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토요일 오후 4시 22분, 한남오거리에서 — 늦봄 토요일 오후 옷차림 16벌과 다시 보인 워싱 데님
토요일 오후 4시 22분,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나와 한남오거리 횡단보도 앞 가로수에 등을 기대고 섰다. 12분 동안 신호가 두 번 바뀌는 사이 내 앞으로 지나간 20~30대 16명의 옷차림을 노트에 적었다. 5월 끝자락의 토요일 늦은 오후가 셔츠 위 가디건과 워싱 데님으로 모이는 것이 보였다.
오후 4시 22분의 한남오거리, 26.3도
지하철 출구를 나오자마자 휴대폰 날씨 위젯이 26.3도를 가리켰다. 어제까지 28도 가까이 올랐다가 한 단계 떨어진 온도다. 햇살은 여전히 등 뒤로 따끔하지만 가로수 그늘 아래로 들어서면 살갗에 와닿는 공기에 미세하게 서늘함이 섞여 있다. 신호 대기 줄이 짧아질 즈음, 사람들이 입은 것은 분명히 "초여름"이라고 부르기에는 한 겹씩 더 걸친 차림이었다. 반팔만 입고 나온 사람은 16명 중 단 두 명. 나머지 14명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위에 한 겹을 더 끼고 있었다.
워싱 데님의 귀환 — 16명 중 9명
가장 또렷하게 보인 흐름은 워싱 데님이었다. 16명 중 9명이 인디고를 한 번 이상 빨아 색이 약간 빠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그중 6명은 통이 넓었다. 내가 작년 같은 시기에 같은 자리에서 봤을 때 인기였던 검정 슬랙스와 카키 와이드 팬츠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데님 중에서도 짙은 미디엄 인디고에 무릎 위쪽만 살짝 색이 빠진 형태가 가장 많았다. 한 명은 밑단을 두 번 접어 올려 흰 양말과 검정 로퍼가 함께 보이게 했다. 또 한 명은 그대로 신발을 덮을 만큼 길게 내려놨다. 같은 워싱 데님이라도 길이에 대한 감각은 사람마다 갈렸다.
셔츠 위 가디건 — 늦봄의 분명한 신호
두 번째로 또렷한 흐름은 안에 가벼운 상의를 받친 위에 얇은 니트 가디건을 걸친 차림이었다. 16명 중 4명이 회색·아이보리·네이비 가디건을 단추를 채우지 않은 채 그대로 걸치고 있었다. 가디건 안쪽으로는 흰색이나 옅은 베이지 옥스퍼드 셔츠가 셋, 무지 흰 티셔츠가 하나였다. 가디건 자체는 V넥이 둘, 라운드넥이 둘이었고, 어깨 라인은 모두 살짝 떨어뜨린 드롭 숄더였다. 작년 이맘때 자주 보였던 가디건이 꼭 맞는 어깨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가디건의 길이는 골반 위까지 오는 짧은 것이 셋, 엉덩이까지 덮는 것이 하나였다.
신발의 분기 — 로퍼와 러닝화
발 쪽으로 시선을 내리면 두 갈래가 보였다. 검정 또는 짙은 갈색 로퍼를 신은 사람이 7명, 발등에 메시가 보이는 러닝화가 6명. 나머지 3명은 흰 컨버스 또는 캔버스화였다. 같은 한남오거리에서 작년 5월에 셌을 때는 러닝화가 거의 전부였는데, 올해는 로퍼 쪽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발등이 깊게 파인 페니 로퍼와 굽이 낮은 비트 로퍼가 비슷한 빈도였다. 로퍼를 신은 7명 중 5명은 흰 양말을 신었고, 2명은 발목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양말이 보이는 길이의 바지 — 다시 말해 발목 위에서 끝나는 바지 — 와 신발을 덮는 긴 바지의 비율은 정확히 반반이었다.
사라진 자켓, 들어온 셔츠 자켓
한 가지 분명하게 사라진 것이 있었다. 두꺼운 봄 자켓이다. 두께가 있는 코튼 자켓이나 블레이저는 16명 중 0명. 대신 셔츠를 자켓처럼 걸친 사람이 3명 있었다. 안에 티셔츠를 받쳐 입고 옥스퍼드 셔츠를 단추를 채우지 않은 채 그대로 걸치고 가방 끈으로 한쪽 어깨를 누른 모양새다. 그중 한 명은 셔츠 색이 옅은 분홍, 한 명은 옅은 하늘색, 한 명은 흰색이었다. 색이 모두 옅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정오까지는 햇볕이 강하고 해 진 다음에는 살짝 쌀쌀해지는 5월 말의 일교차에 옅은 색 셔츠는 양쪽 모두를 받아낸다.
가방 — 작아지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적어둘 것은 가방의 크기다. 16명 중 가방을 들거나 멘 사람이 12명. 그중 손에 들 정도로 작은 크로스백은 단 2명뿐이었고, 나머지 10명은 어깨에 메는 토트나 백팩이었다. 토트백·백팩 10명 중 검정이 6명, 베이지가 2명, 짙은 갈색이 2명이었다. 한남오거리 일대가 미술관과 카페가 많아 책 한 권쯤은 들어가는 크기를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작년부터 이어진 큰 가방 흐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16벌의 메모를 덮으며
4시 34분, 신호가 다시 한 번 바뀌는 것을 보고 노트를 접었다. 워싱 데님 9, 셔츠 위 가디건 4, 로퍼 7, 러닝화 6, 셔츠 자켓 3, 큰 가방 10. 같은 자리에서 12분 동안 본 숫자다. 표본이 적어 무엇이 "트렌드"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5월 끝자락의 한남오거리에서는 색을 한 번 빨아낸 청바지와 어깨가 떨어진 가디건이 한 계절을 짊어지고 있었다. 다음 주말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한 번 더 세어보면, 가디건이 살아남을지 셔츠 자켓이 자리를 빼앗을지 더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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