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4시 30분, 카페에서 AI 셋에게 1980년대 신당동 골목을 그려달라 했더니 — 결국 지운 다섯 장면

목요일 오후, 신당동 다산로44길에서 막 돌아온 직후였다. 카페 창가에 앉아 AI 이미지 생성 도구 셋에게 1985년의 신당동 24구역 골목을 그려달라 부탁했다. 결과는 다섯 장면 모두 한 시간 뒤 휴지통으로 옮겼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는 일과 사라진 것을 만들어내는 일 사이에는, 분명히 반대 방향의 거리가 있었다.

카페 창가, 노트북을 켜고

오후 4시 30분, 신당동 다산로44길의 닫힌 셔터 여덟과 떡볶이집 셋을 보고 돌아온 직후였다. 종로3가 인근의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았는데, 천장이 낮고 벽돌이 노출된 구식 인테리어,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이 4,500원이었다. 노트북을 열고 머릿속에 든 한 가지 호기심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내가 직접 본 적 없는 1985년의 신당동 24구역을, AI는 얼마나 비슷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이미지 생성으로 자주 쓰이는 세 가지 도구를 선택했다. 이름은 굳이 적지 않는다. A, B, C라고만 부르겠다.

첫 번째 시도 — 1985년 신당동, 새벽 5시 30분

프롬프트는 일부러 구체적으로 짰다. "1985년 서울 신당동, 새벽 5시 30분, 떡볶이집 셋이 줄지어 있고 슬레이트 지붕 아래 형광등이 켜져 있는 좁은 골목." A 도구는 약 1분 17초 만에 결과를 내놓았다. 첫인상은 매끈함이었다. 너무 매끈해서 오히려 어색했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등장한 '한정식'이라는 한자 간판의 글씨체는 1985년 동네 골목에 있을 만한 손글씨 간판이 아니라 2020년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다듬은 폰트에 가까웠다. 더 결정적으로, 새벽 5시 30분이라는 시간대인데 행인 셋이 정장 차림으로 골목을 걷고 있었다. 1985년 서울의 그 시간대 골목에서 정장을 마주칠 확률은 거의 없다.

두 번째 시도 — 떡볶이집 골목과 가짜 간판

B 도구로 같은 프롬프트를 돌렸다. 이번엔 약 22초. 더 빠르고, 더 어색했다. 떡볶이집 간판 위에는 '진미식당 1962년 개업'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는데, '1962'라는 숫자의 폰트가 명백히 2010년대 트렌디한 카페에서 쓸 법한 산세리프체였다. 더 큰 문제는 골목 끝의 자동차였다. 1985년이라는 해를 프롬프트에 명시했는데도, 2000년대 후반 디자인의 SUV가 골목 끝에 걸쳐 있었다. AI는 '1985년'이라는 단어를 입력으로 받았지만, 그 시간대의 디테일—슬레이트, 알루미늄 새시, 무궁화 자동차—를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듯했다. 학습 데이터의 평균치가 모든 것을 2010년대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세 도구의 공통된 오류 — 없는 사람들, 가짜 글자

C 도구는 다른 방향으로 어색했다. 골목 한복판에 광주리를 머리에 인 늙은 여성이 있었는데, 얼굴 비례가 맞지 않았다. 광대뼈와 턱선의 거리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더 흥미로운 건 광주리 위에 적힌 글자였다. '시장'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어야 할 자리에, 한자도 한글도 아닌 의미 없는 문양이 박혀 있었다. 다섯 장면을 모두 비교해보니 세 도구가 공통적으로 실패한 지점이 명확했다. 한국어 손글씨 간판의 질감, 1980년대 사람들의 옷차림과 비례,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대의 무게'. 사진에 담기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내가 다산로44길에서 맡은 발효된 고추장과 멸치 육수의 냄새 같은 것이다. 픽셀로 옮겨지지 않는 무게.

결국 다섯 장면을 모두 지운 이유

한 시간 뒤 다섯 장면을 모두 휴지통으로 옮겼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부정확한 이미지를 블로그에 올리면 누군가는 '1985년 신당동이 이랬다'라고 오인할 수 있다. 사라진 풍경을 더 흐리게 만드는 일이 된다. 둘째, 더 본질적인 이유. 내 블로그의 원칙은 '직접 보고 걷고 입은 것만 쓴다'는 거였다. AI가 그린 1985년은 AI의 1985년이지, 신당동의 1985년이 아니다. 도구는 학습 데이터의 평균치를 그릴 뿐이고, 그 평균치 안에 새벽 5시 30분 신당동 골목의 디테일은 들어 있지 않았다. 평균치는 평균치일 때만 정직하다. 특정 시점, 특정 골목을 평균치로 채우면 그건 거짓에 가까워진다.

도구는 도구다 — 4월의 마지막 메모

4월 한 달간 같은 결론에 반복적으로 도착했다. AI는 맞춤법을 잡아주거나, 같은 문장을 다섯 가지 방식으로 바꿔주거나, 내가 모르는 통계를 빠르게 찾아주는 데 뛰어나다. 그건 도구의 정당한 쓰임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지 않은 시간을 그려달라고 하면, 결국 학습 데이터의 평균치가 나온다. 대필자로 쓰면 안 되는 이유와 사진사로 쓰면 안 되는 이유는 같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려면 내가 그 자리에 가 있어야 한다. 새벽 5시 30분에 다산로44길에 서 있어야 하고, 셔터가 내려지는 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5월에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걷는다. AI 이미지 폴더는 비워둔다.

4월의 마지막 날, 카페에서 노트북을 닫으며 적어두는 메모. 도구는 옆자리에 둔다. 그 자리에서 더 멀리 끌어올리지 않는다. 5월에도, 그 이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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