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추천한 서울 동네 산책 코스 5개를 한 주 동안 다 가봤다 — AI 큐레이션의 진짜 한계
ChatGPT에게 "20대 남자에게 어울리는 주말 산책 코스 5개"를 묻고 한 주 동안 직접 다 걸어봤다. AI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이번 주 보행 데이터로 분명해졌다.
5,200원짜리 실험
지난주 월요일 밤, ChatGPT에게 한 줄을 던졌다. "20대 남자에게 어울리는, 한 시간 안팎의 서울 주말 산책 코스 5개를 추천해줘. 너무 유명한 곳은 빼고." 답은 1분도 안 돼서 왔다. 망원동 한강길, 익선동 한옥 골목, 성수동 카페 거리 → 서울숲, 부암동 백사실 계곡, 세운상가 옥상길. 흔하면서도 살짝 어긋난 조합이었다.
이번 주 7일 동안 다섯 코스를 다 가봤다. 교통비 5,200원, 평균 보행 시간 한 코스당 약 1시간 10분, 휴대폰에 찍힌 총 걸음 수 39,840보. AI 큐레이션을 사람의 발로 검증해본 한 주의 기록이다.
코스별 7점 만점 셀프 채점
1) 망원동 한강길 — 6/7
가장 무난했다. 망원역 2번 출구 → 망원시장 한 바퀴 → 한강공원 입구. 평일 늦은 오후엔 라이딩 인파가 적어서 좋다. AI가 "젊은 자영업 가게 밀도가 높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2) 익선동 한옥 골목 — 5/7
종로3가역 4번 출구. 한옥 카페가 너무 빽빽해서 산책이라기보다 쇼윈도 구경에 가까웠다. AI가 "동선이 짧다"는 정보는 안 줬다. 30분이면 다 본다.
3) 성수동 → 서울숲 — 7/7
이번 주 1등. 성수역 3번 출구에서 서울숲까지 천천히 걸어 50분. 옛 공장 외벽이 그대로 카페가 된 모습은 사진 한 장에서 본 것보다 실물이 훨씬 좋았다. AI 추천이 가장 정확했다.
4) 부암동 백사실 계곡 — 4/7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7022번. 풍경은 좋았으나, 4월 중순엔 아직 물이 적었다. AI가 "초여름 추천"이라는 단서를 놓쳤다. 시기가 안 맞으면 절반의 코스가 된다.
5) 세운상가 옥상길 — 5/7
종로3가역 12번 출구. 옥상에서 본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은 분명 좋았는데, 평일 저녁이라 일부 구간이 닫혀 있었다. AI는 "주말만 일부 구간 개방"이라는 정보를 놓쳤다.
AI 큐레이션이 잘하는 것 / 못하는 것
5코스를 다 걸어보고 정리한 결론은 단순했다.
잘하는 것: 큰 그림. "20대 남자, 도시 산책"이라는 모호한 컨텍스트에서 평균적으로 어울리는 다섯 후보를 1분 안에 뽑아준다. 사람이 직접 검색하면 한 시간 걸릴 일이다.
못하는 것: 시점·시간·계절 조건. AI는 "지금 이 주말, 지금 이 날씨, 지금 이 평일 저녁"이라는 정확한 변수에 약하다. 부암동의 4월 물 부족, 세운상가의 평일 폐쇄 같은 디테일은 AI 답에서 빠진다.
해결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AI에게 물을 때 시점 변수를 강제로 끼워 넣는다. 예: "이번 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4월 중순, 비 안 오는 날 기준"으로 다시 묻는다. 답이 한 단계 더 정확해진다.
20대 도시 산책자가 AI를 도구로 다루는 법
20대인 내가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별 거 없다. 도시는 매주 다르다. 지난주에 좋았던 코스가 이번 주엔 시들할 수 있고, 한 번 지나쳤던 골목이 다음에 단골이 되기도 한다. AI는 이 변덕스러운 도시를 한 번에 다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다. 매주 한 번씩 새로운 후보를 던져주는, 친절한 큐레이션 친구에 가깝다. 결정권은 결국 발 끝에 있다.
마무리
이번 주 산책으로 단골 후보가 한 곳 늘었다 — 성수동에서 서울숲으로 이어지는 50분 코스. 다음 주말 비 안 오면 한 번 더 갈 생각이다. 그땐 카메라 대신 가벼운 노트 한 권만 들고. AI 추천은 한 번 검증되면 그 다음엔 내 코스가 된다. 도시는 그렇게 한 주씩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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