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3시, 신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안마당에서 —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정육면체와 22미터 천장 아래 머문 17분
수요일 오후 3시 4분, 신용산역 1번 출구로 나와 한강대로 100번지까지 7분을 걸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2017년에 완공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 한 변이 약 110미터인 정육면체 한 채와 동서남북 네 면을 정확히 깎아낸 큰 구멍 네 개를 17분 동안 들여다봤다. 새 건축도 도시에 자리 잡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한지후의 시선으로 적어둔다.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한강대로 100까지 7분
신용산역 1번 출구로 나오면 한강대로가 동서로 열린다. 4월 29일 수요일 오후 3시 4분, 기온은 18도 부근, 바람은 거의 없는 날이었다. 횡단보도를 한 번 끼고 남쪽으로 약 600미터 — 보통 걸음으로 7분이 걸렸다. 큰길 건너 정문 앞에 닿았을 때 시계는 3시 1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문에서 한 번 멈춰 건물의 첫 인상을 적어두려고 휴대전화 메모장을 켰다.
정육면체 한 채와 동서남북 네 개의 큰 구멍
이 건물의 첫 인상은 의외로 단순하다. 22층 정사각형 입면 한 채. 동서남북 네 면에 큰 사각 구멍이 한 개씩 뚫려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백자 달항아리의 비례'를 컨셉으로 자주 언급했지만, 내가 정문에서 본 형태는 비례보다 잘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 변이 약 110미터인 정육면체에서 네 면을 정확히 깎아낸 모습. 그 깎인 자리로 한강대로 쪽 하늘이 그대로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알루미늄 핀 외피, 빛이 두 톤으로 갈라지는 각도
외벽 전체는 수직 알루미늄 핀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다. 핀 사이 간격은 눈으로 약 25센티미터쯤. 정면에서 볼 때는 거의 닫힌 면처럼 보이지만, 옆으로 한두 걸음 자리를 옮기자 핀 사이로 사선의 빛이 새어 나왔다. 오후 3시 18분의 햇빛은 서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어, 알루미늄 표면에 길게 깎인 그림자가 핀과 핀 사이로 떨어졌다. 직접 닿는 핀의 윗면은 거의 흰색으로 빛났고, 그늘 쪽 핀 옆면은 회색에 가까운 톤으로 가라앉았다. 같은 알루미늄이 빛의 각도 하나로 두 가지 색으로 분리되는 순간을 17분 동안 두 번 봤다.
5층, 11층, 17층 — 매달린 옥상정원 세 개
정문에서 안마당으로 들어가 위를 올려다보면, 정육면체에 뚫린 네 구멍 안쪽으로 작은 정원 세 개가 매달려 있다. 눈대중으로 5층, 11층, 17층 정도. 각 정원에는 흰 콘크리트 화분과 키 작은 수목이 들어가 있었다. 17층 정원의 나무는 4월 말이라 신록이 옅게 올라와 있었다. 11층 정원에서는 정장을 입은 한 사람이 나무 앞에 서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이 작게 보였다. 사무실 22층 위에 옥상정원 셋, 그리고 그 사이로 안마당까지 빛이 떨어진다. 어떤 시간에 어떤 정원이 빛을 받는가를 정원의 높이가 결정한다는 사실이, 17분을 머무는 사이 천천히 보였다.
안마당 22미터 천장과 그 아래 사람 일곱
안마당 — 정확히는 1층 아트리움 — 은 천장 높이가 약 22미터로 안내되고 있었다. 입구에서 약 25미터를 걸어 들어가 가운데에 섰다. 머리 위 22미터의 천장 너머로 사각으로 잘린 하늘이 보였고, 그 사각의 가장자리를 17층 정원의 나무 그림자가 살짝 가리고 있었다. 바닥은 회색 석재, 벽은 같은 톤의 콘크리트와 알루미늄. 색은 두세 톤으로만 정리되어 있었다. 오후 3시 31분, 아트리움 안에 머무는 사람을 세어 봤다. 정장 두 사람, 가벼운 점퍼 차림 세 사람,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가족 두 사람,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 모두 일곱이었다. 한 사람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한 사람은 벤치에 앉아 그저 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22미터의 천장이 소리를 위로 길게 풀어내는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한지후의 결론 메모: 정육면체에 비워둔 자리
건축산책 메모는 두 줄로 충분하다. 첫째, 정육면체라는 가장 단순한 형태에 네 면을 정확히 잘라낸 결정 — 그 잘림 덕분에 22미터 안마당이 도시의 빛과 바람을 그대로 받는다. 둘째, 비워둔 자리는 사람 일곱을 17분 동안 묶어 두는 힘이 있다. 새 건축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것보다 비워둔 자리가 먼저 보였다. 다음에 그 자리를 채우려는 결정이 무엇이든, 오늘의 안마당만큼은 4월 29일 수요일 오후 3시 31분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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