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장위7구역 화랑로32길에서 — 셔터 일곱과 1983년 우편함 다섯

장위7구역에 다녀왔다. 5월 첫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화랑로32길 좁은 골목 안쪽에서 셔터 일곱, 1983년식 빨간 우편함 다섯, 옥상 화분 열한 개를 손에 꼽아 두었다. 사업시행계획 단계에 들어선 동네의 봄 정오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돌곶이역 1번 출구에서 화랑로32길로 들어가는 한 블록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1번 출구로 나오면 화랑로의 너른 차로가 등 뒤로 밀려나면서 곧장 신호등 하나가 보인다. 거기서 화랑로32길로 꺾어 들어가면 길이 한 번 좁아진다. 5월 첫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햇살은 도로 위 가로수 사이로 가늘게 떨어지고 있었지만 골목 안쪽은 이미 회색에 가까운 그늘이었다. 나는 큰길을 두고 안쪽 골목을 골랐다. 입구의 콘크리트 전봇대에는 '장위 7구역 도시정비구역'이라 쓰인 안내판이 얇은 케이블타이로 묶여 있었고, 그 아래 흰 종이로 '재개발 반대 — 주민협의 진행 중'이라 손글씨로 적힌 종이가 한쪽 모서리만 풀린 채 매달려 있었다. 두 종이가 같은 전봇대에 함께 매달려 있는 풍경이 이 동네의 시간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셔터 일곱, 그 위 옛 간판 자리

골목을 50m쯤 들어가면 단층 점포가 길의 한쪽 면을 따라 줄지어 있다. 셔터를 내린 점포 일곱을 셌다. 그중 네 곳은 셔터 위 간판 자리에 흰 페인트가 덧칠되어 있었지만, 그 아래로 옛 상호가 가물가물 비쳤다. 한 곳은 '○○문방구', 한 곳은 '동일세탁', 한 곳은 '장위슈퍼', 한 곳은 '○○미용실'이라 읽혔다. 모서리 가게는 페인트칠도 없이 '신화상회'라는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셔터 발판 사이에는 2018년 9월의 카드영수증 한 장이 끼여 있었고, 옆 점포 셔터에는 2021년 봄에 붙였을 법한 안전점검 스티커가 변색된 채 붙어 있었다.

1983년식 빨간 우편함 다섯과 옥상 화분 열한 개

골목 안쪽 다세대 주택의 입구마다 같은 형태의 빨간 우편함이 걸려 있다. 셀 수 있는 만큼 셌더니 다섯 개. 그중 둘은 도색이 새것 같고, 셋은 페인트가 갈라져 있다. 작은 알루미늄 명패에는 '○○빌라 1983.05', '동일연립 1983.07', '신화빌라 1984.02' 같은 식이다. 1983이라는 숫자가 두 번이나 등장한다. 같은 시기에 같은 양식으로 한꺼번에 올라간 다세대인 셈이다. 옥상 쪽으로 시선을 올리면 검은색 플라스틱 화분이 일렬로 놓여 있다. 한 옥상 위에 넷, 또 한 옥상 위에 셋, 또 한 옥상 위에 넷. 합쳐서 열한 개. 화분의 식물은 다 다른데 색깔과 모양은 동일했다.

골목 안 작은 슈퍼 한 채 — 미닫이 두 짝

골목 끝 마지막 모서리에서 옛 슈퍼 한 채가 영업 중이었다. 알루미늄 미닫이 두 짝이 양쪽으로 활짝 열려 있고, 안쪽 사다리 진열대 위로 비누, 휴지, 라면, 통조림이 가지런하다. 입구 위 간판은 흰 바탕에 빨간 글씨, 옆엔 작은 코카콜라 로고가 1980년대식 그대로다. 점주는 60대 후반쯤의 어르신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정오 뉴스로 가는 사이의 클래식 한 곡이 작게 흐르고 있었다. 가게 안에서 사 마신 박카스 한 병의 라벨에는 2025년 12월의 유통기한이 인쇄되어 있었고, 가격은 800원이었다.

평상 두 개와 봄 정오의 햇볕

가게 앞에는 낡은 나무 평상 두 개. 한쪽 평상에 70대 어른 두 분이 앉아 햇볕을 받고 있었다. 봄볕이 한 분의 머리에는 비스듬히 닿고, 다른 한 분의 손등에는 가득 닿는다. 평상 위에는 손때가 검게 묻은 윷가락 네 개와 작은 사기잔, 식수 페트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두 분 사이엔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봄 정오의 빛만 평상의 나무결을 따라 옆으로 천천히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5분쯤 그 풍경을 멀리서 바라보다가 다시 화랑로 큰길로 발을 옮겼다.

무엇이 사라질지, 적어 두는 일

장위7구역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단계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일정은 동네마다 다르지만, 이런 구역은 보통 1~3년 안에 골목 전체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셔터 일곱, 1983년식 우편함 다섯, 옥상 화분 열한 개, 평상 두 개, 슈퍼 한 채, 미닫이 두 짝. 이 숫자들이 다음 봄에도 그대로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적어 두지 않으면 다시 셀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적어 둔다. 5년 뒤 누군가가 '장위7구역 화랑로32길 어디에 1983년식 빨간 우편함 다섯이 있었구나' 하고 짧게 떠올릴 자리가, 이 한 페이지로 남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무리 메모

나는 장위동에서 자라지 않았다. 다만 5월 첫 목요일 오전 11시 30분에 잠깐 다녀간 사람으로서, 본 것을 본 만큼만 적어 둔다. 사라지는 것의 마지막 모습을 잘 찍는 일은 어렵다. 잘 적는 일은 그보다 조금 쉽다. 다음 달 같은 시간에 다시 와서, 셔터 일곱과 우편함 다섯이 그대로 있는지 한 번 더 세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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