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물어본 '2026 서울에서 곧 사라질 공간 5곳' — 내가 직접 걸어 확인했다

나는 블로그 재료를 찾다가 문득 AI에게 물었다. 2026년 서울에서 5년 안에 사라질 공간 5곳을 근거와 함께 골라달라고. 돌아온 리스트가 궁금해서 이번 주말 세 곳을 직접 걸었다. AI가 맞힌 곳, 놓친 곳, 그리고 내가 AI를 대필자가 아니라 질문 파트너로 쓰는 방식까지 정리해 둔다.

질문은 단순했다 — "2026년 서울, 5년 안에 사라질 공간은?"

지난 금요일 새벽 한 시쯤, 나는 노트북 앞에서 AI 채팅창을 띄웠다. 질문은 이렇게 시작했다. "2026년 4월 기준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상권 이동으로 5년 안에 물리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공간 5곳만 근거와 함께 알려줘." 프롬프트는 짧지만 조건을 두 개 달았다. 첫째는 기사 인용이 아닌 공시 자료와 정비구역 고시 기준. 둘째는 낭만적 수식어 배제. AI는 30초 만에 표로 정리된 답을 내놓았다. 나는 그 답을 수첩에 옮겨 적고 지하철 노선도를 펼쳤다.


AI가 제시한 5곳 — 수첩에 옮긴 리스트

돌아온 다섯 곳은 이랬다. 성수1가 아차산로 변 준공업지대 공장군,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 저층부, 청량리역 동부 2024년 지정 정비구역, 창신동 봉제 골목 일부, 그리고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내 저층 상가. AI는 각 항목에 두세 줄씩 근거를 붙였다. 정비구역 지정 연도, 예상 착공 시점, 용적률 변화. 숫자는 구체적이었고 문장은 건조했다. 나는 이 중 걸어서 갈 수 있는 세 곳 — 성수, 을지로, 창신 — 을 토요일 일정에 넣었다. 나머지 두 곳은 다음 주말로 미뤘다.

성수동 골목 — AI가 맞힌 것, 놓친 것

토요일 아침 여덟 시, 성수1가 아차산로 17길쯤에서 커피를 내렸다. 섭씨 62도쯤으로 드립. AI가 말한 준공업지대 공장군은 실제로 그 자리에 있었다. 두 블록 안쪽에서만 펜스 일곱 개를 봤다. 굴착기 소리는 아직 없었지만 안전 고시문의 날짜는 2026년 5월로 찍혀 있었다. AI는 여기까진 맞혔다. 다만 AI가 사라진다고 한 블록에는 이미 절반쯤 들어찬 새 카페와 쇼룸이 있었다.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층이 갈리는 중이었다. 위층은 공장이 비우고, 아래층은 브랜드가 들어온다. 이 디테일은 AI가 놓친 부분이다. 질문을 더 좁히지 않으면, AI는 평균적인 답만 준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 — 여기서 AI는 조금 틀렸다

오후 두 시, 을지로3가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노가리 골목으로 걸었다. AI는 저층부가 5년 안에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현장에는 2026년 초에 걸린 정비구역 해제 신청 중 현수막이 두 장 있었다. 상인 한 분이 지나가며 말해줬다. 작년 가을 이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AI가 참고한 공시 자료는 2024년 고시였고, 2026년 초의 반전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AI의 답은 결국 작성 시점의 스냅샷이라는 것을 이 골목에서 다시 배웠다. 내가 걸어서 얻은 반년치 시차가 AI의 정답지를 흔든다.

창신동 봉제 골목 — 숫자가 말하지 않은 것

저녁 여섯 시 창신동에 도착했을 때, 해는 낙산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AI는 이곳을 봉제 공장 밀집도 감소와 공실률 상승을 근거로 꼽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골목을 걷다 보니 새로 입주한 청년 공방이 일곱 곳, 소규모 편집숍이 세 곳 있었다. 빠져나간 것 위로 다른 층이 덮이고 있었다. 숫자만 보면 쇠퇴지만, 발로 보면 교대다. 이 차이를 글로 써야 내 블로그의 문장이 된다.


AI를 대필자가 아니라 질문 파트너로 쓰는 법

나는 블로그 글을 AI에게 쓰게 하지 않는다. 대신 AI에게 지도를 그리게 한다. 이번처럼 5곳의 좌표와 근거를 받아오면, 나는 거기에서 걸어서 확인할 세 곳을 고른다. 걷고, 듣고, 사진을 찍고, 수첩에 쓴다. 그 다음에야 내 문장으로 옮긴다. 이 순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글은 내 것이 아니게 된다. AI는 시간을 절약해주지만, 감각을 대신해주진 않는다. 나는 그 경계선을 계속 지킬 생각이다.

결론 — 발로 확인한 것만 믿는다

이번 실험에서 AI는 세 곳 중 두 곳을 대체로 맞혔고, 한 곳에서는 시점 차이로 틀렸다. 점수로 치자면 70점쯤. 나쁘지 않다. 하지만 70점짜리 답을 100점으로 만드는 건 결국 발이다. 다음 주말엔 청량리 동부와 압구정 저층 상가로 갈 예정이다. AI의 답이 거기선 몇 점일지, 또 수첩에 적어 올리겠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