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셋째 일요일 오후 3시 40분, 잠실 석촌호수 동호 산책로 — 20대 남자 봄 자켓 13벌과 사라진 후드티 둘
5월 셋째 일요일 오후 3시 40분, 나는 잠실 석촌호수 동호 산책로 동2 게이트 옆 벤치에 25분을 앉아 있었다. 기온은 섭씨 23도쯤, 햇살이 호수면에 떨어져 산책로 콘크리트가 미지근하게 데워진 시간이었다. 25분 사이를 지나간 20대 남자 13명의 옷차림을 노트에 적어 두었다. 같은 자리에서 한 달 전에 셌던 후드티가 이번에는 두 명만 남았다.
벤치 자리와 카운트 규칙
동호 산책로는 호수 동쪽 절반을 한 바퀴 도는 약 1.2km 구간이다. 동2 게이트에서 동4 게이트까지 약 350m, 한쪽 차선이 폐쇄되어 산책로 폭이 넉넉한 자리다. 나는 동2 게이트에서 호수 쪽으로 다섯 걸음 들어간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무릎에 올리고 사람을 셌다. 20대 남자만 기록한다는 규칙은 단순했다. 같이 걷는 일행이 있어도 본인이 분명히 20대로 보이면 한 명으로 친다. 25분 동안 동쪽에서 서쪽으로 걸어간 사람을 우선 세고, 같은 사람이 돌아오는 경우는 처음 한 번만 카운트했다. 13명이 한 번씩 노트에 들어왔다.
봄 자켓 13벌 — 가장 자주 본 다섯 가지
13명 중 9명이 자켓 종류를 걸치고 있었다. 첫 번째로 많았던 건 베이지 코튼 블루종 — 무릎 위 단단한 가벼움이 5월 햇볕에 적당히 어울리는 종류였다. 13명 중 4명이 베이지 톤이었고, 그중 둘은 라펠 없는 깔끔한 밑단, 둘은 허리에 끈이 달린 형태였다. 두 번째는 진한 네이비 셔켓 — 셔츠와 자켓 사이 어딘가의 두께, 3명이 같은 실루엣을 입고 있었다. 세 번째가 카키 밀리터리 셔켓 2명, 네 번째 화이트 데님 자켓 1명, 마지막이 회색 후드 집업 1명이었다. 색이 다양해 보였지만 결국 베이지·네이비·카키의 3색이 9벌 중 9벌을 다 차지했다. 빨간 자켓도, 파란 자켓도 그날 오후엔 한 명도 없었다.
안에 받쳐 입은 흰 티와 줄무늬 셔츠
자켓 안쪽 상의는 더 단순했다. 9명 중 6명이 흰 티 한 장만 받쳐 입었다. 그중 4명이 약간의 빈티지 느낌이 있는 살짝 누런 톤이었고, 나머지 2명은 깨끗한 새 화이트였다. 줄무늬 셔츠를 받쳐 입은 사람은 2명 — 모두 가는 네이비 스트라이프였고, 한 명은 단추 두 개를 풀어 V자 라인이 만들어졌다. 자켓을 입지 않은 4명 중 둘이 반팔 폴로 — 검은색 1명, 흰색 1명. 한 명이 긴팔 라운드 니트, 마지막 한 명이 회색 옥스퍼드 셔츠를 단정하게 풀어 입었다.
하의 — 5월 셋째 일요일의 색
하의는 1년 중 색깔이 가장 잠잠한 계절에 들어선 듯했다. 13명 중 9명이 데님이었다. 그중 7명이 진한 인디고, 1명이 워싱 라이트 블루, 1명이 검은 데님이었다. 데님이 아닌 4명 중 2명이 베이지 코튼 팬츠, 1명이 회색 슬랙스, 마지막 한 명이 카키 카고 쇼츠였다. 쇼츠는 그 한 명뿐이었다. 5월 셋째 주말이지만 호숫가의 그늘 자리는 아직 약간 서늘했다. 다리 라인은 대체로 슬림보다 살짝 통이 있는 스트레이트 — 작년 봄에 비해 헐렁한 핏이 분명히 더 늘었다. 신발은 13명 중 8명이 흰 스니커즈, 3명이 검은 스니커즈, 2명이 갈색 또는 베이지의 캐주얼화였다.
사라진 후드티 둘 — 한 달 전과의 차이
같은 자리에서 4월 셋째 일요일 오후 4시쯤에도 25분을 앉아 본 적이 있다. 그때 노트에는 후드티 풀오버가 7명, 후드 집업이 4명, 합쳐서 11명이 후드를 입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난 오늘 같은 시간대 같은 자리 25분 동안 풀오버 후드티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고, 회색 후드 집업이 한 명이었다. 한 달 사이 호숫가 산책로에서 후드티가 두 명 단위까지 사라진 셈이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게 베이지 블루종 4명과 셔켓 5명이었다. 후드티는 사라진 게 아니라 자켓 안으로 들어간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오후 3시 40분 햇볕 아래에서 후드를 머리 위에 올려둔 사람은 25분 동안 0명이었다.
액세서리 — 모자와 가방
야구모자를 쓴 사람은 13명 중 5명이었고, 그중 4명이 무지의 검은색 또는 짙은 네이비, 한 명이 화이트였다. 캡 없이 머리만 다듬은 사람이 6명, 비니가 한 명, 버킷햇이 한 명이었다. 가방은 더 단순했다. 13명 중 7명이 가방을 들지 않았고, 5명이 한쪽 어깨에 가벼운 슬링백을 멨다. 백팩은 한 명뿐이었다. 일요일 오후 호숫가 산책에 짐을 줄이는 쪽으로 옷차림이 잡혀 있다는 느낌이 분명했다. 손에 든 게 있다면 대부분 카페 컵 — 13명 중 6명이 일회용 컵을 들고 있었다.
오늘의 메모
5월 셋째 주말의 잠실 호숫가 20대 남자 패션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 베이지 또는 네이비 자켓, 흰 티 또는 가는 줄무늬, 진한 데님, 흰 스니커즈. 한 달 전 같은 자리의 후드티 11명 중 9명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그 자리를 셔켓과 블루종이 거의 일대일로 채웠다. 다음 달 같은 시간에 다시 앉아 25분을 세어 보면, 자켓 9벌 중 몇 벌이 사라지고 반팔 폴로 몇 벌이 그 자리를 채울지가 6월 셋째 일요일의 카운트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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