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월요일 오후 12시 41분, 광화문 D타워 광장 — 늦봄 비즈니스 캐주얼 11명과 셔츠 소재

늦봄으로 완전히 넘어간 5월 마지막 주, 점심시간 광화문 D타워 광장에서 11명의 옷차림을 보았다. 흰 셔츠가 줄고 옅은 베이지·세이지그린·연블루의 옥스퍼드가 그 자리를 메웠다. 재킷은 절반만 남았고, 남은 절반은 모두 어깨 패드를 들어낸 언컨스트럭티드 라인이었다.

12시 41분, D타워 광장 분수 옆 — 햇살은 정수리 위에서 거의 수직

광화문 D타워 광장은 점심시간이 되면 광화문우체국·교보문고·시청 라인의 직장인들이 빠져나와 분수 주변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자리다. 오늘 오후 12시 41분, 분수에서 약 8m 떨어진 벤치 끝에 앉아 11명을 보았다. 외기는 섭씨 21도쯤, 햇살은 정수리 위에서 거의 수직으로 떨어졌다. 손등에 닿는 온도는 따뜻하다기보다 살짝 뜨거운 쪽이었고, 5월 마지막 주의 광화문은 셔츠 한 장으로 충분한 날씨로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흰 셔츠 4명, 컬러 옥스퍼드 7명 — 한 달 사이 비율이 뒤집혔다

먼저 셔츠 색을 셌다. 흰색 4명, 옅은 베이지 2명, 세이지그린 2명, 연블루 2명, 연한 분홍 1명. 4월 마지막 주에 같은 자리에서 보았을 때는 흰 셔츠가 8명, 컬러 셔츠가 3명이었다. 한 달 사이에 비율이 거의 뒤집힌 셈이다. 컬러 옥스퍼드 7명 중 4명은 일본 옷감 특유의 결이 보이는 두께였고, 단추는 모두 코코넛 비슷한 매트한 마감이었다. 광택이 있는 흰 단추를 단 셔츠는 흰 셔츠 4명 중 2명뿐이었다. 매트 단추로 흐름이 옮겨간 것도 작년과 다른 점이다.

재킷은 11명 중 5명만 남았다 — 모두 언컨스트럭티드

재킷을 입은 사람은 11명 중 5명. 작년 같은 시기에는 8명까지 본 기억이 있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인상이다. 5명 모두 어깨 패드가 없거나 거의 보이지 않는 언컨스트럭티드 라인이었다. 색은 차콜그레이 2명, 네이비 2명, 옅은 토프 1명. 어깨선이 자연스럽게 떨어진 자리에서 셔츠가 받쳐주는 실루엣이 이번 봄에 분명히 더 많아졌다. 1990년대식 어깨 강조 라인은 점심시간 광화문에서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대 4월 관찰에서는 어깨 패드 두께가 약 5mm 정도 들어간 라인이 2명 있었는데 오늘은 0명이었다.

바지는 다 짧아졌다 — 복사뼈 위 2~3cm에서 끝나는 슬랙스가 9명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것은 바지 길이다. 11명 중 9명이 복사뼈 위 약 2~3cm에서 끝나는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단을 접어 올린 형태가 5명, 처음부터 짧게 재단된 형태가 4명. 색은 베이지 6명, 차콜 2명, 네이비 1명. 4월에는 베이지 슬랙스를 거의 못 봤는데, 5월 말이 되니 베이지가 사실상 기본값이 된 분위기다. 소재는 코튼 트윌이 6명, 살짝 비치는 트로피컬 울이 2명, 표면이 거친 시어서커가 1명이었다. 양말은 보이지 않게 짧거나 스킨톤인 사람이 5명, 진한 컬러 양말이 2명, 맨발에 가까운 노쇼 양말이 2명이었다. 두툼한 울 양말은 11명 중 0명, 이미 늦봄의 약속을 따라간 발목이었다. 작년 같은 주에는 두툼한 양말이 3명까지 보였던 자리라 1년 사이의 체감 온도 차이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신발은 더비와 화이트 스니커가 반반 — 청키 솔은 0명

발목 위가 가벼워진 만큼 신발도 가벼운 쪽으로 따라갔다. 더비 슈즈 5명, 흰 스니커 5명, 로퍼 1명. 더비는 모두 다크브라운이나 블랙의 매트 가죽이었고, 광택을 살린 풀그레인 가죽은 한 켤레도 없었다. 흰 스니커 5명 중 4명이 두께가 얇은 코트형 스니커였고, 밑창 두께는 눈대중으로 약 2.2cm 안팎이었다. 청키 솔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작년 같은 시기 같은 자리에서 청키 솔을 4명까지 보았던 것을 떠올리면, 두꺼운 밑창이 점심시간 광화문에서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로퍼 1명도 단정한 페니로퍼였고, 발등에 술이 달린 태슬 라인은 없었다. 가방은 11명 중 7명이 검정 토트, 2명이 카키 메신저, 2명이 가방 없이 셔츠 주머니와 손에 휴대폰만 든 차림이었다.

결론 메모 — 다음 달 첫째 주, 같은 자리에서 다시 세어볼 것

5월 마지막 주 광화문 점심시간 비즈니스 캐주얼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흰 셔츠보다 옅은 컬러 옥스퍼드. 둘째, 어깨 패드를 들어낸 언컨스트럭티드 재킷. 셋째, 복사뼈 위 2~3cm에서 끝나는 슬랙스. 다음 달 6월 첫째 주, 30도를 넘기는 날이 끼면 셔츠는 반팔로 얼마나 옮겨갈지, 베이지 슬랙스가 시어서커나 리넨 같은 소재로 어떻게 갈아탈지가 다음 관찰 포인트다. 같은 벤치 끝에 다시 앉아 같은 시각에 세어볼 생각이다. 사라지는 것보다 옮겨가는 것을 기록하는 편이 이 자리에선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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