에는 "수선집 해주"라는 한 평짜리 가게. 박음질 위주로 33년째라고 했다. 운동화 박음질 5천 원, 굽갈이 1만 2천 원이라는 가격표가 누런 코팅지 위에 매직으로 적혀 있었다. 두 가게 모두 재개발이 되면 자리를 잃는다.
오후 2시 35분, 골목을 빠져나오며
골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왕복하니 42분이 걸렸다. 시멘트 담장 일곱, 새 빌라 세 동, 옛 가게 두 곳, 지구단위계획 안내문 한 장. 다섯 가지를 휴대폰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다음에 다시 올 땐 새 빌라가 몇 동 더 늘어 있을 것이고, 시멘트 담장은 몇 곳이 사라져 있을 것이다. 그 차이를 세는 것이 내가 도시를 읽는 방식이다.
결론 메모
성북동 1가는 서촌·북촌과 닮은 듯 다른 골목이다. 도성 둘레길 인지도가 높아진 2020년대 들어 변화 속도가 가팔라졌고, 4월 30일 주민설명회 단계까지 왔다. 한 달 뒤, 두 달 뒤 같은 골목을 다시 걸어 본다. 사라지는 것은 시멘트 담장의 깨진 유리병이고, 들어서는 것은 흰 회벽 4층 빌라다. 둘 다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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