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오후, AI 셋에게 '내가 본 문래동 4가 셔터 12곳'을 묘사하게 했다 — 사람 자취가 어디에 남는지
오늘 정오에 직접 걸은 문래동 4가, 셔터 내린 12곳 풍경을 ChatGPT, Claude, Gemini 셋에게 똑같이 묘사해달라고 던졌다. 같은 조건에서도 셋이 보는 결이 달랐다. AI 답을 내가 본 것에 대고 비교해 본 메모.
같은 사진, 같은 조건 — 셋에게 그대로 던진 프롬프트
오늘 오전 11시 50분쯤 문래동 4가, 도림로128길에서 시작해 골목 둘 정도를 들고 났다. 햇살 아래 셔터를 내린 곳을 셌더니 정확히 12곳이었다. "5월 1일 노동절 정오의 서울 문래동 4가, 셔터 내린 철공소 12곳이 늘어선 골목 풍경을 묘사해달라. 햇빛은 거의 직각이고, 골목 폭은 약 4미터, 셔터마다 페인트 색이 다르다. 사람은 한두 명만 보인다." 이 한 문장을 세 곳에 똑같이 붙여 넣었다.
ChatGPT — 사람 자취를 가장 늦게 꺼낸다
ChatGPT의 답은 셔터 페인트 이름부터 시작했다. 짙은 청록, 빛바랜 카키, 누런 흰색 같은 식이었다. 다음으로 햇빛이 셔터에 부딪힐 때 생기는 그림자 길이를 잡았다. 사람 이야기는 다섯 번째 문장에서야 등장했다. 문래동에 사람 한두 명만 서 있다고 답하면서도 그가 누구인지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ChatGPT는 거리의 표면을 먼저 본다.
Claude — 셔터 표면의 시간을 가장 길게 들여다본다
Claude의 답은 첫 문장부터 시간을 끌어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같은 셔터를 매일 올리고 내린 손이 페인트를 어떻게 닳게 했는지를 가장 먼저 적었다. 시간 흐름을 연결하는 점에서는 셋 중 가장 길게 머물렀다. 다만 햇빛 각도나 골목 폭 같은 수치 정보는 가장 적었다. 결이 가깝지만 동시에 가장 멀기도 한 답이었다.
Gemini — 거리의 음향을 끼워 넣는다
Gemini는 셋 중 유일하게 소리를 묘사에 끼워 넣었다. 노동절 정오라 망치 소리도 그라인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잡고, 그 빈 자리에 골목 끝쪽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 길 건너 카페 의자 끄는 소리 같은 것을 채워 넣었다. 이 부분은 내가 실제로 골목에서 들은 결과와 가장 비슷했다.
셋 다 빗나간 곳 — 라떼 거품과 카페 유리창
셋 다 잡지 못한 게 있었다. 골목 입구 건너편에 작은 카페가 있고, 점심 직전이라 바리스타가 우유를 데우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라떼 거품이 솟았다 가라앉았다. 이 한 컷이 오늘 골목의 진짜 분위기를 결정했다. AI 셋 모두 카페를 묘사 안에 넣지 않았다. 던진 프롬프트에 카페를 빼놓았으니 당연하다. 그 한 줄을 빼는 순간, 셔터 내린 12곳은 단지 빈 거리가 됐다.
결론 메모 — AI는 묻는 만큼만 본다
오늘의 비교에서 한 줄만 가져간다면 이렇다. AI는 묻는 만큼만 본다. 셔터 12곳을 셔터 12곳으로만 묻는다면, 라떼 거품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거리의 결은 셔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셔터 옆 카페 유리창에 함께 있다. 다음 노동절에는 셔터와 카페를 한 줄로 묶어서 다시 던져볼 생각이다. AI는 도구다. 던지는 사람이 거리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먼저 적어야, 도구도 거리의 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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