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 12도에서 18도 사이, 내가 한 주 돌려 입은 봄 아우터 3벌 — 20대 남자의 간절기 메모
4월 중순 서울의 낮 기온은 12도에서 18도 사이를 느리게 오갔다. 아침과 저녁의 온도 차가 제법 벌어져서, 한 벌로 하루를 버티기가 어렵다. 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 옷장에서 딱 세 벌만 꺼내 돌려 입었고, 그 기록을 남겨둔다.
왜 3벌만 남았나
지난 주 월요일 아침, 나는 옷장 문을 열고 잠시 멈춰 섰다. 이월 상품으로 들여놓은 두꺼운 울코트는 이미 무겁고, 5월에 꺼낼 얇은 린넨 셔츠는 아직 이르다. 4월 간절기는 늘 이런 식이다. 무엇을 입어도 10분 뒤에는 약간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결정을 단순하게 했다. 낮에 카페·서점에서 두 시간쯤 앉아 있을 때 춥지 않을 것, 오후에 성수동이나 한남동을 1만 보 걷게 되어도 덥지 않을 것, 저녁 늦게 한강진역 계단에서 바람을 맞아도 체온을 지켜줄 것. 이 세 조건에 맞는 옷만 남기고, 나머지는 행어 뒤쪽으로 밀었다.
남은 건 딱 3벌이었다. 얇은 베이지 셔츠 재킷, 네이비 크루넥 니트, 차콜 회색 경량 야상. 이 세 벌을 일곱 번 돌려 입고, 각 옷이 어떤 공간·시간과 잘 맞았는지 메모해 두었다.
1번 — 베이지 얇은 셔츠 재킷
월요일 오후 1시, 안국동 카페 2층. 창밖 기온은 14도, 햇살이 창으로 비스듬히 들어왔다. 나는 하얀 티셔츠 위에 베이지 셔츠 재킷을 걸쳤다. 면과 리넨이 섞인 얇은 소재여서, 걸치고 있으면 셔츠보다는 약간 더 두꺼운 느낌, 자켓보다는 훨씬 가벼운 느낌이다.
이 옷의 장점은 실내와 실외의 경계에서 드러난다. 카페 안에서는 벗지 않아도 더워지지 않고, 바깥 13도 바람 속에서는 얇게 바람을 막아준다. 단점은 뚜렷하다. 저녁 8시 이후로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확실히 얇다. 퇴근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환기구 앞에서 한번 떨었다. 그날 이후 나는 이 옷을 낮 12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만 꺼냈다.
2번 — 네이비 크루넥 니트
수요일 오후 3시, 성수연방 앞 벤치. 기온 16도. 나는 반팔 면 티 위에 네이비 크루넥 니트를 입었다. 메리노울 30퍼센트, 면 70퍼센트쯤 되는 미드 게이지. 무겁지도 얇지도 않다.
니트 한 벌은 간절기의 가장 믿을 만한 선택지다. 아침 9시에도, 오후 6시에도 체온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땀이 나면 소매를 걷어올리면 되고, 저녁에 서늘해지면 에코백에서 꺼낸 얇은 스카프를 목에 한 번 감는 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흘 연속 이 니트만 입었다. 세탁 간격이 길어도 울 혼방이라 냄새가 덜 배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3번 — 차콜 회색 경량 야상
목요일 저녁 7시, 한남동 대사관로에 얇은 비가 내렸다. 기온은 12도까지 떨어졌다. 나는 니트 위에 경량 야상을 덧입고 걸었다. 이 옷은 지난 가을에 샀는데, 안감이 얇아서 사실상 봄·가을 두 계절에만 입힌다.
야상의 주머니는 여섯 개 정도 된다. 나는 왼쪽 아래 주머니에 폰, 오른쪽 아래 주머니에 이어폰, 안쪽 주머니에 카드지갑을 넣고 다녔다. 가방을 들지 않는 날의 주머니 구성은 하루의 동선을 결정한다. 야상을 입은 날 나는 자연스럽게 덜 앉고 더 오래 걷는 편이다. 목요일 저녁 나는 9,800보를 걸었다.
세 벌을 돌려 입으며 알게 된 3가지
첫째, 간절기에는 아우터보다 이너가 중요하다. 얇은 반팔 티 한 장에 따라 같은 니트가 완전히 다른 옷이 된다. 둘째, 색은 3가지를 넘지 않는 게 편하다. 베이지·네이비·차콜. 이 세 색깔은 서로 섞여도 어색하지 않다. 셋째, 4월에는 '하루를 두 시간 단위로 끊어 입을 생각'을 미리 해두는 편이 낫다. 나는 이제 낮과 저녁용 이너를 가방에 따로 챙겨 나간다.
결론 메모
옷장이 작아질수록 선택이 가벼워진다. 세 벌의 아우터, 세 장의 이너, 세 색깔. 이번 봄의 규칙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음 주에 기온이 20도를 넘기 시작하면 아마 이 3벌 중 한 벌은 다시 행어 뒤쪽으로 밀려날 것이고, 그 자리에 린넨 셔츠 한 장이 올라올 것이다. 도시의 계절은 옷장의 행어 간격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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