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셋째 수요일 오후 1시 53분, AI 셋에게 '2031년 답십리17구역 답십리로58길'을 묘사하라 했다 — 직접 걸은 33분과 어긋난 다섯 지점
답십리17구역은 동대문구청 동쪽, 답십리역 5번 출구에서 직진 4분 거리에 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이주가 절반쯤 진행됐다. 나는 같은 시각 AI 셋에게 2031년의 이 골목을 묘사해 달라 부탁한 뒤, 답십리로58길을 직접 33분 걸었다. 일치한 것보다 어긋난 것이 훨씬 많았다.
정확히 이렇게 물었다
2026년 5월 20일 오후 1시 21분, 나는 세 AI에게 같은 프롬프트를 동시에 던졌다. "2031년 5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7구역 답십리로58길의 풍경을 200자로 묘사해 달라. 건물 유형, 가로 폭, 가로수, 보행자 연령대, 1층 업종 다섯 가지를 포함할 것." 답안은 길이는 비슷했지만, 디테일이 셋 다 달랐다. 그래서 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답십리역 5번 출구로 향했다.
답안 셋이 공통으로 그린 2031년
세 답안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 완료" 상태로 그렸다. 한 곳은 25층, 다른 곳은 30층, 또 한 곳은 "재건축 마무리 단계"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1층 업종은 셋 다 약속한 듯 "프랜차이즈 카페·편의점·부동산"을 댔다. 가로수는 둘이 은행나무, 하나가 느티나무. 보행자는 셋 다 "30~40대 가족 단위"라고 적었다. 이 마지막 부분이 가장 의심스러웠다. 검색 시점(2026-05-20) 기준 답십리17구역은 정비계획 결정·관리처분까지 진행됐고, 보도자료는 "2028년 상반기 착공 목표"였다. 2031년 5월까지 완공이 가능한가?
내가 수요일 오후 1시 21분에 본 것
답십리역 5번 출구에서 직진 4분. 답십리로58길 진입. 골목 폭은 줄자로 잰 게 아니라 두 발 폭으로 짐작했다. 4.6m쯤.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면 보행자는 벽에 붙어야 했다. 가로수는 없었다. 골목 양쪽은 4층 빨간 벽돌 다세대주택. 추정 준공 연도는 1985년에서 1992년 사이. 외벽에는 도시가스 배관이 표면을 따라 줄지어 있고, 페인트로 두 번쯤 덧칠한 우편함이 1층 입구마다 붙어 있었다. 1층은 빈 점포가 많았다. 영업 중이던 곳은 세탁소 한 곳, 분식집 한 곳, "고양이 있음" 종이가 붙은 빈 점포 한 곳. 이주가 끝난 집의 창문에는 신문지가 X자로 붙어 있었다. 종이의 날짜를 두 곳 확인했다 — 2025년 11월 23일, 2026년 1월 9일. 사람이 빠져나간 순서가 종이 위에 남아 있었다. 어떤 집 현관문에는 노란 정비구역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종이 모서리가 비를 두어 번 맞은 듯 둥글게 말려 있었다.
어긋난 다섯 지점
첫째, 가로수다. AI 셋이 모두 가로수를 그렸지만, 현재 골목 폭 4.6m에는 가로수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재건축 후 가로 확장 계획이 폭 확장을 포함하지 않으면 은행나무도 느티나무도 들어올 수 없다. 둘째, 보행자 연령이다. 오후 1시 47분, 골목 끝에서 만난 사람은 작은 의자에 앉아 라디오를 듣던 70대 노인, 자전거로 지나간 배달원, 그리고 나. "30~40대 가족"은 어디에도 없었다. 셋째, 1층 업종. 인근에 학원가가 가까워 재건축 후 1층은 카페보다 학원·문구·서점 비중이 클 가능성이 높다. 넷째, 일정이다. 착공 목표가 2028년인 사업이 2031년 5월에 입주까지 끝났을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낮다. 다섯째, 사라지지만 남는 것. 신문지 X자, 라디오 소리, 작은 의자. AI 답안에는 하나도 없었다.
AI가 못 잡는 디테일
오후 1시 53분, 골목 중간에서 들은 소리를 적어 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트로트 한 구절, 멀리서 들린 굴착기 두 번의 둔탁한 충격음, 비둘기 다섯 마리의 날갯짓, 분식집 안쪽에서 누군가 식기를 헹구는 물소리. AI가 그린 2031년 골목에는 소리가 없었다. 냄새도 없었다. 분식집 문틈으로 새어 나온 어묵 국물 냄새, 빈 점포 앞에 쌓인 종이상자의 눅눅함, 이주한 집 마당에서 풍기는 마른 흙냄새, 이 세 가지는 묘사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또 빛도 빠져 있었다. 오후 햇빛은 골목의 한쪽 벽만 비스듬히 비추고, 반대편 벽은 1시간째 그늘이었다. AI는 평균값으로 미래를 그린다. 평균값에서 빠지는 것이 가장 빨리 사라지는 것이다.
결론 메모
2031년의 답십리17구역은 어쩌면 AI 셋이 그린 풍경을 닮을지도 모른다. 그건 33분의 골목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의 이야기다. 사라지는 것은 평균이 아니라 디테일이다. 다음 답사 메모로 두 가지를 적어 둔다 — 답십리17구역 정비계획 공람본 직접 확인, 6월 첫째 주에 답십리로58길 다시 걷기. 신문지 날짜가 더 늘어났는지, 의자의 노인이 같은 자리에 있는지 확인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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