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11시, 종로3가 익선동 입구에서 본 4월 말 남자 옷차림 10벌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익선동 한옥마을 입구까지의 짧은 골목을 30분간 지켜봤다. 4월 말의 어정쩡한 햇볕 아래, 출퇴근도 점심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대에 골목을 통과한 20·30대 남자 10명의 옷을 메모했다. 셔츠 한 장과 카디건, 코듀로이가 같은 줄에 서 있었다.
11시 02분, 종로3가 6번 출구에서 익선동 입구까지
나는 11시 02분에 종로3가역 6번 출구로 빠져나왔다. 햇빛은 분명히 봄이었지만, 종묘 쪽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목 뒤를 한 번씩 식혀줬다. 기상앱은 19도라고 말했고, 그늘에서는 16도쯤으로 느껴졌다. 6번 출구에서 익선동 한옥마을 입구까지는 도보로 4분이 걸리는 짧은 동선이지만, 이 골목은 출근도 끝나고 점심도 시작되지 않은 어정쩡한 시간대에 의외로 사람이 많이 지나간다. 카페로 들어가는 사람,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하고 캐리어를 끄는 사람, 운현궁 쪽에서 산책 나온 사람이 섞여 있었다. 나는 골목 입구의 화단 옆 벽돌 턱에 기대서서 30분간 20·30대로 보이는 남자 10명의 옷차림을 메모했다.
셔츠 한 장으로 통과한 3명 — 단추를 잠근 위치가 달랐다
가장 먼저 셔츠 한 장으로 골목을 통과한 남자가 3명이었다. 셋 다 흰색 또는 옅은 색이었지만, 단추를 잠근 위치가 달랐다. 첫 번째 남자는 칼라 단추까지 단정하게 모두 잠갔고 소매도 손목까지 내렸다. 30대 초반 같았다. 두 번째 남자는 두 번째 단추까지만 잠그고 소매를 두 번 접어 팔꿈치 아래까지 올렸다. 20대 후반 같았다. 세 번째 남자는 세 번째 단추까지 풀고 흰 티셔츠를 살짝 보여주며 걸었다. 같은 흰 셔츠라도 단추 두 개의 차이가 인상을 다섯 살씩 옮겨놓는다는 게 신기했다. 4월 말 익선동의 셔츠 한 장은 어딘가 카페 미팅이나 한옥 사진 약속이 있는 사람들의 옷이라는 감이 들었다.
카디건 2명 — 같은 베이지인데 두께가 달랐다
다음으로 메모한 옷은 카디건이었다. 2명이었고, 둘 다 베이지 계열이었지만 두께가 달랐다. 한 명은 얇은 코튼 카디건을 셔츠 위에 단추 하나만 잠그고 걸쳤고, 다른 한 명은 굵은 케이블 니트 카디건을 단추 없이 풀어헤치고 안에 회색 티셔츠를 입었다. 얇은 카디건 쪽은 손에 작은 토트백을 들고 있었고, 굵은 카디건 쪽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걸었다. 같은 색의 같은 카디건처럼 보이지만, 4월 말이라는 시점에서 코튼이냐 울이냐는 분명한 선언이었다. 코튼은 "이미 봄을 받아들였다", 울은 "아직 어제까지 입던 옷을 못 놓았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코듀로이 셋업 한 명 — 4월 말의 마지막 결재 같았다
30분 동안 단 한 명, 코듀로이 셋업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색은 짙은 카키 그린에 가까웠고, 골이 가는 베이비 코듀로이였다. 30대 초중반쯤. 4월 말의 코듀로이는 아슬아슬한 선택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햇볕 아래에서는 살짝 더워 보였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이 사람의 옷이 가장 안정적이고 따뜻해 보였다. 안에는 흰 라운드 티셔츠를 받쳐 입었고, 발에는 진한 갈색 더비를 신었다. 이 사람은 익선동 안쪽의 사무실 같은 한옥 작업실로 들어갔고, 나는 "이번 주가 코듀로이의 마지막 결재일지도 모른다"는 메모를 남겼다.
가벼운 바람막이 2명 — 코치 재킷과 아노락의 경계
바람막이를 걸친 남자는 2명이었다. 한 명은 단정한 코치 재킷이었고, 다른 한 명은 가슴께에 큰 캥거루 포켓이 달린 아노락이었다. 코치 재킷은 검정에 가까운 짙은 남색이었고, 아노락은 옅은 베이지 그레이였다. 코치 재킷의 남자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같은 인상, 아노락의 남자는 20대 중반의 학생 같은 인상이었다. 두 옷의 공통점은 길이가 엉덩이를 살짝 덮는 정도라는 것이었고, 차이점은 어깨 라인의 각도였다. 코치 재킷은 어깨가 단단하게 떨어졌고, 아노락은 둥글게 흘러내렸다. 4월 말 익선동의 바람막이는 모두 후드가 있었다.
발과 30분의 결산 — 흰 끈이 가장 많은 답이었다
10명의 발만 따로 정리해보면 흰 운동화 4명, 회색 또는 베이지 운동화 2명, 진한 갈색 더비 2명, 검정 로퍼 2명이었다. 4월 말 종로 골목에서 운동화 비율이 가죽보다 높다는 건 의외라기보다 자연스러웠다. 익선동이라는 골목 자체가 정장보다는 캐주얼이 어울리는 동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운동화 6명 중 4명의 끈이 흰색이었고, 가죽 구두 4명은 모두 끈을 단정하게 묶고 있었다. 10벌을 단순히 평균 내면, 4월 말 11시의 익선동 남자는 옅은 색 셔츠 또는 흰 티셔츠 위에 얇은 카디건이나 가벼운 바람막이, 하의는 베이지 또는 회색 면바지, 발에는 흰 운동화였다. 셋업 슈트는 없었고, 코듀로이는 한 명이었다. 캐주얼하지만 너무 풀어진 옷도 아닌 어중간한 정돈감이 익선동이라는 동네의 톤과 닮아 있었다. 결론처럼 적자면, 4월 말 익선동의 옷차림은 "셔츠 한 장의 단추 두 개 차이"가 인상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일주일이고, 이 일주일이 5월 첫 주까지는 더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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