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8시 10분, 2호선 신도림에서 홍대입구까지 — 20대 남자가 세어 본 서울 출근길 옷차림 열두 가지
월요일 아침 8시 10분, 나는 2호선 신도림행에 올랐다. 칸 안의 사람 수가 가장 빽빽해지는 구간은 문래에서 합정까지. 나는 손잡이를 잡고 서서, 다른 사람들이 이번 주 서울의 12도 아침에 무엇을 골라 입고 나왔는지 열두 명만 세어 보았다. 일종의 4월 셋째 주 월요일 출근길 패션 메모다.
신도림역 환승 통로에서 눈에 먼저 들어온 색 — 베이지가 돌아왔다
8시 2분, 신도림 환승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내 옆으로 최소 열다섯 명이 지나갔다. 그중 절반 가까이가 아우터에 베이지 톤을 쓰고 있었다. 밝은 카멜, 흐린 오트밀, 짙은 카키베이지까지 폭은 넓지만, 지난겨울에 유행했던 차콜 그레이나 블랙 울코트는 확실히 줄어 있었다. 계단 손잡이에 걸친 트렌치코트의 버튼이 대부분 반쯤 풀려 있는 것도 재미있는 디테일이었다. 단추를 끝까지 잠그면 덥고, 전부 풀면 바람이 새는 4월 13도의 실내외 온도 차가 사람들의 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손이 시렸다. 마침 베이지 면 셔츠 재킷을 걸치고 있었는데, 주머니가 얕아 손이 반쯤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옆 사람의 트렌치코트 주머니는 손목 위까지 덮을 만큼 깊었다. 이번 주 옷을 살 때는 주머니 깊이를 먼저 재 보아야겠다고 메모했다.
첫 번째 흐름 — 20대 초반, 블레이저 안에 로고 티셔츠 한 장
8시 10분 열차 안, 문 옆에 서 있던 20대 초반 남자 두 명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한 명은 얇은 네이비 블레이저 안에 검은색 글자 로고 티셔츠, 다른 한 명은 차콜 블레이저 안에 회색 비건 레더 벨트가 달린 크림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바지는 둘 다 짧은 기장의 와이드 슬랙스, 발목이 드러나 있었다. 신발은 각각 낮은 스니커와 로퍼.
블레이저와 로고 티셔츠의 조합은 2024년부터 이어지는 흐름인데, 이번 봄에는 로고의 크기가 확실히 작아졌다. 가슴 한가운데에 큼직하게 박힌 그래픽 대신, 좌측 가슴 위 1센티 정도의 작은 워드마크. 옷이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는 인상이다.
두 번째 흐름 — 30대 초반, 카고 팬츠가 사무실 바깥으로 나왔다
문래역을 지나며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서른 살 언저리로 보였다. 베이지 나일론 집업 재킷, 차콜 카고 팬츠, 흰색 러닝화 한 켤레. 가방은 얇은 블랙 메신저백. 카고 팬츠의 허벅지 옆 주머니에는 사원증 같은 카드가 얇게 꽂혀 있었다.
작년까지는 카고 팬츠가 거의 캠핑장에서만 보였는데, 이번 봄에는 사무실 복도까지 걸어 들어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다만 주름이 날카롭게 잡힌 정장 카고는 아니고, 기장이 복숭아뼈 위 2센티 정도에서 끝나는 짧고 부드러운 실루엣. 바지의 문턱이 점점 낮아지는 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세 번째 흐름 — 학생 혹은 대학생, 후디 맥시멀리즘
영등포구청역을 지나 합정으로 가는 사이, 교복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20대 초반 세 명이 같은 칸 뒷문 쪽에 몰려 있었다. 한 명은 오버사이즈 네이비 후디 위에 얇은 나일론 바람막이, 또 한 명은 아이보리 후디 위에 데님 자켓, 마지막 한 명은 회색 후디 한 장에 거대한 토트백.
후디를 '안에 껴입는 옷'이 아니라 '메인 아우터'로 쓰는 흐름은 아직 유효한 듯 보였다. 흥미로운 건 후디의 품이 다시 커졌다는 점이다. 어깨가 팔꿈치 근처까지 내려오는 드롭 숄더가 돌아왔고, 지퍼가 달린 집업보다 앞쪽이 막힌 풀오버 형태가 더 많았다. 이 흐름은 한두 시즌 안에 천천히 걷히다가, 겨울에 다시 돌아올 것 같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리며 센 최종 열두 명 — 색과 실루엣의 정리
개찰구를 빠져나오며 열두 명의 옷을 다시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색깔은 베이지 다섯, 네이비 세 명, 차콜 두 명, 아이보리 한 명, 올리브 그린 한 명. 채도 낮은 자연색 일곱, 중간 채도 네 명, 무채색 한 명. 4월 아침 13도의 서울 지하철은, 내가 세어 본 이 한 칸 안에서는 어스 톤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지난겨울 유행하던 크림 화이트와 아이보리의 비율은 생각보다 많이 줄었다.
실루엣은 상의 오버, 하의 와이드가 여전히 많았지만, 바지 기장이 복숭아뼈 위 2~3센티에서 잘리는 '살짝 짧은' 패턴이 뚜렷했다. 신발은 흰 스니커 넷, 검정 로퍼 둘, 갈색 워크부츠 하나, 하이탑 두 켤레, 나머지는 얇은 러닝화. 작년 이맘때 흔하던 두꺼운 청키 스니커는 한 켤레도 보지 못했다.
한 칸에서 배운 세 가지
첫째, 유행은 라벨보다 주머니 깊이와 바지 기장에서 먼저 바뀐다. 둘째, 색의 중심은 쿨톤에서 따뜻한 어스 톤으로 서서히 넘어오는 중이다. 셋째, 20대 초반의 옷과 30대 초반의 옷이 예전보다 훨씬 얇은 경계를 두고 만난다. 후디 위에 블레이저를 걸친 사람과, 블레이저 안에 로고 티셔츠를 넣은 사람이 같은 문 옆에서 한 정거장을 지켜보며 서 있었다.
결론 메모
지하철 한 칸은 유행 잡지보다 정확하다. 나는 다음 월요일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자리에 서 볼 생각이다. 열두 명의 옷을 세는 일은 생각보다 금방 끝나고, 그 사이에 서울 4월의 색과 실루엣이 어떤 쪽으로 이동하는지 손에 잡히듯 기록된다. 유행은 매장의 마네킹이 아니라 출근길의 발목 부근에서 먼저 바뀐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