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셋째 화요일 새벽 6시 10분, 청량리 청과시장 — 사과 박스 일곱 단과 1979 우편함

나는 5월 셋째 화요일 새벽 6시 10분, 청량리 청과시장 입구에 섰다. 도매 손님이 빠지고 소매 손님이 오기 직전, 시장이 가장 헐거워지는 시간이다. 천장 등은 절반만 켜져 있었고, 사과 박스가 일곱 단 쌓여 있었으며, 입구 벽에는 1979년이라고 쓰인 우편함 하나가 그대로 걸려 있었다.

새벽 6시 10분, 청량리역 1번 출구에서 시장까지

청량리역 1번 출구에서 청과시장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 4분이 걸린다. 횡단보도 두 개를 건너고 우체국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청과시장 노란 간판이 보인다. 5월의 새벽 공기는 차지 않았고 손등에 닿는 온도가 섭씨 14도쯤이었다. 첫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시장 반대 방향으로 흩어졌고, 시장 쪽으로 걷는 사람은 박스 손수레를 끈 도매상 둘과 나뿐이었다. 손수레 바퀴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아스팔트에 닿았다.

입구의 사과 박스 일곱 단

청과시장 입구 오른쪽에는 사과 박스가 단으로 쌓여 있었다. 세어 보니 일곱 단, 한 단에 박스가 다섯 개씩. 박스 옆면에는 굵은 매직으로 '청송 부사 5kg'이라고 쓰여 있었고, 박스 모서리는 어제 비를 맞은 듯 살짝 눅눅했다. 그 옆에는 양배추가 망 단위로 네 단 더 쌓여 있었다. 시장 안쪽 가게 셔터는 절반쯤 올라가 있었고, 안에서 사장님이 호스로 바닥을 씻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줄기가 시멘트 바닥에 닿아 작은 김을 한 번 올렸다가 가라앉았다.

1979라고 쓰인 우편함 하나

시장 입구 왼쪽 벽에는 회색 철제 우편함이 한 개 걸려 있었다. 위쪽에 '1979'라는 숫자가 흰 페인트로 적혀 있었는데,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그 안쪽 녹이 그대로 비쳤다. 우편함 입구의 가로 폭은 손바닥 두 개를 합친 정도, 높이는 손바닥 한 개 반쯤. 자물쇠는 1990년대 흔히 보이던 동그란 다이얼식 자물쇠였다. 위쪽 모서리에 누군가 매직으로 가게 이름을 한 번 더 적어 두었고, 그 글씨 위에 다른 글씨가 또 덧대어져 있었다. 이 우편함이 지금도 우편물을 받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47년째 걸려 있다는 사실이 새벽 6시 10분의 시장 입구에서 묘하게 묵직했다.

손님 셋과 노포 둘

6시 25분, 시장 안쪽으로 60대 부부 한 쌍이 들어왔고, 그 뒤로 식당용 카트를 끈 50대 남자 한 명이 따라 들어왔다. 첫 손님 셋이다. 부부는 가장 안쪽 채소 가게 앞에서 멈춰 대파와 미나리를 골랐고, 카트의 남자는 무 한 망과 양파 한 망을 한꺼번에 실었다. 시장 안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로 알려진 두 곳 — 오른쪽 통로 끝의 건어물집과 왼쪽 통로 중간의 떡집은 이미 셔터를 다 올린 채였다. 떡집 진열장의 시루떡이 김을 살짝 내고 있었고, 가격표에는 한 모 4,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작년 봄에 같은 자리에서 본 가격은 3,500원이었다.

시장 뒤편 정육점과 손글씨 간판 셋

청과시장 뒷문 쪽으로 빠지면 정육점 골목이 짧게 이어진다. 새벽 6시 40분, 정육점 세 곳 중 두 곳이 문을 열어 두었고 한 곳은 아직 닫혀 있었다. 그 골목 입구에는 손글씨 간판 셋이 차례로 걸려 있었다. '청량리 한우', '동대문 정육', '88정육점'이라고 각기 다른 필체로 적혀 있었고, 셋 다 글자 가장자리가 흐려져 있었다. 그중 '88정육점' 간판은 1988년 서울올림픽 직후에 단 간판이라고 작년에 한 번 들었다. 38년째 같은 글씨, 같은 자리다. 골목 안쪽 벽에 붙은 안내문에는 '재개발 협의 중'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날짜는 흐려져 읽을 수 없었다.

결론 — 새벽의 청량리, 47년과 38년의 거리

새벽 6시 10분의 청량리 청과시장은 사과 박스 일곱 단, 1979년 우편함, 손님 셋, 노포 둘, 손글씨 간판 셋으로 요약된다. 47년 된 우편함과 38년 된 정육점 간판이 같은 골목에 함께 걸려 있다는 사실이 오늘 가장 오래 들여다본 풍경이다. 청량리 청과시장 일대는 재개발 협의 중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있다. 다음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와서 사과 박스의 단 수와 셔터를 올린 가게 수를 다시 세어 둘 생각이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 이 한 줄이 오늘도 내가 새벽에 신을 신고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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