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셋째 토요일 오전 11시 28분, 안국역 1번 출구 — 30대 남자 주말 옷 12벌

토요일 오전 11시 28분, 안국역 1번 출구로 올라와 율곡로를 등지고 북촌로 쪽으로 60미터 걸으며 30대로 보이는 남자 12명의 옷차림을 적었다. 어제 평일 점심 강남에서 본 정장형 셔츠 라인과 비교하면, 오늘 안국역 일대의 토요일은 셔츠가 한 톤 옅어졌고 신발은 두 칸 가벼워졌다. 같은 5월인데도 평일과 주말의 옷은 분명히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안국역 1번 출구, 11시 28분의 율곡로

안국역 1번 출구 계단을 올라오면 율곡로가 정면에 펼쳐지고, 길을 등지면 북촌로의 좁은 인도가 시작된다. 11시 28분, 휴대전화 화면은 섭씨 22도를 가리켰고 바람은 북서쪽에서 초속 1.6미터쯤으로 가볍게 불었다. 토요일이라 출퇴근 무리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커피 한 잔을 든 사람과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멘 사람이 섞여 있었다. 나는 출구 옆 경계석 위에 잠시 서서, 그 흐름에서 30대로 보이는 남자 12명을 골라 옷차림을 짧게 적어 두었다. 어제 선릉역에서 적어 둔 점심 12벌을 옆에 펼쳐 두니, 오늘은 셔츠가 한 톤 옅고 신발은 두 칸 가벼운 쪽으로 옮겨가 있었다.

상의 — 라이트블루 옥스퍼드 셋, 흰 티 넷, 오버셔츠 둘

12명 중 셔츠를 단독으로 입은 사람은 다섯이었다. 라이트블루 옥스퍼드가 셋, 옅은 라벤더 한 명, 베이지 줄무늬 한 명. 흰 반팔 티에 가벼운 카디건이나 셔츠를 어깨에 걸친 사람이 넷이었고, 오버셔츠 형식으로 셔츠를 자켓처럼 걸친 사람이 둘이었다. 마지막 한 명은 얇은 폴로 칼라 니트였다. 어제 강남 점심에서 본 미들블루 다섯과 비교하면, 같은 블루 계열이라도 채도가 한 칸 옅어진 셈이다. 토요일의 안국역은 사무실로 가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옷자락은 모두 슬랙스 밖으로 빼서 입거나 청바지 위로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었다.

아우터 — 베이지 치노 자켓 둘, 카키 셔츠 자켓 셋

아우터를 걸친 사람은 12명 중 일곱이었다. 가장 자주 보인 것은 카키 셔츠 자켓 셋, 그다음이 베이지 치노 자켓 둘, 다음이 옅은 그레이 가디건 하나, 마지막 하나가 진한 네이비 블루종이었다. 어제 강남 점심에서 본 어깨 각진 클래식 자켓은 오늘 한 벌도 없었다. 셔츠 자켓 셋은 모두 단추를 다 풀어 안에 입은 흰 티가 보였고, 옷자락은 엉덩이를 살짝 덮는 65센티미터쯤이었다. 베이지 치노 자켓 둘은 패치 포켓 두 개가 가슴 아래에 크게 달린 워크 자켓 라인이었다. 토요일의 아우터는 격식보다 손이 가는 쪽으로 한 걸음 가 있었다.

바지와 신발 — 청바지 다섯, 카고 둘, 화이트 스니커즈 일곱

바지는 청바지가 다섯, 카고 팬츠가 둘, 베이지 치노가 셋, 챠콜 슬랙스가 둘이었다. 청바지 다섯 가운데 셋은 옅은 워싱의 일자 핏이었고, 둘은 진한 인디고의 살짝 와이드한 라인이었다. 카고 팬츠 둘은 모두 옅은 카키였고 발목에 살짝 모인 조거 컷이었다. 신발은 화이트 스니커즈가 일곱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갈색 로퍼 둘, 검정 더비 하나, 다크그린 스웨이드 더비 하나, 마지막 하나는 베이지 캔버스 슬립온이었다. 어제 선릉역에서 본 검정 더비 다섯이 오늘 안국역에서는 하나로 줄어든 모습이 분명했다. 주말의 신발은 두 칸 더 가벼운 쪽으로 옮겨와 있는 셈이다.

가방과 액세서리 — 토트와 슬링이 백팩을 밀어냈다

가방은 12명 중 여덟이 들고 있었다. 토트가 셋, 슬링이 셋, 가벼운 백팩이 둘, 그리고 손에 든 종이 책 한 권. 어제 선릉역 점심에서 우세했던 백팩 넷·브리프 둘과 비교하면, 오늘은 토트와 슬링이 그 자리를 분명히 차지했다. 시계는 다섯이 차고 있었는데, 캔버스 스트랩이 셋에 가죽이 둘이었고 메탈은 한 명도 없었다. 안경테는 라운드가 넷, 사각이 둘, 무테가 하나. 모자를 쓴 사람은 둘이었는데, 베이지 볼캡 한 명과 검정 코듀로이 캡 한 명이었다. 토요일 오전의 안국역은 가방의 무게 중심이 분명히 어깨와 손목 사이의 짧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었다.

결론 메모

어제 선릉역 5번 출구의 점심 12벌과 오늘 안국역 1번 출구의 토요일 오전 12벌을 옆에 두고 보니, 같은 5월의 같은 30대 남자라도 옷은 두 갈래의 길을 분명히 나누고 있다. 평일 강남이 정장에 가까운 쪽으로 한 발 가 있다면, 주말 안국역은 워크 자켓과 청바지·화이트 스니커즈로 두 발 더 가벼운 쪽에 가 있다. 라이트블루 옥스퍼드에 카키 셔츠 자켓을 걸치고 청바지에 화이트 스니커즈를 신은 조합은 5월 셋째 토요일 북촌 일대의 가장 안전한 카드처럼 보였다. 다음 주 토요일 같은 시간, 같은 출구에서 같은 흐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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