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11시 27분, 점심 직전의 시청역 6번 출구 옆 서울도서관 계단에서 — 한지후의 일기 16: 5월 첫 월요일 옆 자리 노트북 다섯과 종이컵 둘
월요일 점심 직전,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시청역 6번 출구 옆 서울도서관 외부 계단에 25분 앉았다. 계단 한 칸은 가로 12미터쯤, 세로 30센티쯤. 옆 자리에 노트북을 펴 놓은 사람이 다섯, 종이컵을 든 사람이 둘. 5월 첫 월요일의 정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자세를 한지후가 일기 16번으로 적는다.
11시 27분, 6번 출구 옆 계단의 첫 자리
나는 오늘 11시 5분에 사무실 회의가 끝났고, 12시까지 33분이 비었다. 시청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서울도서관의 외부 계단이 보인다. 계단은 광장 쪽으로 펼쳐져 있고, 한 칸의 폭이 30센티가 채 안 된다. 나는 위에서 세 번째 칸 가장 왼쪽에 앉았다. 엉덩이가 절반은 계단 위, 절반은 허공에 걸린다. 5월 첫 월요일의 햇볕이 세지지 않아서 등이 따뜻하지 않고 미지근했다. 시계로 11시 27분, 점심까지 33분.
옆 자리 다섯의 노트북
왼쪽으로 두 칸 떨어진 자리에 회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노트북을 펴고 있었다. 화면은 엑셀 같았다. 셀이 가로로 빼곡했고 그가 마우스를 한 칸씩 옆으로 옮길 때마다 셔터처럼 화면이 다시 칠해졌다. 그 옆에는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의 여자가 맥북을 무릎에 얹어 두고 키보드를 두 손가락으로만 두드렸다. 새끼손가락은 컵을 쥐고 있었다. 그 너머로 두 사람이 더, 그리고 가장 끝자리에 청록색 후드티가 한 명. 모두 노트북. 모두 화면이 보이지 않게 살짝 등을 굽혀 있었다. 다섯 명의 어깨가 같은 각도로 굽어 있는 게 묘했다.
종이컵 둘과 그 사이의 거리
그 다섯 사이에 종이컵을 들고 앉은 사람이 둘 있었다. 한 명은 흰색 컵, 한 명은 갈색 컵. 흰색 컵은 김이 사라진 지 오래였고, 갈색 컵은 뚜껑에 적힌 매장 이름이 보였다. 카페 이름은 적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르는 듯 등을 1.5미터쯤 떨어뜨려 앉았다. 그러면서도 같은 방향, 광장 쪽 분수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수대는 오늘 가동되지 않았다. 5월 첫 월요일에는 점심시간 전에는 물이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또는 알면서 그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11시 41분, 광장을 가로지른 일곱 명
11시 41분에 광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사람이 일곱이었다. 다섯은 정장, 둘은 트레이닝복. 정장 다섯 중 셋은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고, 줄에 매달린 증명서가 걸음마다 가슴을 톡톡 쳤다. 트레이닝복 둘은 바로 옆 호텔에서 나온 듯 슬리퍼 차림이었다. 그들 중 누구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광장은 통과되는 곳이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는 약속을 5월 첫 월요일의 사람들이 동시에 지키고 있었다. 나만 머물고 있었다.
광장 가장자리에 핀 철쭉 일곱 송이
계단에서 일어나서 좌측으로 다섯 걸음 옮기면 작은 화단이 있었다. 화단에는 분홍색 철쭉이 핀 가지가 일곱 송이쯤. 철쭉의 꽃잎 한 장은 손톱만 한 크기였고, 다섯 잎이 모인 한 송이는 어른 엄지 정도였다. 그 옆 흙은 어제 비가 왔는지 가장자리만 살짝 어둡게 젖어 있었다. 흙 색은 회갈색.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면 자국이 남을 만큼 부드러웠지만 누르지는 않았다. 5월 첫 월요일의 도서관 화단에 5분쯤 더 머물렀다. 철쭉이 지는 시기가 곧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일기에 적어 두기로 한다.
계단의 온도와 등의 온도
계단은 시멘트인 줄 알았는데 화강암이었다. 손바닥을 댔을 때 온도가 18도쯤. 5월 첫 월요일 정오 직전의 외부 계단은 따뜻해질 만큼 햇볕이 들지 않아서 그 온도였다. 등을 살짝 기댔더니 셔츠 너머로 차가움이 들어왔다. 30초쯤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가 등을 떼고 다시 곧게 앉았다. 옆 자리 후드티 남자가 한 번 나를 흘긋 봤고, 곧 다시 엑셀로 돌아갔다. 우리는 같은 자세로 5월 첫 월요일의 같은 햇볕을 받고 있었다. 다른 일을 했지만.
11시 52분, 일어서기 8분 전
점심까지 8분 남은 11시 52분에, 옆 자리의 다섯 노트북 중 두 대가 동시에 닫혔다. 화면이 사라지는 소리가 짧게 두 번. 종이컵을 든 둘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셋의 노트북도 아직 열려 있었다. 나도 일어서지 않았다. 8분이 남았으면 더 보고 싶었다. 일기 16에는 결국 일어서는 장면을 적지 않기로 한다. 5월 첫 월요일의 시청역 6번 출구 옆 계단에는 정오 직전까지 다섯의 굽은 어깨와 두 개의 종이컵, 한 명의 한지후가 같은 각도로 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론 메모. 점심 시간은 12시에 시작되지만, 점심 직전의 33분이 더 오래 기억된다. 다섯의 노트북은 어떤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고, 둘의 종이컵은 어떤 마음이 식기를 기다렸다. 나는 둘 다 기다리지 않고 그저 앉아 있었다. 그게 월요일이 가장 평등해지는 시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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