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토요일 오후 1시 22분, AI에게 '1989년 충정로 골목'을 다섯 번 묘사하게 했다 —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렸나

토요일 오후, 충정로5가 인근 카페에서 노트북을 폈다. AI 챗봇에게 "1989년 충정로 골목"을 다섯 번 묘사하게 했고, 그중 어느 부분이 사진·기록과 일치했고 어느 부분이 어긋났는지 한 줄씩 대조했다. AI는 빠르게 가설을 만들었지만, 사라진 골목의 색과 냄새는 끝내 데이터에 없었다.

오늘 자리 잡은 카페 — 충정로5가, 오후 1시 22분

오후 1시 22분, 충정로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쯤 걸어 들어간 골목 모퉁이의 1층 카페에 앉았다. 4층짜리 작은 건물이고, 천장 높이가 대략 2.7m라 답답하지 않다. 창밖으로는 충정로 큰길과, 한때 적산가옥과 슬레이트 지붕 단층집들이 늘어섰던 골목 자리가 보인다. 지금은 7층 오피스텔 한 동과 노상 주차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노트북을 펴고 AI 챗봇에 접속했다. 오늘의 부탁은 단 하나였다 — "1989년 봄의 충정로 골목을, 행인의 시점에서 다섯 번 다른 방식으로 묘사해 줘."

첫 번째 묘사 — "좁은 골목, 슬레이트 지붕, 노란 가로등"

AI는 망설임 없이 첫 묘사를 풀어냈다. "좁은 골목, 양옆에 슬레이트 지붕 단층 가옥, 노란 가로등이 6m 간격으로 서 있고, 골목 끝에는 미장원이 보인다." 나는 휴대전화로 90년대 초에 찍힌 동네 사진 두 장을 띄워 한 줄씩 대조했다. 슬레이트 지붕은 맞다. 가로등은 노란빛이 아니라 청백색 수은등이 더 많았다. 미장원 위치도 비슷하지만, 골목 끝이 아니라 두 번째 모퉁이에 있었다. AI는 80년대 한국 골목의 평균값을 그렸을 뿐, 충정로의 디테일을 직접 본 적이 없다.

두 번째와 세 번째 — AI가 자신 있게 틀린 것

두 번째 묘사에서 AI는 "벽돌은 붉은색이고, 시멘트 마감의 담장이 1.8m 높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진을 보면 벽돌은 회갈색이 더 많았다. 80년대 후반 서대문 일대는 새로 들여온 회벽돌을 즐겨 썼다. 세 번째 묘사에서는 "전봇대가 골목 한가운데에 박혀 있다"고 했다. 실제 충정로3가의 골목은 폭이 약 3.2m로 좁아 전봇대는 골목 입구에만 있었고, 안쪽으로는 처마 밑을 따라 전선이 X자로 늘어졌다. AI의 문장은 자신 있고 매끄러웠지만, 그 자신감이 종종 거짓의 표면이 된다.

네 번째 — AI가 처음으로 "모르겠다"고 한 순간

네 번째 묘사를 시키며 일부러 범위를 좁혔다. "1989년 5월의 충정로3가 골목, 비가 그친 직후의 공기 냄새를 묘사해 줘." AI는 한 번 멈췄다. "이 동네의 정확한 봄 우후 냄새 데이터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반적 묘사를 덧붙였다 — "젖은 시멘트, 연탄가루, 멀리서 끓는 짜장면 기름 냄새." 절반은 맞고 절반은 어긋났다. 1989년이라면 동네에 따라 이미 도시가스로 절반 이상 바뀐 시점이어서 연탄 냄새가 골목마다 달랐다. 그래도 AI가 "모르겠다"고 인정한 그 한 줄이, 오히려 내가 신뢰한 첫 문장이었다.

다섯 번째 — 내가 두 줄을 덧붙인 뒤

다섯 번째에서는 내가 먼저 두 줄을 보탰다. "충정로3가에는 80년대 후반까지 옷 수선집이 적어도 다섯 곳이 있었고, 그중 한 곳의 미닫이 유리문에는 노란 비닐 햇빛가리개가 붙어 있었다." 이 두 줄을 입력한 뒤 같은 부탁을 다시 했다. AI는 내 디테일을 받아 묘사를 다시 짰다 — "햇빛가리개의 노란빛이 유리문 안 마네킹 어깨에 비스듬히 떨어진다." 이 문장은 좋았다. 다만 그 좋음은 AI의 것이 아니라, 내가 끼워 넣은 두 줄에서 자라난 것이다.

결론 메모 — AI는 산책의 동료지 대필자가 아니다

오후 3시 4분, 카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의 각도가 한 시간 사이 30도쯤 기울었다. 다섯 장의 묘사를 닫고 노트북을 덮으며 적었다. "AI는 사라진 골목의 가설을 빠르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 가설은 내가 직접 본 디테일을 만나야만 사실에 가까워진다." 산책의 끝에서 AI는 동료다. 산책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다음 토요일에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부탁을 다른 골목으로 바꿔 다시 시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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