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물어봤다, 2030년 압구정은 어떤 풍경일까 — 재개발이 그릴 도시의 다음 장면

4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압구정 일대의 가림막 너머에서 마주친 풍경. AI에게 물어본 2030년의 답을 따라, 사라질 것과 새로 태어날 것 사이를 걸었다.

가림막 너머의 도시

요즘 산책 코스가 좀 바뀌었다. 4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4시, 카메라 하나 들고 압구정역 4번 출구에서 한강 방향으로 걷는 게 새 루틴이 됐다. 현대아파트 단지 외곽을 따라 한 블록 건너 한 블록마다 파란색 가림막이 쳐져 있고, 그 안쪽에선 굴착기 소리가 낮게 깔린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이 본격화된 지 꽤 됐지만, 직접 그 변화의 한복판에 서 보면 또 다른 감각이 든다. 도시가 "새로 태어나는" 시간이라기보다, 한 시대가 천천히 옷을 갈아입는 중인 것 같달까. 햇살은 길었고, 가림막 사이로 한강이 한 줄 띠처럼 보였다.

문득 궁금해서 AI에게 물어봤다. "2030년의 압구정은 어떤 모습일까?" 단순한 질문 같았지만, 답은 의외로 흥미로웠다. AI는 단순히 "더 높아진다"거나 "더 비싸진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한강 조망을 살리는 저층부 보이드 설계, 보행자 중심의 데크 광장, 1층 리테일이 한강 산책로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 같은 것들을 짚었다. 한마디로 '주거 단지'가 아니라 '도시 인프라의 일부'가 되는 방향.

재개발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안

생각해보면 이건 단순한 부동산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가 만들어내는 풍경,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동선, 그리고 그 동선이 만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까지. 재개발은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거대한 답안 작성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이 좋다. 도시는 답을 정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다시 묻는다.

데이터로 봐도 그렇다. 서울시 도시계획포털(urban.seoul.go.kr)에 올라온 한강변 관리 가이드라인을 검색해보면, 정비계획의 키워드는 점점 "단지"에서 "도시"로 옮겨가고 있다. 폐쇄적 게이트가 줄고, 공공보행로의 비율이 늘어난다. 자동차 동선은 지하로, 사람 동선은 지상으로. AI가 시뮬레이션해 보여준 미래 가로의 모습도 비슷했다. 자율주행 셔틀이 정차하는 작은 광장, 그 옆 1층의 카페와 갤러리, 그리고 한강과 단지 사이를 가로지르는 데크. 이미지가 어색하지 않았다.

20대인 내가 이 흐름을 보는 방식

20대인 내가 압구정 재개발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 세대가 이 도시의 다음 모습을 살아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강남을 만들었다면, 우리 세대는 강남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더 이상 단지 안에 갇힌 도시가 아니라, 길 위로 풀어진 도시. 자가 소유든, 월세든, 매일 그 도시를 통과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 길이 얼마나 친절한가가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추억이 사라지는 일이고, 누군가에겐 사다리가 더 멀어지는 일이다. 한 사람의 자산이 두 배가 되는 동안 다른 누군가의 월세는 30%가 오른다. 도시는 평등하지 않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보고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으로 남기고, 글로 남기고, AI에게 한 번 더 물어봐서라도 다른 각도에서 본다.

AI가 보여준 한 장의 시뮬레이션

같은 질문을 한 번 더 던졌다. "내가 2030년 어느 평일 저녁, 압구정 데크 광장에 서 있다고 생각해줘. 무엇이 보일까." AI는 짧은 산문으로 답했다. 한강 위로 번지는 노을, 데크를 따라 흘러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1층 카페 유리창에 비치는 아파트의 곡면 외벽, 그리고 자율주행 셔틀이 정차하는 작은 정류장. 어떤 부분은 너무 매끈했고, 어떤 부분은 의외로 사실적이었다. 이런 시뮬레이션이 무서운 건, 우리가 그것을 한 번 본 다음부터 도시를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던 가능성이 한 번 보이고 나면, 다시 안 보이게 만들기는 어렵다.

사라질 풍경, 새로 태어날 풍경

오늘 산책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마음에 든다. 가림막 너머로 살짝 보인 옛 아파트 외벽, 그 위로 떨어지는 늦은 오후 햇살. 이 풍경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 자리엔 또 다른 풍경이 들어설 것이다. AI가 그려준 2030년의 도면을 보면서, 나는 사라질 것과 새로 태어날 것 사이에서 잠시 멈춰 섰다.

도시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건물보다 길이, 길보다 그 위를 걷는 사람의 마음이 도시를 만든다. 다음에는 카메라 말고 스케치북을 들고 나와봐야겠다. 사라지기 전에, 직접 그려두고 싶은 풍경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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