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화요일 점심 12시 40분, 가리봉동 우마길 — 셔터 일곱과 1978 우편함, 벌집촌 그늘
나는 점심을 굶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한 정거장 더 가, 남구로역 5번 출구로 나왔다. 5월 둘째 화요일 12시 40분이었고 햇빛은 거의 머리 바로 위에서 떨어졌다. 가리봉동 우마길은 옛 벌집촌이 있던 자리고, 지금은 가리봉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로 묶여 있다. 골목 안 셔터 일곱과 1978이라고 적힌 우편함 하나를, 사라지기 전에 나는 적어 두기로 했다.
남구로역 5번 출구에서 우마길 초입까지
남구로역 5번 출구는 7호선 라인 위로 곧장 길을 끄집어낸다. 출구를 나오면 디지털로32길이 보이고, 그 안쪽으로 한 블록만 더 들어가면 우마길 표지가 작게 붙어 있다. 표지 폭은 약 12cm, 글자 높이는 약 6cm. 흰 바탕에 검은 글자, 위쪽 모서리 두 곳이 약간 떴고 그 사이로 5월 햇빛이 얇게 비집고 들어왔다. 우마길은 가리봉시장 쪽으로 휘는 골목인데, 도로 폭은 약 3.6m. 두 사람이 우산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 양쪽 벽이 어깨에 닿을 듯한 폭이다. 벽은 대부분 시멘트 모르타르 위에 옅은 크림색 페인트로 한 번 칠해 두었다. 페인트 두께 약 0.6mm, 그 아래로 더 오래된 회색이 직사각형 무늬처럼 비쳤다. 나는 골목 초입에 5분쯤 서 있었다. 그 사이 자전거 한 대, 손수레 한 대, 짐가방을 끄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갔다. 발걸음 소리가 벽에 한 박자 늦게 부딪혀 돌아오는 좁은 폭이다.
1978이라 새겨진 우편함과, 그 옆 손글씨 도어 라벨
골목으로 약 18m 들어간 왼쪽 벽에 우편함이 하나 박혀 있었다. 가로 약 22cm, 세로 약 32cm, 깊이 약 11cm의 철제 통, 위쪽 표면에 1978이라고 음각으로 찍혀 있다. 숫자 높이는 약 1.2cm. 우편함 입구의 가로 슬릿은 길이 약 17cm, 폭 약 2.5cm로 손편지 한 통이 옆으로 들어갈 만하다. 표면은 진초록색이었는데, 가장자리에서 안쪽 페인트가 한 겹씩 벗겨져 그 아래로 1990년대 짙은 회청색, 그 아래 회색 프라이머가 단면처럼 드러났다. 우편함 옆 출입문 위에는 손글씨 도어 라벨이 한 장 붙어 있다. ‘301호 김씨’라는 식의 이름은 없고, 적힌 글자는 ‘지하·1층 우편물은 1층 함, 2층 이상은 계단실’이라는 두 줄짜리 안내. 글자 굵기 약 4mm, 마커 두 개로 색이 갈렸다. 함 아래에는 작년 11월호로 보이는 광고 전단 한 장이 끼어 있었다. 끼인 부분이 닳아 종이 모서리가 부드러웠다.
골목 안쪽 셔터 일곱 — 왼쪽 넷, 오른쪽 셋
우마길에서 가리봉시장 방향으로 약 60m 더 들어가면 작은 ㄱ자 꺾임이 한 번 있고, 그 양쪽 벽으로 셔터가 일곱 개 늘어선다. 왼쪽 벽에 넷, 오른쪽 벽에 셋. 셔터 폭은 모두 약 2.4~2.7m로 비슷한데, 윗단 박스 높이는 가게마다 달랐다. 왼쪽 첫 번째는 옅은 회색, 페인트가 들떠 손가락으로 누르면 약간 들어갔다. 두 번째 셔터에는 손글씨로 ‘이전합니다. 6/30까지’라는 안내가 A4 한 장에 붙어 있었다. 잉크는 검은 마커, 글씨 굵기 약 5mm, 종이 위쪽 모서리에 1976이라고 추정되는 네 자리가 살짝 보였는데 종이로 가려져 정확히 읽히지 않았다. 세 번째 셔터는 페인트가 비교적 최근에 덧칠된 짙은 청록색, 표면 광택이 약 3년 전쯤의 빛을 낸다. 네 번째는 셔터 손잡이가 빠진 자리만 남아 있었고 그 자리에는 직경 약 6cm의 검은 원형 자국이 남았다. 오른쪽 셔터 셋은 모두 닫혀 있었고, 앞에는 화분 다섯이 일렬로 놓여 있다. 화분 높이 약 28cm, 안에는 다육식물 두 개와 잎이 큰 식물 하나, 빈 흙 두 개. 흙은 마른 회갈색이었다. 셔터 위쪽 박스에는 ‘우마상회’ ‘대성철물’ ‘영진사’ 같은 상호의 흔적이 페인트 아래에서 그림자처럼 비쳤다. 글자 가장자리는 약 1cm가량 부풀어 있어, 손가락으로 쓸면 결이 느껴졌다.
벌집촌의 흔적 — 1.8m 폭의 옛 복도와 외부 계단
가리봉동 우마길의 진짜 이야기는 골목 끝에서 더 안쪽으로 한 번 더 꺾일 때 나타난다. 1970~80년대 공단 노동자들이 자던 ‘벌집촌’의 흔적이 남은 ㄷ자 건물 두 동이 마주 보고 있다. 한 동의 외부 폭은 약 11m, 깊이 약 6m, 2층짜리. 1층은 셔터 가게로 바뀌었고 2층은 살림집인 듯, 창문 다섯이 약 1.1m 간격으로 일렬로 나 있다. 외부 계단은 콘크리트로 만든 직선형 한 줄. 디딤판 깊이 약 23cm, 챌면 높이 약 17cm, 손잡이 굵기 약 3cm. 손잡이는 색이 모두 닳아 손이 닿는 안쪽이 진초록색에서 거의 회색으로 바래 있었다.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면 약 1.8m 폭의 외부 복도가 ㄷ자로 돌고, 그 복도를 따라 방문이 다섯 개 같은 간격으로 서 있다. 방문 폭 약 0.78m, 높이 약 1.92m. 문 다섯 중 셋은 굳게 잠겼고, 두 개는 페인트가 갈라져 결이 보였다. 한 방문 옆 벽에는 ‘304’라는 숫자 스티커가 반쯤 떨어져 ‘30’만 남아 있다. 한 사람이 누우면 끝, 가구 하나 들이면 거의 끝일 그 한 칸의 너비를 나는 어림으로만 가늠했다.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오후 1시 12분, 손수레와 노인 한 사람의 인사 8초
나는 다시 골목 입구 쪽으로 내려왔다. 오후 1시 12분, 손수레 한 대가 우마길 안쪽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손수레 폭 약 0.9m, 짐은 종이박스 다섯과 빈 페트병 자루 하나. 노인 한 분이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셔터 가게 한 곳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가게 앞 화분 옆에서 “오늘은 일찍이네요”라고 한 마디 건넸다. 손수레 노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그대로 골목 끝까지 갔다. 인사 자체는 약 8초, 손수레의 바퀴 소리가 한 박자 늦게 골목 벽에 부딪혀 돌아왔다. 나는 그 박자가 골목 폭 약 3.6m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같은 인사가 디지털로 큰길에서라면 너무 빨라 그냥 흩어져 버릴 것이다. 골목은 인사의 속도까지 함께 만든다.
결론 메모
가리봉동 우마길은 셔터 일곱 중 둘이 이미 ‘이전’을 예고했고, 우편함의 1978은 페인트 두 겹 아래에서 아직 또렷하다. 재정비촉진지구의 사업 진행 속도는 내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외부 복도 1.8m 폭과 디딤판 23cm는 적어도 한 시대의 표준이었다. 다음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와서, 그 1978이 어느 쪽 벽으로 옮겨지는지 또는 어느 쪽 흙으로 사라지는지 확인하고 적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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