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일요일 오후 4시 28분, 신길3구역 영등포로44길 — 셔터 여덟과 1981 우편함

5월 둘째 일요일 오후, 영등포 신길3구역의 골목을 걸었다. 영등포로44길 어귀에서 셔터 여덟 개를 세었고, 회벽에 박힌 1981 각인의 우편함 두 개를 만났다. 곧 가림막 너머로 새 아파트가 올라설 골목이지만, 오늘 오후에는 햇빛이 셔터 위로 길게 누워 있었다.

영등포역 5번 출구에서 골목 입구까지 — 도보 9분

영등포역 5번 출구에서 영등포로를 따라 신풍역 방향으로 걸었다. 일요일 오후 4시 19분, 인도 위 그늘은 가로수 사이로 끊어져 있고, 햇빛은 서쪽으로 약 35도 기울어 어깨에 닿는 각도가 가장 따뜻했다. 보도블록은 회색 30센티 정사각형, 군데군데 보수된 자리만 새것 표가 났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두 곳을 지나는데 유리창에 "신길3 분양권 시세 문의"라는 손글씨가 붙어 있었다. 9분쯤 걸어 신길3구역 가설 가림막 앞에 닿았다. 가림막 높이 약 2.4미터, 회색 바탕에 청색 띠. 출입구 표지에 "신길3 재정비촉진구역 — 사업시행자 알림판"이라 적혀 있고, 그 옆 좁은 보행로가 영등포로44길의 시작이었다.

영등포로44길 — 셔터 여덟 개와 손글씨 간판 셋

골목으로 들어서자 폭 약 4미터, 양옆으로 1층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왼쪽 첫 집부터 오른쪽 끝까지 셔터 여덟을 차례로 셌다. 첫 셔터는 짙은 청록, 손잡이가 한 뼘 위 위치에 두 개. 두 번째는 페인트가 벗겨져 회색 철판이 드러났다. 세 번째 셔터에 손글씨 간판이 걸려 있었다 — "신길수퍼". 글자 크기 약 18센티, 검은 먹으로 두 번 덧칠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다섯 번째는 "현대미용실", 분홍 바탕에 흰 글씨, 가위 도안이 작게 그려져 있다. 일곱 번째 셔터 옆 벽에는 "한일이용원"이라는 빛바랜 페인트 문구가 있었다. 셔터 여덟 모두 잠겨 있었고, 가게 앞 화분 자리는 비어 있거나 흙만 남아 있었다. 사라질 골목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채로, 일요일 오후의 햇빛 아래 버티고 있었다.

회벽에 박힌 1981 우편함 두 개

골목 중간쯤, 셔터 다섯과 여섯 사이 좁은 진입 통로가 있었다. 폭 약 1.2미터, 안쪽 주택 두 채로 이어진다. 통로 입구 회벽에 우편함 두 개가 나란히 박혀 있었다. 둘 다 짙은 갈색 철제, 윗면에 작은 글자로 "1981"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왼쪽 우편함 손잡이는 둥근 황동, 오른쪽은 같은 모양인데 페인트가 한 번 덧칠된 흔적이 있어 표면이 약간 도드라진다. 안에 광고 전단이 두세 장씩 꽂혀 있었다. 회벽은 본디 흰색이었을 텐데 지금은 옅은 베이지로 바랬고, 우편함 둘레만 햇빛이 닿지 않은 자국으로 더 어둡게 남아 있었다. 1981년 무렵 부착되었다면 45년쯤 같은 자리에 있던 셈이다. 사진 두 장만 찍고 다음 칸으로 넘어갔다.

평상 두 개 위 어르신 여섯과 라디오 한 대

진입 통로 너머 마당이 있었다. 마당이라 부르기엔 좁은, 약 5평 남짓 공간. 양옆 주택 사이에 평상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왼쪽 평상은 나무 상판, 다리 네 개 중 하나는 벽돌 한 장으로 받쳐져 있다. 오른쪽 평상은 합판에 장판을 덮은 형태, 모서리가 닳아 둥글다. 평상 위에 어르신이 셋씩 모두 여섯 분 앉아 계셨고, 가운데 트랜지스터라디오 한 대가 가요방송을 작게 흘리고 있었다. 어떤 분은 부채를 들고 계셨다. 5월이라도 오후의 골목은 의외로 더운 자리가 있다는 걸, 부채 흔드는 박자에서 알 수 있었다. 인사를 드리고 사진은 찍지 않았다. 골목이 사라지더라도, 평상 위의 오후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길 바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새 아파트 조감도 앞에 멈춘 어린이 둘

골목 끝, 다시 가림막 앞으로 나오는 자리에 신길3구역 새 단지 조감도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가로 약 3.6미터, 세로 약 2.4미터. 25층 아파트 다섯 동, 단지 중앙에 곡선 모양 산책로가 그려져 있었다. 어린이 둘이 그 앞에 멈춰 서서 손가락으로 어느 동을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기가 우리 집 자리래." "그럼 우리 슈퍼는 어디 가?" 두 문장만 듣고 자리를 떴다. 조감도 옆 안내문에는 분양 일정과 시공사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굳이 옮겨 적지 않았다. 도시읽기는 미래의 평면도가 아니라, 지금 셔터에 닿는 햇빛 각도와 우편함의 1981 각인을 기록하는 일이라 믿는다.

결론 메모

오늘 영등포로44길에서 센 것 — 셔터 8, 손글씨 간판 3, 1981 우편함 2, 평상 2, 어르신 6, 라디오 1, 어린이 2. 다음 주말에 다시 오면 이 셈이 어떻게 줄어 있을지 알 수 없다. 사라지기 전에 한 번 더 걷는다. 다음 답사는 신풍역 1번 출구 쪽에서 거꾸로 진입해, 같은 골목의 반대 방향 햇빛을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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