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나는 AI 세 개에게 '망원에서 합정까지 한강 봄 산책 코스'를 물었다 — 직접 걸은 4.2킬로와 어긋난 일곱 지점

토요일 오전 9시 30분, 나는 ChatGPT, Claude, Gemini 세 개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 사는 20대 남자가 토요일 오전 망원에서 합정까지 한강을 따라 걷는 봄 산책 코스를 300자로 추천해 줘." 그리고 두 시간 동안 4.21킬로미터를 직접 걸었다. AI가 그린 풍경과 내가 본 풍경이 어디서 갈라졌는지, 일곱 지점을 적어 둔다.

같은 질문, 세 개의 답

세 AI 모두 망원유수지를 출발점으로 잡았다. ChatGPT는 "벚꽃 만개한 산책로"라 했고, Claude는 "봄 햇살 아래 자전거가 오가는 한강 둔치"라 했으며, Gemini는 "양화한강공원의 푸른 잔디"를 강조했다. 세 답 모두 비슷하게 "여유로운 토요일 오전"을 말한다. 문제는 4월 25일 오전 9시 50분, 망원유수지 입구에서 내가 본 풍경이 그 셋과 살짝씩 어긋났다는 거다.

어긋난 지점 1 — 벚꽃은 이미 졌다

ChatGPT가 적은 "벚꽃 만개"는 4월 첫 주의 풍경이다. 4월 25일 망원유수지의 벚나무는 잎이 돋아 있고, 바닥에는 갈색으로 변한 꽃잎 잔해가 빗자루 자국을 따라 모여 있었다. 나무 아래에서 셀카를 찍는 사람은 없었다. 그 자리에는 산책 나온 시바견 두 마리와, 이어폰을 낀 채 빠르게 지나가는 러너 네 명이 있었다. 4월 마지막 주의 한강은 사진 속 4월 첫 주와 다르다.

어긋난 지점 2 — 자전거가 사람보다 두 배 많다

Claude는 "자전거가 오간다"고 썼지만, 나는 실제로 셌다. 망원한강공원 진입 후 약 15분간 내 옆을 스쳐 간 자전거는 47대였다. 같은 시간 도보로 마주친 사람은 19명. 비율이 약 2.5 대 1. 토요일 오전 한강은 보행자보다 라이더의 시간이다. 합정 방향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더 벌어졌다.

어긋난 지점 3 — 잔디는 아직 푸르지 않다

Gemini가 그린 "푸른 잔디"는 5월 중순 이후의 빛깔이다. 4월 25일 양화한강공원의 잔디는 누런 갈색이 약 80퍼센트, 새순이 20퍼센트 정도였다. 멀리서는 푸르스름해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누런 결이 더 길다. AI는 사진으로 학습한 평균을 말하고, 나는 오늘 오전 9시 50분의 한 토막을 본다.

어긋난 지점 4 — 푸드트럭은 영업 전이다

세 AI 모두 "푸드트럭에서 커피 한 잔"을 추천했다. 그러나 4월 25일 오전, 양화한강공원의 푸드트럭 두 대는 셔터를 내린 채였다. 한 대에는 "Open 11:00"이라 종이로 붙어 있었다. 9시 50분에 한강에서 커피를 사려면 결국 둔치 위 망원동 골목으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AI 답변은 시간대를 모르고 평균을 말한다.

어긋난 지점 5 — 양화대교 아래는 차갑다

ChatGPT는 "양화대교 밑 시원한 그늘에서 잠깐 앉으라"고 적었지만, 4월 오전의 양화대교 하부는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어두운 콘크리트 공간이다. 봄 오전 기온이 14도쯤이어서 그늘에 5분 앉아 있으니 손끝이 차가워졌다. AI가 그린 "시원함"은 한여름의 시원함을 봄에 그대로 옮긴 셈이다. 봄과 여름의 그늘은 같은 그늘이 아니다.

어긋난 지점 6 — 합정 진입로는 공사 중이다

Claude는 "합정역 5번 출구까지 한 번에 걸어갈 수 있다"고 답했지만, 합정한강공원 출구 한 곳은 4월 25일 현재 펜스가 쳐져 있었다. 펜스에는 "안전 보강 공사, 2026.4.18~2026.5.10"이라 적혀 있었다. 우회 거리는 약 200미터. AI는 작년 봄 데이터로 길을 그리는 듯하다. 도시는 AI보다 빨리 바뀐다.

어긋난 지점 7 — 사람들의 표정은 슬로우모션이 아니다

Gemini는 "여유로운 표정의 시민들"이라 썼다. 그러나 내가 본 19명 중 절반 가까이는 무표정에 가까웠고, 셋은 통화 중이었으며, 둘은 헤드폰을 낀 채 무언가에 집중해 빠르게 걷고 있었다. 봄 한강은 영화 속 슬로우모션이 아니라 각자의 토요일 오전이 빠르게 흐르는 장소다.

AI는 평균을 말하고, 나는 오늘을 본다

세 AI의 답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학습 데이터의 평균을 잘 요약했을 뿐이다. 다만 그 평균은 4월 25일 오전 9시 50분의 망원~합정 4.21킬로와 일곱 군데에서 갈라졌다. 나는 AI에게 "오늘 한강이 어땠어?"라고 묻는 대신, 직접 걸어 보고 어긋난 지점을 적는 쪽을 택한다. AI는 도구이지 대필자가 아니다. 그게 한지후의 산책 노트다.

오늘의 메모

오전 9시 30분 출발, 오전 11시 12분 합정 도착. 누적 거리 4.21킬로미터, 평균 보행 속도 시속 약 2.5킬로미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4월 마지막 주, 한강은 사진보다 빨리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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