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일요일 오전 11시 38분, 미아동 솔샘로12길 — 평상 두 개와 손글씨 간판 다섯

미아3재정비촉진구역은 강북구 미아동 일대를 가르는 정비구역이다. 5월 둘째 주 일요일 오전, 나는 솔샘로12길의 좁은 골목을 한 번 걸으며 평상 두 개와 손글씨 간판 다섯을 적어 두었다. 가게는 이미 비어 있어도, 글씨는 아직 벽에 남아 있다. 사라지기 전에 한 번은 더 적어두어야 할 자리들이다.

11시 38분, 솔샘로에서 어디로 들어갔는가

4호선 미아사거리역 8번 출구로 나와 동쪽으로 두 블록을 걸으면, 솔샘로의 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정확히는 솔샘로 12길 입구. 도로 폭은 차 한 대가 겨우 비켜 갈 정도다. 보도블록은 일정하지 않고, 군데군데 흙바닥과 시멘트 보수 자국이 번갈아 드러나 있다. 오전 11시 38분, 햇볕이 골목 한쪽 벽에 비스듬히 닿고 있었다. 다른 한쪽 벽은 4층 다세대주택이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그 그늘은 7.8미터쯤 짧게 깔려 있었다. 골목 안의 체감 온도는 바깥보다 두 도쯤 낮게 느껴졌다.

평상 두 개 — 어디에 놓여 있었나

골목 위쪽으로 오르며 평상을 세었다. 첫 번째 평상은 모서리 빈 가게 앞에 놓여 있었다. 가로 약 1.5미터, 세로 약 0.9미터, 다리는 두 면이 시멘트 블록으로 받쳐져 있었다. 상판의 합판은 가장자리가 갈라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무늬가 닳아 매끈해진 자리가 있었다. 누군가 오래 앉았던 자리다. 두 번째 평상은 골목이 한 번 꺾이는 안쪽 모퉁이에 있었다. 첫 번째보다 작아서 가로 1.1미터쯤. 다리는 철제 파이프 두 개를 X자로 묶어 만든 것이었다. 그 옆에는 작은 화분 세 개가 줄지어 있었고, 잎이 마른 봉선화 한 포기가 그 가운데 화분에 남아 있었다. 평상 두 개를 합치면 골목 한쪽에서 다섯 사람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된다. 일요일 오전, 평상 위에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첫 번째 평상 한가운데에 신문지 한 장이 접혀 놓여 있었다. 누가 잠시 자리를 비운 뒤의 흔적 같았다.

손글씨 간판 다섯 — 어떤 글씨가 남았나

골목을 다시 한 번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걸으며 닫힌 가게의 간판을 세었다. 첫 번째는 흰 바탕 위에 검은 매직으로 적힌 "솔샘 쌀집". 글자 가운데가 흐려져 있었지만 자획은 또렷했다. 두 번째는 페인트로 적힌 "미아 미용실 — 파마 칠천원" 문구의 잔상. 칠천원이라는 가격에서 멈춰 한참을 봤다. 세 번째는 셔터 위에 마커로 그어진 "이전 안내 — 솔샘로 사거리 쪽". 화살표가 한 번 그어져 있었다. 네 번째는 단층 가게 입구의 손글씨 "철물 — 못, 경첩, 전구". 다섯 번째는 가장 위쪽 모퉁이, 거의 다 벗겨진 노란 페인트 위에 "삼화 슈퍼"라는 네 글자만 끝까지 남아 있었다. 다섯 글씨 모두 컴퓨터 폰트가 아니다. 한 사람의 손이 한 번씩 그은 자리다. 그 손이 같은 사람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골목 끝의 안내문 — 단계와 날짜

골목 위쪽 끝에는 정비 안내 게시판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종이는 비에 젖었다 마르기를 여러 번 한 듯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다.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이라는 단어가 차례대로 인쇄되어 있었고, 그 옆 칸의 날짜는 햇빛에 바래 정확히 읽기 어려웠다. 다만 가장 최근 줄의 연도가 2025라는 숫자로 끝나 있었다. 그 아래에는 "검색 시점 기준 — 진행 단계는 변동될 수 있음"이라는 작은 글씨가 손으로 보충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손글씨 한 줄이 인쇄된 안내문을 끝맺고 있었다. 나는 이 한 줄을 다섯 손글씨 간판 옆에 한 번 더 적었다.

12시 4분, 골목 끝에서 본 북한산 방향

골목 끝까지 올라가니 솔샘로의 경사가 한 번 더 꺾이는 지점이 나왔다. 그 자리에서 북쪽을 보면 멀리 북한산 능선이 짧게 보였다. 평상과 손글씨 간판들은 그 방향을 등진 채 닫혀 있었다. 두 사람이 카트를 끌고 골목 위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카트에는 종이상자가 한 개와 검은 비닐 봉지가 두 개 실려 있었다. 두 사람은 평상도 간판도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분들에게 이 풍경은 이미 익숙해져 보이지 않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뒷모습을 골목 입구까지 따라가지 않고, 골목 중간 평상 옆에서 멈춰 다시 메모지를 꺼냈다.

다음 일요일에 다시 올 이유

미아3구역의 정비 일정은 단계별로 움직인다. 골목 아래쪽은 곧 가림막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평상 두 개와 손글씨 간판 다섯은 한꺼번에 시야에서 빠진다. 다음 일요일 같은 시각에 다시 와야 할 이유다. 솔샘 쌀집의 자획, 미아 미용실의 칠천원, 삼화 슈퍼의 네 글자가 같은 자리에 같은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라지기 전의 단 한 번의 사진보다, 사라지는 동안의 여러 번의 메모가 더 정확하다고 나는 다시 적었다.

메모. 11:38~12:04, 26분. 평상 2(합판 1·철제 파이프 1), 손글씨 간판 5(쌀집·미용실·이전안내·철물·슈퍼), 정비 안내문 1장. 다음 일요일 같은 시각, 골목 아래에서 위로 다시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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