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목요일 오후 2시 5분,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앞 — 망치질하는 사람과 김종성의 검은 외장
효창공원역에서 1·5호선을 갈아타고 시청역 5번 출구로 올라온 오후. 새문안로를 따라 광화문 쪽으로 8분쯤 걷자, 흥국생명빌딩 모서리 광장에서 「망치질하는 사람」이 22m 높이로 천천히 팔을 들었다 내렸다 했다. 1996년 김종성이 설계한 검은 외장과, 2002년 그 옆에 선 보롭스키의 강철 인물상이 한 모퉁이에 마주 선 자리를 내가 본 그대로 적어 둔다.
새문안로 68 — 광화문 4번 출구 너머의 모서리
점심을 효창공원에서 먹고 1호선을 한 번 갈아타 시청역 5번 출구로 올라왔다. 새문안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으면 8분쯤 후에 흥국생명빌딩의 검은 모서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광화문 큰길과 정동길 골목이 만나는 자리, 빌딩 1층의 모서리가 안쪽으로 살짝 비워져 있어서 약 12m × 12m 정도의 작은 외부 광장이 만들어져 있다. 의자가 다섯 개쯤, 가로수가 두 그루쯤. 오후 2시 5분이라는 어정쩡한 시간에는 양복 차림의 직장인 셋과, 카메라를 든 학생 둘이 광장에 머물러 있었다.
22m, 17초의 반복 — 망치질하는 사람
작품의 정식 이름은 'Hammering Man'. 미국 작가 조나단 보롭스키의 시리즈 중 하나다. 같은 인물상이 시애틀, 프랑크푸르트, 바젤 등 여러 도시에 서 있고, 서울 광화문에는 2002년에 도착해 이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안내판에는 높이 22m라고 적혀 있다. 약 17초에 한 번, 오른팔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다시 망치를 내려치는 동작을 반복한다. 시계를 보고 직접 세어 봤더니 정말로 17초쯤이었다. 깊은 밤에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다시 움직인다고 한다. 강철판을 덧대 만든 평면적인 실루엣이라 멀리서 보면 검은 종이를 오려 세워둔 것처럼 단순한데, 가까이서 올려다보면 무게가 다르게 다가온다.
1996년 김종성의 검은 외장 — 흥국생명빌딩
흥국생명빌딩은 1996년 준공된 24층 사옥이다. 설계는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IIT)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로 공부한 김종성. 외장은 짙은 회색에 가까운 검은색 알루미늄 패널과 검은 유리로 마감되어 있다. 가까이서 보면 가로 띠 하나가 한 층 정도 폭이고, 패널 사이의 음각 줄눈은 매우 가늘다. 모서리는 둥글지 않게, 직각으로 깔끔히 떨어진다. 어둡지만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인상은 그 직각의 깔끔함과 가는 줄눈에서 오는 것 같다. 광화문 한복판인데도 빌딩이 시각적으로 한발 물러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리듬이 마주 선 모서리
1996년의 사옥과 2002년의 인물상은 약 6년 간격을 두고 같은 모서리에 섰다. 빌딩의 검은 직선 띠가 정지해 있는 동안, 그 옆에선 22m 강철 인물이 17초마다 한 번씩 팔을 든다. 정지와 운동이 한 자리에 있다는 점이 이 모퉁이의 매력 같다. 광화문 큰길의 차 소리는 끊어지지 않고 흘러가는데, 빌딩 외장은 그것을 흡수하고, 인물상은 그 소리 위에 자기 17초의 박자를 얹는 듯하다. 빌딩 완공 후 6년 동안 이 자리에 인물상이 없었던 시간을 머릿속에 그려 보면, 광장의 풍경이 또 다르게 다가온다.
점심 후 광장의 작은 풍경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정작 망치질하는 사람을 거의 올려다보지 않았다. 휴대폰을 보거나, 일행과 짧게 이야기하거나, 광장 가장자리에서 담배를 피웠다. 어느 쪽이든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약 12분쯤 광장에 서 있는 동안 의자에 앉은 사람이 셋 바뀌었다. 빌딩 회전문은 사원증을 찍자마자 천천히 한 칸씩 돌았고, 처마는 약 4.5m쯤 되어 보였다. 처마 아래에 보안요원이 한 명 서 있었다. 두 번 가볍게 인사했다.
결론 메모 — 보지 않는 사람 옆에서 17초
광화문 모서리의 빌딩과 인물상은 거의 30년·24년을 한 자리에서 함께 있어 왔다. 그 옆에 앉은 사람들은 둘을 거의 보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도시 풍경의 본질일지 모른다. 익숙한 것은 보지 않게 되는 것. 그래서 가끔 시계로 17초를 세어 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산책이다. 다음에 광화문에 가면, 시청역 5번 출구에서 빌딩 모서리가 처음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 정확히 어디쯤인지 보폭으로 세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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