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전 9시 10분, 황학동 동묘앞 벼룩시장 골목 — 좌판 14개와 황학동6구역 안내문 한 장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황학동 쪽으로 두 블록 들어가면, 주말마다 200개 가까운 좌판이 펼쳐지는 벼룩시장이 있다. 화요일 오전이라 좌판 수는 14개로 줄었고, 그 사이에서 골목의 진짜 폭과 셔터의 색이 더 잘 보였다. 약 30분 동안 본 것을 적어둔다.

평일 오전에 굳이 와본 이유

주말 동묘앞 벼룩시장은 사람이 많아서 골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좌판이 줄지어 깔리고 그 위로 옷가지가 산처럼 쌓이면, 뒤편 1970년대 벽돌건물이나 골목 폭 같은 도시의 골격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오늘은 화요일 오전 9시 10분, 일부러 평일에 와봤다. 좌판이 적은 시간에 골목이 어떤 모양으로 남아 있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 1호선·6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해 황학동 6구역 표지판이 붙은 골목까지, 약 30분 동안 천천히 걸었다.

3번 출구에서 본 첫 풍경 — 좌판 14개와 빈 보도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주말과 완전히 다르다. 보도블럭이 회색 그대로 드러나 있고, 좌판은 큰길 인도 쪽으로 열네 개. 옷걸이에 셔츠를 매단 좌판 다섯, 바닥에 신발을 늘어놓은 좌판 네 곳, 가전 부속·라디오·테이프 같은 잡동사니를 깐 좌판 다섯이었다. 평일 오전이라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사장님 대부분은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쯤. 한 분은 라디오를 작게 켜둔 채 좌판 옆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고, 그 신문지 위로 햇빛이 비스듬히 떨어지면서 종이의 누런 결이 도드라졌다.

골목 폭과 건물의 키 — 평일에만 보이는 것

좌판이 줄어들면 비로소 보이는 게 골목 자체의 치수다. 큰길에서 안쪽 골목으로 한 블록 들어가면 폭이 약 6m에서 4m로 좁아지고, 두 블록 더 들어가면 약 3m까지 줄어든다. 양옆 건물은 대부분 2층이거나 3층, 1970년대 시멘트 외벽에 붉은 벽돌을 기둥처럼 박아놓은 형태가 많다. 1층은 좌판 가게이거나 셔터가 내려져 있고, 2층은 거의 비어 있는 듯 창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햇빛이 한쪽 벽만 길게 비추는 좁은 골목에서는, 빛이 닿는 면의 벽돌 색이 진한 적갈색으로, 그늘진 면은 잿빛에 가까운 회색으로 보인다. 같은 벽돌이 시간대 하나로 두 가지 색을 갖는 자리가 이 골목에는 많다.

황학동 6구역 — 안내문 한 장의 무게

세 번째 골목 끝, 한 빈 가게의 셔터 위에 A4 두 장 붙은 종이를 발견했다. "황학동6구역 정비계획 변경 공람 공고"라고 적혀 있었고, 일자는 2026년 4월 셋째 주, 의견 접수 기한은 그로부터 14일 안. 도면은 위에서 누가 한 번 떼어갔는지 종이 위쪽이 둥글게 찢겨 있었고, 글자 부분만 남아 있었다. 황학동 6구역은 동묘앞역 일대를 포함하는 큰 구역이다. 정비계획이 변경된다는 말은, 사라질 자리와 남을 자리의 경계가 다시 그려진다는 뜻이다. 좌판이 14개로 줄어든 평일 오전에 이 안내문을 만난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셔터의 색 — 시간이 만든 팔레트

이 골목의 셔터들은 시간 위에 색이 한 겹씩 덧칠된 자리다. 가장 많이 보이는 색은 짙은 청록색과 밝은 하늘색, 그다음이 빛바랜 노랑과 적갈색. 셔터 한 짝 위에 같은 색을 두세 번 덧칠한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가게가 일곱 곳 있었고, 그중 두 곳은 가게 이름이 적혔던 자리에 페인트가 한 번 더 발려 글자가 거의 지워져 있었다. 한 셔터에는 1990년대 전화번호 양식(국번 두 자리에 네 자리)이 그대로 남아 있어, 가게가 문을 닫은 시점이 적어도 30년 가까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셔터의 색은 가게가 살아 있을 때보다 가게가 멈춘 뒤에 더 오래 도시에 남는다.

좌판 옆에 남은 메모 한 장 — 가격표의 글씨체

한 좌판에서 손글씨로 쓴 가격표를 잠깐 들여다봤다. 흰 종이에 검정 매직으로 굵게 쓴 글씨로 "셔츠 2,000원, 두 장 3,500원, 겉옷 5,000원부터"라고 적혀 있었다. 글씨체는 1980년대 학교 칠판 위 백묵 글씨에 가까운 모양으로, 가로획이 두꺼운 견출명조 비슷한 인상이 있었다. 가격표가 한 장이 아니라 종이를 잘라 네 장으로 나뉘어 있었고, 가격이 바뀐 자리만 새 종이로 다시 붙여둔 흔적이 보였다. 한 좌판의 가격표 한 장에서도, 가게가 시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작은 도면이 보인다.

30분 동안 적어둔 다음에 다시 와볼 메모

평일 오전과 주말 오후의 같은 골목을 한 번씩 더 와보고, 좌판 수와 빈 셔터 수를 같은 위치에서 다시 세는 일을 두 달 정도 해보고 싶다. 황학동 6구역 정비계획이 어떤 식으로 확정되는지에 따라 좌판이 다른 자리로 옮겨갈 수도 있고, 골목 자체가 도면 위에서 크게 바뀔 수도 있다. 그 변화가 시작되기 전에, 오늘 본 좌판 14개와 셔터의 색과 안내문 한 장을 한 줄씩 적어두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가깝다.

결론 메모

평일 오전의 동묘앞 벼룩시장은 좌판이 14개로 줄어들고, 그 사이로 골목의 폭과 건물의 키가 다시 보인다. 황학동 6구역 정비계획 변경 공람 공고가 한 셔터 위에 붙어 있다는 건, 사라질 자리와 남을 자리의 경계가 곧 다시 그려진다는 신호다. 셔터의 색은 가게가 살아 있을 때보다 멈춘 뒤에 더 오래 남는다. 색은 도시의 가장 느린 기록이다.

— 한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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