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셋째 토요일 오후 1시 53분, 청파2구역 청파로47길에서 — 비워진 다세대 여덟과 마지막 만두집 한 곳

나는 5월 셋째 토요일 오후 1시 53분, 숙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청파로47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청파2구역 정비구역으로 묶인 한 블록을 30분쯤 걸으며, 비워진 다세대 여덟과 아직 셔터를 올린 만두집 하나, 세탁소 한 곳을 셌다. 곧 헐릴 골목의 회벽과 우편함, 토요일 점심의 김 두 줄을 그대로 적어 둔다.

숙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47길 안쪽으로

나는 9번 출구로 올라와 청파로의 4차로 길을 건넜다. 오후 1시 53분이었고, 햇살은 거의 머리 위에 있었지만 5월 중순치고는 부드러웠다. 휴대폰 기상에 섭씨 22도, 습도 51퍼센트, 풍속 초속 1.4미터. 청파로47길은 본도로에서 안쪽으로 60미터쯤 들어가면 갑자기 길이 좁아진다. 4차로에서 6미터 골목으로, 보도가 사라지고 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간다. 길 모퉁이 부동산 유리창에 청파제2구역 정비사업 안내 출력물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인쇄 날짜는 2025년 11월이라고 적혀 있고,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색돼 있었다.

비워진 다세대 여덟과 남은 표찰

골목으로 70미터 들어가 만난 첫 번째 블록에서 나는 비워진 집을 세기 시작했다. 단층 한 채, 2층 다세대 셋, 3층 다세대 둘, 다시 단층 둘. 합쳐 여덟 채. 모두 현관문에 적색 이주 완료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그 옆에 흰 종이로 출입금지 안내문이 한 장씩 더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사업시행자 이름과 2026년 6월이 적혀 있었다. 6월이면 다음 달이다. 한 다세대 외벽에는 옛 입주자 이름 표찰 셋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송, 김, 박. 끝의 박 자 옆에는 매직으로 쓴 작은 이사라는 글자가 있었다. 누가 언제 적은 건지는 모른다.

마지막 만두집과 토요일 점심 줄

골목 중간쯤, 좌측으로 꺾이는 지점에 만두집이 한 곳 셔터를 끝까지 올린 채 영업하고 있었다. 간판은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졌고, 형광등 두 개가 입구 위에서 깜박이지 않고 평평하게 빛났다. 안쪽 찜기에서 김이 두 줄 올라왔다. 추정 섭씨 60도쯤. 메뉴판은 입구 옆 벽에 손글씨로 한 장. 김치만두 1인분 6,000원, 고기만두 6,500원, 손칼국수 7,000원. 출입문 앞에 노인 둘과 30대 남자 하나가 줄을 서 있었고, 그 뒤로 내가 네 번째였다. 안 들어가고 셋만 사진 없이 메모했다. 만두집 사장님 추정 60대 후반 여성. 셔터를 닫는 시간은 손글씨로 따로 적혀 있지 않았다.

회벽과 시멘트 블록담의 30년

만두집 맞은편 빈 다세대의 외벽은 회벽 위에 페인트를 두 겹 덧칠한 흔적이 있었다. 회벽 두께는 눈대중으로 1.5센티미터쯤. 일부는 박리되어 손가락 두 마디 깊이로 떨어져 나갔고, 그 안쪽에서 90년대 초의 회색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났다. 옆 담장은 시멘트 블록 8단으로 쌓아 위에 철망 한 줄을 더 올린 형태. 블록 사이 줄눈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키 작은 잡초가 다섯 군데 자랐다. 어림잡아 30년쯤 그 자리에 있었을 담이다. 이 골목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풍경은 회벽의 박리, 그리고 그 박리 자국 위에 새로 붙은 적색 이주 스티커였다.

토요일 오후의 그늘 자리

골목 끝에서 다시 좌측으로 꺾으면 길이 2미터 더 좁아진다. 그 좁은 지점에 30년쯤 된 가로등이 한 대 서 있었고, 가로등 아래에 빈 화분 셋이 줄지어 있었다. 화분 안에는 검게 마른 흙만 남아 있었다. 그 옆 담장 그늘에 평상 하나, 그 위에 슬리퍼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주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나는 평상 끝에 잠시 서서 시간을 봤다. 2시 14분. 약 20분을 걸은 셈이다. 멀리 만두집 쪽에서 김 두 줄이 여전히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이쪽 담장에서 우편함을 한 번 더 셌다. 셔터가 반쯤 내려간 세탁소까지 합쳐, 가게는 만두집과 세탁소 둘.

다음 산책 메모

한 번 더 와야 할 골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월에 다시 가면 만두집 셔터가 어느 쪽으로 닫혀 있을지 모른다. 다음 주 토요일 같은 시간, 같은 9번 출구에서 청파로47길 반대쪽 청파로45길을 30분 걷고 비교 메모를 남길 계획이다. 청파2구역의 경계가 어디에서 어떻게 잘렸는지, 같은 블록 안에서도 어느 골목은 비워졌고 어느 골목은 여태 셔터를 올리는지를 짚어 두고 싶다. 곧 사라질 것일수록 미리, 천천히 적어 두는 것이 내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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