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토요일 점심 12시 40분, 한남2구역 보광로 — 셔터 일곱과 1979 우편함 세 개

한남2구역은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 보광동 일대를 가르는 재개발 정비구역이다. 5월 둘째 주 토요일 점심, 나는 보광로의 좁은 골목을 오르며 닫힌 셔터 일곱과 1979년 식 흰 우편함 세 개를 적어 두었다. 사라지기 전에 한 번은 더 적어두어야 할 자리들이다.

12시 40분, 보광로에서 어디로 들어갔는가

한남오거리에서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 쪽으로 두 블록 걸으면, 보광로의 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정확히는 보광로 60길 어디쯤. 도로 폭은 차 한 대가 겨우 비켜 갈 정도다. 보도블록은 일정하지 않고, 군데군데 흙바닥이 드러나 있다. 점심 12시 40분, 햇볕이 골목 한쪽 벽에만 닿고 있었다. 다른 한쪽 벽은 4층 다세대주택이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그 그늘이 9.5미터쯤 길게 깔려 있었다. 골목 안의 체감 온도는 바깥보다 두세 도쯤 낮게 느껴졌다.

셔터 일곱 —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닫혀 있었나

골목 위쪽으로 걸으며 닫힌 셔터를 세었다. 첫 번째는 시멘트 외벽의 단층 건물, 셔터 폭은 약 2.4미터, 페인트는 옅은 회색.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같은 건물에 붙어 있었고 폭은 각 3미터쯤. 네 번째는 모서리에 있는 작은 가게 자리, 셔터 위에 손글씨 간판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다섯, 여섯, 일곱은 골목 끝쯤에 나란히 닫혀 있었다. 일곱 개를 합치면 골목 한쪽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없었다. 다만 일곱 번째 셔터 아래로 신문지 한 장이 끼어 있었고, 끝이 누렇게 말려 있었다. 신문 1면 사진 위에 5월 첫 주 날짜가 인쇄되어 있었다.

1979 우편함 세 개 — 숫자가 박힌 자리

셔터 사이의 다세대주택 출입구에 우편함이 줄지어 있었다. 그 가운데 흰색 페인트가 거의 벗겨진 우편함 세 개에 1979라는 숫자가 부조처럼 양각되어 있었다. 아마 건물의 준공 연도일 것이다. 우편함 면판은 네 칸으로 나뉘어 있고, 각 칸마다 호수 번호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101, 102, 201, 202. 세 우편함 모두 이 형식이 일치했다. 한 우편함 안쪽에는 광고지 두 장이 들어 있었고, 다른 두 개는 비어 있었다. 1979라는 숫자는 옆 다른 우편함보다 폰트가 두꺼웠다. 누군가 한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처럼 모서리 곡선이 같았다. 한 우편함 모서리에는 작은 자석 두 개가 붙어 있었다. 자석은 어느 부동산 광고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았다.

골목의 가게 자리 — 비어 있지만 이름이 남은 곳

다섯 번째 셔터 옆 벽에는 작은 명함 크기의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잉크가 번졌지만 "보광 세탁 — 이전 안내" 정도가 읽혔다. 셔터 위쪽 간판 자리에는 "보광 ○○"이라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 자리는 페인트가 벗겨져 알 수 없었다. 일곱 번째 셔터 위에는 손바닥만 한 노란 스티커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정비구역 안내문의 모서리였다. 글씨는 햇빛에 바래 읽기 어려웠지만 "구역 명칭"과 "고시일"이라는 단어가 남아 있었다. 그 옆에는 누군가 마커로 그어 놓은 짧은 작대기 자국이 일곱 개. 셔터 일곱과 같은 수였다.

1시 5분, 골목 끝에서 본 한강 방향

골목 끝까지 올라가니 보광로의 경사가 한 번 꺾이는 지점이 나왔다. 그 자리에서 동쪽을 보면 멀리 한강 다리의 교각 그림자가 짧게 보였다. 한강진 방향이다. 골목의 셔터들과 우편함들은 그 방향을 등진 채 닫혀 있었다. 한 노부부가 카트를 끌고 골목 위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카트에는 종이상자가 두 개 실려 있었다. 두 사람은 셔터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분들에게 이 셔터들은 이미 없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광로 입구까지 따라가지 않고, 골목 중간에서 멈춰 다시 메모지를 꺼냈다.

다음 주 토요일에 다시 올 이유

한남2구역의 정비계획은 단계별로 움직인다. 골목 아래쪽은 곧 가림막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1979 우편함 세 개와 셔터 일곱은 한꺼번에 시야에서 빠진다. 다음 주 토요일 같은 시각에 다시 와야 할 이유다. 흰 페인트가 벗겨진 자리, 손글씨 호수, 보광 세탁의 명함 — 같은 자리에 같은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라지기 전의 단 한 번의 사진보다, 사라지는 동안의 여러 번의 메모가 더 정확하다고 나는 믿는다.

메모. 12:40~13:05, 25분. 셔터 7, 우편함 3(1979 양각), 명함 1장(보광 세탁), 정비 안내 스티커 1장. 다음 주 같은 시각, 골목 위쪽에서 아래로 다시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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