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목요일 오후 1시 53분, 충정로3가 충정아파트 — 1937년에 올라온 4층 콘크리트와 외벽 균열 일곱 줄 24분
나는 5호선 충정로역 9번 출구를 나와 충정로3가 89-14, 충정아파트 앞에 섰다. 1937년에 지어진 4층짜리 콘크리트 한 채가 88년째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24분 동안 외벽을 따라 한 바퀴를 돌며 균열 일곱 줄과 도색 자국 세 겹, 옥상 빨랫줄과 1층 상가 다섯 칸을 세었다.
오후 1시 53분, 충정로역 9번 출구에서 본 첫 인상
나는 5호선 충정로역 9번 출구를 나섰다. 오후 햇빛이 비스듬하게 떨어지고 있었고, 5월 마지막 주의 공기는 약 24도쯤이었다.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자 약 60미터 앞쯤에 그 건물이 있었다. 충정아파트. 88년을 같은 자리에서 버틴 사다리꼴 평면의 4층 콘크리트 한 채. 첫 인상은 익숙한 도심의 일부 같다가도, 외벽 색을 보면 분명히 도드라졌다. 회색에 가까운 미색 위로 짙은 갈색 띠가 1층 상가 직상부에 두 줄 그어져 있었다. 마치 건물 자신이 "여기까지가 옛날, 여기부터가 현재"라고 말하는 듯한 띠였다.
1937년 4층, 한국에서 가장 오래 버틴 도시형 아파트
충정아파트는 1937년에 지어진 한국 초기 도시형 아파트 가운데 현재까지 같은 자리에서 거주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처음 이름은 도요타아파트. 일제강점기 일본인 사업가가 임대용 아파트로 올렸다고 전해진다. 해방 이후 풍림아파트, 유림아파트를 거쳐 1979년 무렵부터 충정아파트로 굳어졌다고 한다. 4층, 약 60호. 지하에는 한때 공동 보일러실과 창고가 있었다고 들었다. 내가 이 건물의 정보를 처음 접한 것은 2년 전 도서관에서였는데, 그때 본 사진과 오늘 직접 본 외관 사이에는 도색 한 겹이 더 얹혀 있었다.
외벽 균열 일곱 줄과 도색이 덮은 세 겹의 시간
외벽을 따라 한 바퀴 돌며 보이는 균열을 세었다. 굵은 균열 세 줄, 가는 균열 네 줄, 도합 일곱 줄. 길이는 짧으면 약 50센티미터, 길면 약 2.4미터쯤이었다. 균열 안쪽으로 도색이 세 겹 정도 보였다. 가장 안쪽은 약간 누런 미색, 중간은 회청색, 가장 바깥은 지금의 미색. 시간이 색으로 적층되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손바닥으로 외벽을 살짝 짚어 보았다. 5월 오후 햇빛을 받은 콘크리트는 섭씨 28도쯤이었고, 곳곳에 모래 알갱이 같은 거친 입자가 느껴졌다. 1937년에 비빈 시멘트 배합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는 말 못 하지만, 적어도 첫 콘크리트의 뼈대 위에 88년 동안 도색과 보수가 얹힌 결과인 것은 분명했다.
1층 상가 다섯 칸과 옥상 빨래의 흔적
정면 1층에는 작은 상가 다섯 칸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좌측부터 세탁소, 작은 분식집, 사진 인화소, 부동산, 그리고 빈 칸 하나. 세탁소 유리창 안쪽에는 셔츠 약 14벌이 일정 간격으로 걸려 있었다. 분식집은 점심 손님이 빠진 직후였는지 의자 여섯 자리 중 한 자리에 60대로 보이는 손님이 한 분 남아 떡볶이를 천천히 드시고 있었다. 옥상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빨랫줄이 보였다. 흰 수건 두 장, 베이지색 면 셔츠 한 장, 어두운색 양말 두 켤레가 5월 오후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88년 된 건물 위에 오늘의 빨래가 그렇게 걸려 있었다.
88년 건물 옆에 새로 올라간 오피스텔 두 동
충정아파트의 동쪽으로 약 12미터 떨어진 곳에 18층짜리 오피스텔 한 동이, 서쪽으로 약 30미터 떨어진 곳에 24층짜리 오피스텔 한 동이 있었다. 두 오피스텔 모두 외벽이 짙은 회색 패널이고, 창은 가로 약 1.2미터, 세로 약 1.8미터쯤이었다. 그 사이에 4층짜리 미색 건물이 끼어 있는 풍경은, 시간의 단층이 그대로 노출된 단면도 같았다. 사진 한 장으로 88년과 10년이 동시에 들어왔다. 도시는 이런 단면을 자주 만든다. 그리고 단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층은 늘 가장 작고, 가장 잘 잊힌다.
결론 메모
24분 동안 한 바퀴를 돌고, 9번 출구 방향으로 다시 걸었다. 충정아파트는 재개발 논의의 대상 후보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 본 외벽 균열, 도색 세 겹, 옥상의 빨래는 적어도 오늘까지는 분명히 생활 중인 건물의 흔적이었다. 88년이라는 숫자는 추상이지만, 88년이 만든 외벽 표면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건물을 약 1년 뒤에 같은 자리에서 다시 확인하기로 메모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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