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일요일 오전 10시 18분, 사직단 돌담길 — 일요일 아침의 그늘 다섯 곳

5월 둘째 일요일, 오전 10시 18분의 사직단 돌담길은 아직 그늘이 길었다. 어버이날이 지난 자리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가 떨어져 있었고, 빈 의자 다섯 개가 햇볕을 받고 있었다. 이 글은 그 짧은 산책의 노트다.

사직로9길, 돌담의 안쪽 온도

사직로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면 사직로9길이다. 나는 매동초등학교 후문 쪽에서 돌담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돌담은 어른 키 정도, 어림잡아 1.6m쯤이고, 위쪽으로는 기와가 한 줄로 얹혀 있다. 손등을 대보니 그늘 쪽 돌은 차가웠다. 햇볕을 받은 길 가운데는 반팔이 어색하지 않은 온도였는데, 돌담을 한 발자국 옆으로 비켜서면 셔츠 한 장이 한 겹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늘과 햇볕의 차이가 5월에 가장 분명해진다는 말이 어떤 건지 손바닥으로 확인했다.

그늘 다섯 곳, 빈 의자의 자리

걷는 동안 의자 다섯 개를 셌다. 다섯 개 모두 비어 있었고, 다섯 개 모두 그늘에 놓여 있었다. 첫 번째는 사직단 서쪽 담장 바깥, 가로수 아래의 벤치였다. 등받이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누군가 두고 간 종이컵 하나가 옆에 놓여 있었다. 두 번째는 동네 약국 앞의 플라스틱 의자, 세 번째는 미용실 앞의 등받이 없는 나무 의자였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사직공원 안쪽으로 들어가서 만난 벤치였다. 일요일 아침의 의자들은 다 그늘에 있었다. 햇볕에 놓인 의자는 한 개도 없었다.

카네이션 한 송이, 어버이날 이틀 뒤

사직로9길에서 사직동 주민센터 쪽으로 꺾는 골목, 누군가의 집 대문 앞에 카네이션 한 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줄기가 짧게 잘려 있었고, 빨간 꽃잎 가장자리는 하루이틀 사이에 마른 듯했다. 어버이날이 5월 8일 금요일이었으니 이틀 전의 꽃이다. 누가 두고 간 건지, 누군가가 받은 뒤 떨어뜨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한 송이가 일요일 아침의 골목에 작은 표지처럼 놓여 있었다는 것만 적어두기로 했다. 옆에는 종이로 만든 작은 카드 조각도 있었다. 글씨는 빗물에 번져서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었다.

11시 직전의 봄볕, 셔츠 안쪽의 온도

사직공원의 분수대 광장에 도착했을 때가 10시 49분쯤이었다. 11시가 가까워지자 햇볕이 분명히 강해졌다. 옷차림은 셔츠 한 장에 얇은 바람막이를 허리에 묶고 있었는데, 그늘에서 햇볕으로 나오면 바람막이가 무겁다는 생각이 한 번씩 들었다. 분수대는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물 자국이 둥글게 남아 있고, 한가운데에는 1980년대쯤에 만들어진 듯한 회색 콘크리트 단이 그대로 있었다. 정확한 연도는 표지가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 검색 시점 기준의 기록만 두고, 다음 산책에서 다시 확인해 보기로 했다.

20대인 내가 일요일 아침을 걷는 이유

일요일 아침의 동네는 평일과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셔터를 닫은 가게가 열려 있는 가게보다 많고, 사람보다 빈 의자가 먼저 보인다. 나는 그 속도를 좋아한다. 평일에는 서둘러 지나가는 골목을, 일요일에는 한 번 멈추고 손등을 돌담에 대볼 수 있다. 트렌드 리포트를 쓰러 다니는 평일의 나와, 한 골목의 그늘 다섯 곳을 세는 일요일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호흡으로 도시를 본다. 둘 다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산책 메모

사직단 안쪽의 정전과 부속 건물을 차례로 둘러보지 못했다. 다음 일요일 오전, 비슷한 시간대에 다시 와서 사직단 돌담의 동쪽 면도 걸어볼 생각이다. 동쪽은 햇볕을 더 오래 받는 면이라, 같은 의자가 어느 시간대에 그늘에서 햇볕으로 옮겨지는지 한 번 더 확인해 두고 싶다. 오늘 적어둔 의자 다섯 개의 위치는 다음 글에서 지도 위에 표시해 보겠다.

결론 메모. 5월 둘째 일요일 오전, 사직단 돌담길의 그늘은 다섯 개였고, 의자 다섯 개는 모두 그 그늘 안에 있었다. 어버이날이 이틀 지난 골목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햇볕은 11시에 가까워질수록 분명해졌고, 셔츠 한 장과 바람막이 한 벌이면 충분했다. 다음 일요일에는 동쪽 돌담을 걷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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