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수요일 오전 10시,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운현궁 돌담까지 — 한지후의 일기 18

수요일 아침의 종로구는 출근의 끝자락과 카페의 시작 사이에 있다. 안국역 6번 출구로 올라와 운현궁 돌담을 따라 걸으며 본 것을 적는다. 골목 셋, 셔터 둘, 그리고 4층 창문에 비친 하늘 한 조각.

6번 출구의 공기 ― 오전 10시 02분

지하에서 올라오자마자 가장 먼저 닿은 건 미지근한 바람이었다. 어제보다 1~2도쯤 따뜻해진 듯했고, 출구 옆 가로수의 잎은 어느새 손바닥만 했다. 6번 출구 바로 위 약국은 셔터를 절반쯤 올려둔 상태였다. 출근하는 사람보다 약을 사러 온 노인 한 분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출구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은 일곱이었다. 흰 셔츠 셋, 베이지 바람막이 둘, 학생으로 보이는 검은 후드 하나, 그리고 짧은 단발의 직장인 한 명. 모두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지만, 신호가 바뀌자마자 일제히 시선을 들어 길 건너편으로 움직였다.

운현궁 담장의 벽돌 ― 오전 10시 11분

율곡로 방향으로 돌아 운현궁 담장을 따라 걸었다. 벽돌의 색이 한낮보다 훨씬 차분하게 가라앉아 보였다. 담장의 한 칸을 손으로 짚어보니 표면 온도는 미지근한 정도, 햇볕이 든 면과 그늘진 면의 차이가 또렷했다. 그 차이가 손바닥에서 바로 느껴졌다.

담장 길이는 직접 걸어 재어보니 보폭으로 대략 마흔 걸음 남짓. 끝에서 끝까지 걷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같은 길을 자주 걷는 어르신 한 분이 반대편에서 천천히 다가왔다. 작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고, 담장의 같은 자리를 두 번 멈춰 바라보았다.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골목 셋, 셔터 둘 ― 오전 10시 24분

운현궁 옆 골목으로 한 칸 들어갔다. 폭은 어른 둘이 겨우 비켜갈 정도, 어림잡아 1.6미터 남짓이었다. 첫 번째 골목 끝에는 작은 사진관이 있었다. 셔터에 손글씨로 "11시 오픈"이라 적혀 있었다. 두 번째 골목에는 셔터 내린 옛 표구사 두 곳이 나란히 있었다. 한 곳은 "표구"라는 글씨가 절반쯤 지워졌고, 다른 한 곳은 새로 칠한 듯 글자가 또렷했다.

세 번째 골목 입구에는 카페가 막 영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의자를 내놓는 점원의 손목에 검정 시계가 보였다. 안에서는 원두 가는 소리, 바깥에서는 비둘기 두 마리가 부리로 보도블록을 두드리는 소리. 같은 시간에 두 개의 다른 음(音)이 겹쳐졌다.

4층 창문에 비친 하늘 ― 오전 10시 33분

골목을 빠져나와 다시 큰 길로 나오는 길에 오래된 4층 건물의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1980년대쯤 지어진 듯한 노란 줄눈의 콘크리트 외벽이었다. 4층 창문 가운데 하나에 하늘이 길게 비쳐 있었다. 구름은 거의 없었고, 그 자리만 잠깐 파랗게 잘려 들어와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 중 그 창문을 올려다본 사람은 보지 못했다. 도시의 어떤 풍경은 정확히 눈높이를 1미터쯤 들어 올려야만 보이는 자리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한 번 더 멈췄다. 멈춰 서서 보는 일에 시간이 들어도, 그 시간만큼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동 입구의 짧은 줄 ― 오전 10시 47분

다시 큰 길로 나와 인사동 방향으로 걸었다. 평일 오전인데도 어느 만두 가게 앞에 다섯 명의 줄이 서 있었다. 셋은 외국인으로 보였고, 둘은 손에 작은 종이 지도를 들고 있었다. 가게 안에서는 김이 새어 나왔고, 줄의 맨 앞 사람이 손에 든 휴대폰 속 시간이 얼핏 보였다 ― 10시 49분.

수요일 오전에 사람들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출근의 흐름이 끝난 자리에 다른 흐름이 천천히 들어찼다. 점심도 아니고 아침도 아닌, 그러나 도시는 결코 비어 있지 않은 시간이었다.

마무리 메모

오늘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운현궁 돌담까지의 짧은 한 시간을 적었다. 본 것: 셔터 절반의 약국, 운현궁 담장의 보폭 마흔, 손글씨 "11시 오픈", 4층 창문의 잘린 파랑, 만두 가게 앞 다섯 명의 줄. 다음 일기에서는 같은 길을 늦은 오후에 다시 걷고, 같은 자리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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