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토요일 오후 3시 12분, 성수동 연무장길 — 5월 둘째 주 토요일 봄옷 10벌 기록

5월 둘째 토요일, 나는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토요일 오후의 옷차림을 천천히 적었다. 어제까지의 봄과 다음 주의 초여름 사이, 셔츠 한 장과 가벼운 재킷이 동시에 걸리는 5월 둘째 주의 도시 풍경이다.

오후 3시 12분, 연무장길 입구

나는 연무장길 입구에서 휴대폰의 시계를 봤다. 오후 3시 12분, 기온은 22도쯤. 햇빛은 살이 따갑지 않을 정도였고 그늘로 들어가면 살갗이 한 박자 식었다. 아차산로 17길에서 꺾어 들어오면 카페가 다섯 곳쯤 줄지어 있는데, 그중 두 곳은 바깥 테라스를 거의 다 열어 두고 있었다. 나는 길 한쪽 화단 모서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열 명의 옷차림을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

셔츠 한 장 — 그리고 그 위에 걸친 것

열 명 가운데 다섯 명이 셔츠를 입고 있었다. 순면 옥스퍼드 화이트 셔츠가 두 명, 무지 라이트블루 셔츠가 두 명, 오버사이즈 스트라이프 셔츠가 한 명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다섯 명 모두 셔츠 위에 무엇인가를 한 겹 더 걸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카디건 두 명, 후드집업 두 명, 가벼운 워크재킷 한 명. 5월 둘째 주의 토요일은 셔츠 한 장만으로는 아직 이르고, 재킷을 챙겨 나오자니 부담스러운 그런 날이었다.

데님과 슬랙스가 반반쯤 섞인 거리

하의는 정확히 다섯 대 다섯이었다. 데님 다섯 명, 슬랙스 다섯 명. 데님 쪽은 미디엄 워싱이 가장 흔했고, 슬랙스는 베이지·차콜·라이트그레이가 한 벌씩이었다. 작년 여름에 본 거리에선 7대 3 정도로 슬랙스가 우세했는데, 올해 5월의 토요일은 데님이 다시 절반을 차지했다. 청바지가 돌아온 거리라기보단, 청바지가 다시 카페에 어울리게 된 거리에 가까웠다.

신발은 이미 여름으로 넘어와 있었다

신발만은 일찍 계절을 건너온 듯했다.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캔버스 또는 메쉬 스니커즈였고, 그중 셋은 발목이 보이는 쇼츠삭스를 신고 있었다. 부츠는 한 명도 없었고, 가죽 옥스퍼드 두 명이 가장 무거운 신발이었다. 발이 먼저 여름을 받아들이고, 어깨와 가슴은 아직 봄에 머무는 — 그런 신체의 시차가 드러난 토요일 오후였다.

토트와 에코백, 그리고 가방의 무게

가방은 토트 다섯 명, 에코백 두 명, 슬링백 두 명, 백팩 한 명이었다. 지난가을 같은 거리에서 메모해 둔 노트를 다시 꺼내 보니 그땐 백팩이 다섯 명이었다. 짐의 무게가 어깨에서 손목으로 옮겨 가는 시기인 셈이다. 토트 안쪽에는 책이나 노트북 대신 카디건과 텀블러가 들어 있을 것 같았다. 5월의 가방은 짐을 옮기는 도구라기보단, 벗어 둘 곳을 정해 두는 작은 옷장에 가까워 보였다.

5월 둘째 토요일이 옷장에 남기는 메모

열 벌을 다 적고 나서 나는 휴대폰을 덮고 잠시 카페 차양 아래에 서 있었다. 5월 둘째 주의 토요일은 셔츠와 재킷, 데님과 슬랙스, 스니커즈와 옥스퍼드가 동시에 걸리는 옷장이 어울리는 날이었다. 다음 주에 28도가 된다면 셔츠 위의 카디건은 사라질 것이고, 데님은 차콜 슬랙스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나는 그 변화의 직전을, 토요일 오후 연무장길의 한 시간 안에서 보았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한 장의 메모를 더 보탰다.

5월 둘째 주의 도시는 옷장의 두 계절을 동시에 펼쳐 둔 채 일주일을 보낸다. 다음 토요일이 오기 전에 셔츠와 카디건을 같은 날 입은 자신을 한 번쯤 사진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다. 이 거리의 풍경은, 다음 주에는 더 이상 같은 풍경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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