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목요일 점심 12시 33분, 선릉역 5번 출구 — 30대 남자 봄옷 12벌
점심 12시 33분, 선릉역 5번 출구에서 봉은사로 횡단보도까지 약 70미터를 걸으며 30대로 보이는 남자 12명의 옷차림을 적었다. 어제 광화문 광장에서 본 봄옷 12벌과 비교하면 셔츠 색은 한 톤 짙어졌고, 자켓의 어깨는 1센티미터쯤 더 떨어졌다. 5월 둘째 목요일의 강남 점심은 여전히 정장에 가까운 쪽으로 한 걸음 가 있다.
선릉역 5번 출구, 정오의 봉은사로
선릉역 5번 출구 계단을 올라오면 봉은사로가 정면으로 펼쳐진다. 12시 33분, 휴대전화 화면은 섭씨 21도를 가리켰고 바람은 남서쪽에서 초속 1.4미터 정도로 조금 불었다. 봉은사로 횡단보도까지 약 70미터 구간을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두 줄로 채우고 있었다. 나는 출구 옆 화단 모서리에 잠시 서서, 그 줄에서 30대로 보이는 남자 12명을 골라 옷차림을 짧게 적어 두었다. 어제 광화문에서 적어 둔 12벌을 옆에 펼쳐 두니, 오늘은 셔츠 색이 한 칸 짙고 신발은 한 칸 더 격식 있는 쪽으로 옮겨와 있었다.
셔츠 — 미들블루가 다섯, 화이트 옥스퍼드가 셋
12명 중 셔츠를 입은 사람은 11명이었다. 옅은 라이트블루가 두 명, 미들블루가 다섯 명, 화이트 옥스퍼드가 세 명, 마지막 한 명은 진한 네이비였다. 어제 광화문에서 본 라이트블루 다섯과 비교하면, 오늘은 한 톤 짙은 미들블루가 주류로 올라왔다. 옷깃은 거의 모두 세미 와이드였고, 옷자락을 슬랙스 안으로 단정히 넣은 사람이 일곱, 빼서 입은 사람이 넷이었다. 단추를 두 번째 칸까지 풀어 둔 사람은 한 명뿐, 나머지는 모두 첫 단추만 풀고 있었다.
자켓 — 베이지 셋, 미디엄 그레이 둘, 챠콜 둘
자켓을 걸친 사람은 12명 중 여덟이었다. 가장 자주 보인 색은 베이지 셋, 그다음이 미디엄 그레이 둘과 챠콜 둘, 마지막 하나가 다크 네이비였다. 베이지 셋은 모두 어깨선이 약간 떨어지는 드롭숄더에 가까웠고, 미디엄 그레이 둘은 어깨가 또렷이 각진 클래식 라인이었다. 단춧구멍은 모두 가운데 하나만 채워서 V자로 갈라지는 모양이 자연스러웠다. 자켓 길이는 엉덩이를 절반쯤 덮는 67~69센티미터 정도가 가장 많았다. 봄 자켓이 한 달 전보다 어깨에서 살짝 더 흘러내리는 흐름은 이 자리에서도 분명했다.
바지와 신발 — 챠콜 슬랙스가 다섯, 검정 더비가 다섯
바지는 챠콜 슬랙스가 다섯, 라이트그레이 슬랙스가 셋, 베이지 치노가 셋, 그리고 짙은 청바지가 하나였다. 발목이 살짝 보이는 9부 길이가 여덟이었고, 정장 끝단처럼 슈즈를 살짝 덮는 풀 렝스가 넷이었다. 신발은 검정 더비가 다섯, 갈색 로퍼가 넷, 화이트 스니커즈가 둘, 마지막 한 명은 다크브라운 첼시 부츠였다. 어제 광화문에서 본 화이트 스니커즈 다섯과 비교하면 분명히 줄었고, 검정 더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강남 점심 일대의 신발은 한 칸 더 격식 있는 쪽으로 옮겨와 있는 셈이다.
가방과 안경 — 사선 메신저가 토트로 옮겨갔다
가방은 12명 중 아홉이 들고 있었다. 백팩이 넷, 토트가 둘, 브리프가 둘, 마지막 한 명만 가벼운 슬링이었다. 4월에 비슷한 자리에서 자주 보았던 사선 메신저는 오늘 한 명도 없었다. 시계는 일곱이 차고 있었는데, 가죽 스트랩이 다섯에 메탈 브레이슬릿이 둘이었다. 안경테는 라운드가 셋, 사각이 둘, 무테가 둘. 봄이 깊어지면서 가방의 무게 중심이 어깨에서 손목 쪽으로 한 단계 옮겨가는 모양이 이 자리에서도 보였다.
결론 메모
어제 광화문 광장보다 자켓 비율이 두 단계쯤 더 높았다. 선릉역 일대의 점심은 여전히 정장에 가까운 쪽으로 한 발 가 있다. 미들블루 셔츠와 베이지 자켓의 조합은 5월 둘째 주 강남 점심의 가장 안전한 카드처럼 보인다. 사선 메신저가 토트로 옮겨가는 흐름은 분명하다. 다음 주 같은 시간, 같은 출구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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