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1가 아차산로17길 — 5월 넷째 목요일 오전 11시 49분, 봄 끝자락 남자 면 셔츠와 가죽 운동화 다섯 컷

직접 걸으며 본 것만 적는다. 5월의 마지막 자락, 햇볕은 따끔하고 그늘은 서늘했다. 한낮 햇볕에서 잰 체감 온도는 섭씨 24도쯤, 그늘에서는 17도쯤이었다. 5월 21일 오전 11시 49분, 성수1가 아차산로17길 모퉁이에 5분쯤 멈춰서 짧게 본 다섯 사람의 옷차림을 컷별로 적는다. 셔츠 한 장이 어떻게 봄과 여름 사이의 좁은 틈을 메우는지가 오늘 적을 한 줄이다.

첫째 컷 — 면 셔츠 베이지, 소매 두 번 접음

20대 후반쯤, 옅은 베이지 면 셔츠를 입은 남자가 카페 입구 앞 화단에 기대 서 있었다. 셔츠는 두툼한 평직 면이고 단추 일곱 개. 소매를 정확히 두 번 접어 팔꿈치 위로 1.5cm쯤 올라간 자리에서 멈췄다. 아래는 짙은 회색 와이드 면 팬츠, 바짓단이 발등 위 약 2cm 위에서 끊겼다. 신발은 갈색 가죽 더비, 끈은 두 번씩 묶었다. 모자는 쓰지 않았고 머리는 약간 자란 투블록. 셔츠 한 장으로 봄 끝자락의 햇볕을 막고 그늘의 서늘함을 견디는 가장 흔한 조합이었다. 봄의 다섯 자릿수 옷차림 중 가장 보수적인 한 컷.

둘째 컷 — 줄무늬 셔츠, 두 명

두 남자가 같은 모양의 줄무늬 셔츠 다른 색을 입고 같이 걸어왔다. 한 명은 회색과 흰색 1mm 간격 핀스트라이프, 다른 한 명은 진청과 흰색 2mm 간격. 둘 다 면 100%로 보였고, 위에서 단추를 두 칸까지 풀었다. 회색 핀스트라이프 쪽은 베이지 치노를, 진청 쪽은 짙은 청 데님을 받쳤다. 둘 다 가방을 어깨에 가로질러 멨다. 둘이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닐 만큼 친하지만 색을 한 칸씩 비껴 입을 만큼 또 거리감이 있다. 봄의 마지막에 친구끼리 입는, 같은 셔츠 같은 색이 아닌 같은 셔츠 다른 색이라는 미세한 거리감이 보였다.

셋째 컷 — 오버사이즈 옥스퍼드, 흰색

세 번째는 키가 178cm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오버사이즈 옥스퍼드 흰 셔츠 한 장만 입었다. 셔츠가 허벅지 중간까지 떨어졌고, 어깨선이 어깨 끝에서 4cm쯤 흘러내려 있었다. 안쪽에 흰 민소매 한 장이 옅게 비쳐 보였다. 아래는 짙은 진청 직선 데님, 바짓단이 발등에 닿을 듯 떨어져 한 번 접혔다. 신발은 흰 캔버스 운동화, 양말은 보이지 않을 만큼 짧은 발목 양말. 가방은 없었고 손에 든 건 종이 영수증 한 장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봄의 끝과 여름의 입구를 동시에 입은 컷이었다.

넷째 컷 — 면 셔츠 위에 얇은 카디건

네 번째 남자는 회색 카디건을 한 장 더 걸쳤다. 카디건은 5게이지쯤 되어 보이는 얇은 면 니트, 단추 다섯 개 중 가운데 두 개만 잠갔다. 안에는 옅은 하늘색 면 셔츠. 아래는 검정 면 팬츠, 바짓단이 흰 운동화 끈 위에 닿았다. 안경테는 메탈 라운드, 시계는 검정 가죽 줄에 흰 다이얼. 카디건 한 장이 5월의 서늘한 그늘 6도쯤을 메워주는 구조였다. 오전과 오후의 온도 차가 8도쯤 나는 5월 끝자락에서 가장 합리적인 한 장이었다. 셔츠 위에 셔츠를 한 장 더 얹는 대신 단추 다섯 개짜리 니트로 끝낸 것이 효율적이라 봤다.

다섯째 컷 — 셔츠보다 셔츠 자켓에 가까운 한 장

다섯 번째는 셔츠보다 셔츠 자켓에 가까운 한 장이었다. 길이는 허리뼈에서 2cm 아래에서 끊기는 짧은 컷, 옅은 카키색 코튼 트윌. 안에는 흰 라운드 티 한 장. 아래는 흑색 와이드 면 팬츠, 바짓단이 두 번 접혀 발목 복사뼈가 절반쯤 드러났다. 신발은 짙은 갈색 로퍼, 굽 약 2cm. 양말은 짙은 회색 면. 셔츠 자켓 한 장이 셔츠와 봄용 자켓 사이의 좁은 틈을 메우는 5월 마지막 주의 답처럼 보였다. 셔츠는 가벼워서 그늘에서 춥고, 봄용 자켓은 두꺼워서 햇볕에서 더운데, 셔츠 자켓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멈추는 한 장이었다.

결론 메모

다섯 컷을 늘어놓고 보면 5월 끝자락 성수1가 남자 옷차림의 한 줄짜리 결론이 보인다. "셔츠 한 장으로 봄과 여름 사이의 7도쯤을 메운다." 카디건이든 셔츠 자켓이든 모두 셔츠를 중심에 두고 위 또는 옆에 얇은 한 장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이었다. 가죽 운동화나 갈색 더비, 갈색 로퍼처럼 발에는 짙은 색의 가죽이 다섯 컷 중 세 컷이었다. 색은 베이지, 옅은 하늘색, 짙은 회색, 카키, 흑색이 한 컷씩 골고루였고, 패턴은 무지 셋과 1~2mm 핀스트라이프 둘로 갈렸다. 다음 주에는 같은 골목에서 셔츠가 반팔로 갈아입혀지는 순간과, 발의 가죽이 캔버스나 메시로 바뀌는 순간을 다시 보러 가야겠다. 봄이 여름에게 자리를 내주는 한 주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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