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점심, 신당동 9구역 골목에서 — 셔터 내린 가게 여덟과 떡볶이집 셋이 버틴 다산로44길
목요일 점심을 거른 채 신당역 1번 출구로 나갔다. 신당9구역 재개발 고시 이야기가 또 한 번 부동산 면 헤드라인에 올라온 다음 날이었다. 다산로44길 골목을 25분 동안 천천히 걸으며 셔터 내린 가게와 영업 중인 가게를 따로 세고, 셔터에 적힌 폐업 날짜를 한 곳씩 노트에 옮겨 적었다.
12시 17분, 신당역 1번 출구
지하철 6호선 신당역 1번 출구로 올라오면 눈앞에 노란 떡볶이타운 간판이 먼저 들어온다. 평일 점심인데도 출구 앞은 의외로 한산했다. 학생도, 직장인 무리도 보이지 않았다. 횡단보도 신호가 두 번 바뀌는 동안 골목 쪽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나 포함 네 명. 간판은 여전히 빛나는데, 그 빛 뒤로 들어가면 골목의 농도가 한 단계 옅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산로44길, 첫 골목의 셔터 다섯
떡볶이타운 사이를 빠져나와 다산로44길로 꺾어 들어가자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첫 30미터 안에 셔터를 내린 가게가 다섯 곳이었다. 분식, 인테리어 자재, 작은 카페, 그리고 간판이 떼어져 더 이상 무엇을 팔던 곳인지 알 수 없는 가게 두 개. 셔터 위에 붙은 폐업 안내문의 날짜는 2024년 1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흩어져 있었다. 가장 최근 것은 4월 7일자였고, 손글씨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만 적혀 있었다.
떡볶이 골목, 살아남은 세 집
큰길로 다시 나오면 떡볶이 골목 본진이다. 본관 한 곳에 12시 30분 기준 다섯 테이블이 차 있었고, 양옆 두 집은 절반쯤 비어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즉석떡볶이 2인분 기준 9,000원에서 11,000원 사이였다. 고깃집과 카페가 잠식해 들어온 다른 골목과 달리, 이 일대는 떡볶이라는 단일 업종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아직'이라는 부사는 이 골목에서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진다.
9구역 안내문, 12년이 지난 고시
골목 끝 전봇대에는 색이 바랜 정비예정구역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신당9구역 정비예정구역 지정 고시는 2014년 10월. 햇수로 12년이 흘렀고, 사업시행인가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안내문 옆에는 5월 중순 주민설명회 일정이 새 종이로 덧대어 붙어 있었다. 한쪽은 누렇게 바랬고 한쪽은 새하얀, 두 종이의 색 차이가 이 구역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빈 가게에 남은 것들
셔터를 천천히 보면 그 가게의 마지막 며칠이 보인다. 끝까지 다 떼지 못한 영업시간 스티커, 4월 7일자 폐업 안내문, '임대문의 010-XXXX' 손글씨, 그리고 셔터 아래에 끼어 있는 두 장의 전단. 한 곳은 영업하던 가게가 붙였을 '주방 보조 구함' 공고, 다른 한 곳은 인근 분식집 배달 메뉴였다. 누가 이걸 끼워 두고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종이 두 장이 폐점일을 며칠 더 끌어 본 흔적처럼 보였다.
결론 메모 — 다음 방문
오늘 다산로44길에서 내가 센 가게는 셔터 내린 가게 여덟, 영업 중인 떡볶이집 셋, 그 외 영업 중인 가게 일곱이었다. 12년 전 고시된 9구역의 시간표는 여전히 천천히 흐르고 있고, 그 안에서 한 가게씩 조용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다음 주말에는 셔터 사진과 영업 중인 가게 사진을 한 장씩 찍어 보려고 한다. 사라지는 것은 기록되지 않으면 그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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