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2시, 나는 AI 세 개에게 "서울에 적산가옥이 가장 많이 남은 동네 5곳"을 물었다 — 후암·해방촌·신당 직접 걸은 검증 노트

일요일 오후 1시 50분, 나는 ChatGPT, Claude, Gemini 세 개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서 일제강점기 적산가옥(敵産家屋)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동네 5곳을 추천해 줘." 그리고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후암동·해방촌·신당동 세 곳을 골라 약 5.4킬로미터를 직접 걸었다. AI가 그린 분포와 내 발이 본 분포가 어디서 갈라졌는지, 다섯 지점을 적어 둔다.

같은 질문, 세 개의 답

세 AI 모두 1순위로 후암동을 꼽았다. 2순위와 3순위가 갈렸다. ChatGPT는 해방촌·신당동·서계동·청파동을 묶어 답했고, Claude는 해방촌·익선동·계동·필운동을 들었으며, Gemini는 후암·해방촌·신당·이태원2동·창신동을 적었다. 다섯 동네라는 같은 숫자 안에서 겹친 건 후암과 해방촌 두 곳뿐이었다. 나머지 자리는 AI마다 달랐다. 일요일 오후 2시, 나는 가방에 카메라 한 대와 메모장 한 권을 넣고 후암동 두텁바위로 입구에 섰다.

어긋난 지점 1 — 후암동의 적산가옥은 면이 아니라 한 줄이다

세 AI 모두 후암동을 "적산가옥이 군집을 이룬 동네"라 묘사했다. 그러나 내가 오후 2시 12분부터 50분간 두텁바위로와 108계단 일대를 두 바퀴 돌면서 직접 센 적산가옥 형태의 목조 이층집은 모두 14채였다. 그중 9채가 두텁바위로 한 줄에 몰려 있었고, 나머지 5채는 골목 두세 군데에 흩어져 있었다. 면이 아니라 선에 가깝다.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1970년대 양옥과 빌라가 압도적이다. AI가 적은 "군집"이라는 단어와 실제 분포는 한 글자 차이지만 풍경의 밀도가 크게 다르다.

어긋난 지점 2 — 해방촌의 절반은 적산가옥이 아니라 1960년대 슬래브 주택이다

오후 3시 5분, 나는 신흥로 입구에서 출발해 신흥시장 쪽으로 올라갔다. Claude는 해방촌을 "적산가옥이 빼곡한 언덕"이라 적었지만, 실제로 30분 동안 마주친 일제강점기 추정 목조주택은 6채였다. 같은 시간 마주친 1960~70년대 콘크리트 슬래브 이층집은 어림잡아 40채가 넘었다. 해방촌의 정체성은 적산가옥이 아니라, 해방 직후부터 70년대까지 단계적으로 올린 자가건축 슬래브 주택이다. AI는 두 시기의 건물을 '오래된 동네'로 뭉뚱그린다.

어긋난 지점 3 — 신당동에서는 적산가옥을 거의 못 찾았다

오후 3시 50분, 신당역 4번 출구에서 약수동 방향 신당동 골목을 20분간 걸었다. ChatGPT와 Gemini가 모두 신당동을 적산가옥 동네로 꼽았는데, 내가 실제로 본 목조 적산가옥은 신당창작아케이드 뒤편 한 채가 전부였다. 대신 1970년대 초반에 지어진 듯한 붉은 벽돌 양옥과, 90년대 다세대 빌라가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신당동을 "적산가옥의 동네"라 부르는 건 위키 한 줄이 만든 잔영에 가깝다. 현장에 가면 그 잔영은 한 채로 줄어든다.

어긋난 지점 4 — 청파·서계동은 AI 답에서 자주 빠진다

ChatGPT만 청파·서계동을 짚었다. 그런데 내가 지난주 토요일에 청파로 한 블록을 걸으면서 센 적산가옥 형태의 이층 목조집은 11채였다. 후암동의 한 줄에 거의 맞먹는 밀도다. 서계동 쪽 언덕길에는 외관만 남고 안은 카페로 개조한 집이 세 채 더 있다. AI 두 개가 이 동네를 빠뜨린 이유는 단순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양이 후암·해방촌의 5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평균치를 학습한 AI는 사람들이 적게 적은 동네를 자주 누락한다.

어긋난 지점 5 — 적산가옥 카페로 추천한 다섯 곳 중 두 곳은 이미 헐렸다

덧붙여 나는 세 AI에게 "그 동네에서 추천할 적산가옥 카페 한 곳씩"을 물었다. 다섯 곳이 답으로 돌아왔다. 그중 후암동의 한 곳은 2025년 가을에 철거되어 빈터가 되어 있었고, 해방촌의 한 곳은 2026년 1월에 카페에서 의류 쇼룸으로 바뀌어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 나머지 세 곳은 정상 영업 중이었다. AI는 작년 봄까지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답한다. 적산가옥은 매년 줄어드는 자산이다. 그래서 AI 답안의 유효기간은 다른 어떤 카테고리보다 짧다.

AI는 평균을 말하고, 나는 오늘을 본다

세 AI의 답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학습된 평균은 대체로 1순위를 잘 맞췄다. 다만 그 평균은 4월 26일 오후 2시의 후암동 두텁바위로, 신흥로 언덕, 신당동 골목과 다섯 군데에서 갈라졌다. 적산가옥은 사진 속 평균이 아니라, 한 채 한 채 셀 수 있는 숫자다. 나는 AI에게 "어디가 가장 많이 남았어?"라고 묻는 대신, 직접 골목을 걸어 한 채씩 세는 쪽을 더 신뢰한다. AI는 시작점일 뿐, 결론은 발이 낸다. 그게 한지후의 산책 노트다.

오늘의 메모

오후 1시 50분 질문, 오후 2시 12분 후암동 출발, 오후 4시 32분 신당동 도착. 누적 거리 5.43킬로미터, 직접 센 적산가옥 형태 목조 이층집 21채(후암 14, 해방촌 6, 신당 1). 다음 일요일에는 청파·서계 한 블록을 다시 걸어서, 외관과 내부 용도를 표로 정리해 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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