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화요일 어린이날 오전 11시, 옥인동 수성동계곡에서 — 한지후의 일기 17

어린이날 오전 11시, 나는 옥인동 수성동계곡 입구에 서 있었다. 4월 내내 비워둔 운동화를 신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동네 골목을 골라 걷는 게 요즘 내 일요일 같은 평일 의식이다. 오늘은 화요일인데 휴일이고, 그래서 이 동네는 두 가지 시간이 겹쳐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다시 걸어 올라가기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내려서 옥인동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출구에서 수성동계곡 입구까지는 1.2km쯤 된다. 평일 같으면 출근하는 사람들로 빽빽할 자하문로7길이 오늘은 한산했다. 신호등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고,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도 속도를 절반쯤 줄여서 다녔다. 어린이날이라는 이름이 거리의 톤을 한 번 누른 느낌이다.

옥인길로 접어들자 골목이 좁아지고 경사가 시작됐다. 인왕산 쪽으로 갈수록 빌라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 1990년대 빨간 벽돌 빌라와 2010년대 회색 외장재 빌라가 한 블록 안에서 어깨를 맞대고 서 있다. 어떤 집은 1층 화단에 작약을 막 피워두었고, 어떤 집은 우편함에 봄 광고지가 다섯 장쯤 꽂혀 있었다.

수성동계곡 입구의 다섯 가족

오전 11시 12분, 수성동계곡 입구의 안내판 앞에 가족 다섯 무리가 서 있었다. 아이들 신발은 모두 운동화였고, 그중 두 명이 형광 노란색 우비를 챙겨 입고 있었다. 어제까지 흐렸으니까, 부모들이 일기예보를 본 모양이다. 오늘은 결국 비가 안 왔다. 우비는 그대로 가방에 다시 들어갈 것이다.

안내판에는 정선의 〈수성동〉 그림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이곳은 2012년에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고 복원한 자리다. 한 번 사라졌다가 다시 만들어진 풍경이라는 점에서 수성동계곡은 내 관심사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사라진 다음에 무엇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그게 진짜인지 흉내인지, 나는 아직도 답을 못 찾고 있다.

물소리의 데시벨, 그리고 아이의 목소리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니 물소리가 한 단계 커졌다. 휴대폰의 소음 측정기로 가볍게 재보니 평균 62데시벨쯤 됐다. 도로변보다 4데시벨쯤 낮은 수치다. 청각이 갑자기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위에 아이들 목소리가 얹힌다. "아빠 여기 와봐", "엄마 이거 봐봐". 같은 말이 5초 간격으로 두 번씩 반복됐다.

나는 돌계단 위에 잠시 앉아서 그 소리를 들었다. 아이들 목소리는 어른 목소리보다 주파수가 훨씬 높아서, 물소리에 묻히지 않고 앞으로 튀어나온다. 아이들 다섯 명이 서로 부르는 소리, 한 어머니가 "조심해"라고 말하는 소리, 한 아버지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 셔터 소리만 거의 들리지 않았다. 요즘 카메라는 무음이 기본이다.

인왕산 자락길 입구에서의 18분

계곡 위쪽 데크길을 따라 인왕산 자락길 입구까지 올라갔다. 표지판에 '청운지구'라고 적혀 있었다. 평소 같으면 등산복 차림의 60대가 더 많은 길인데, 오늘은 어린이날이라 가족 단위가 절반쯤 된다. 한 5세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100m쯤 가다 멈춰서 "다리 아파"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여기까지 올라온 거 대단해"라고 답했다.

나는 18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동안 내려가는 사람 11명, 올라가는 사람 7명을 셌다. 평일 오전이라면 아마 이 비율이 반대였을 것이다. 휴일은 사람들의 방향을 한 번 뒤집는다. 내려가야 할 시간에 올라가고, 출근해야 할 시간에 멈춰 선다.

내려오는 길에 본 작은 것 세 가지

다시 옥인길로 내려오는데 세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첫째, 한 빌라 1층 창문 앞에 어린이용 자전거가 두 대 세워져 있었다. 보조바퀴가 달린 채로. 둘째, 옥인동 골목 끝의 작은 슈퍼 앞에 '오늘 오후 2시 휴무'라고 손글씨로 써 붙여 둔 종이가 있었다. 어린이날 오후에는 가족과 보내려는 모양이다. 셋째, 빌라 입구 우편함 위에 누군가 놓고 간 작은 화분 하나가 있었다. 누가 놓고 간 건지, 누구를 위한 건지 알 수 없는 그런 풍경이다.

나는 카페로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커피 온도는 정확히 차가웠고, 컵 표면에 물방울이 빠르게 맺혔다. 매장 안에는 가족 손님이 절반쯤 있었다. 카페 주인은 평소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휴일의 카페는 공기가 살짝 부풀어 있다.

휴일 화요일이라는 이상한 시간

나는 어린이날을 어른이 된 다음에 다시 보는 게 흥미롭다. 어릴 때는 받는 날이었고, 지금은 관찰하는 날이다. 받는 입장에서 관찰하는 입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같은 날이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오늘 수성동계곡에서 본 다섯 가족, 인왕산 자락길에서 본 18분, 그리고 옥인동 골목의 작은 화분은 모두 휴일의 화요일이라는 이 이상한 시간이 만들어낸 작은 표시들이다.

내일 다시 평일 출근의 톤으로 이 동네가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오늘 본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사진은 남고 기억은 흐려지고, 풍경은 빠르게 평일에 덮인다. 그래서 나는 오늘 본 것을 굳이 글로 묶어 남긴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내 원칙은, 결국 휴일의 풍경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메모: 옥인동에서 본 것들은 한 시간 반 동안의 산책에서 다 발견한 것이다. 다음번에는 자하문로17길의 안쪽 골목까지 들어가 볼 생각이다. 어린이날 같은 휴일이 아니라 평범한 화요일에. 그 차이를 비교하면 더 보일 게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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