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목요일 오전 8시 30분, 흑석2구역 명수대로에서 — 비워진 다세대 다섯과 마지막 이발소 한 곳
5월 둘째 목요일 오전 8시 30분,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로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흑석2구역 재정비촉진구역으로 묶인 자리, 비워진 다세대 다섯 채와 셔터를 내린 가게 일곱 곳을 지나 마지막까지 문을 연 이발소 한 곳을 보고 왔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등성이의 봄 아침을 1시간 남짓 걸으며 사라지기 직전의 풍경을 적어 둔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 1번 출구에서 명수대로까지
흑석역 1번 출구에서 명수대로 쪽으로 빠지는 골목은 평지가 아니다. 첫 50미터쯤 오르막이 시작되고, 길은 좁아지면서 두 사람이 어깨를 살짝 비껴야 지나갈 수 있는 폭으로 줄어든다. 오전 8시 30분의 햇살은 비스듬히 옆 건물 외벽을 비추고 있었고, 4월보다 한 단계 진해진 공기가 골목 안쪽에 머물러 있었다. 길 끝의 작은 표지판에 '흑석2 재정비촉진구역'이라는 글자가 페인트로 덧칠된 흔적과 함께 붙어 있었다.
비워진 다세대 다섯 채와 새로 붙은 안내문
오르막 중간쯤에서 비워진 4층짜리 다세대 건물 다섯 채를 차례로 지났다. 1층 현관마다 'X' 표시와 함께 '이주 완료'라고 적힌 노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그 옆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빨간 안내문이 새로 인쇄된 종이로 덧대어져 있었다. 가장 큰 건물의 2층 베란다 화분 자리에는 흙만 남아 있는 화분 세 개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옆 건물 우편함에는 2025년 3월자 고지서 한 장이 비스듬히 꽂혀 있었다. 1년이 넘은 우편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이주가 끝난 지 그만큼 됐다는 뜻이기도 했다.
셔터 내린 가게 일곱 곳과 남은 간판들
골목 좌우로 늘어선 가게 가운데 셔터를 내린 곳을 세어 봤다. 정확히 일곱 곳이었다. 분식집, 세탁소, 미용실, 작은 슈퍼, 약국, 또 다른 미용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가게 하나. 셔터에는 매직으로 적은 연락처와 '이전 안내'라는 두 줄짜리 메모가 남아 있는 곳도 있었고, 셔터 위 간판만 멀쩡한 채 가게 자체는 비워진 곳도 있었다. 한 세탁소 간판은 글자가 절반쯤 떨어져 있어 '○○세○○'으로 읽혔는데, 그 위로 어제 비에 젖은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게마다 셔터 색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아챘다. 새것에 가까운 짙은 회색, 오래된 옥색, 일부 녹슨 자국이 번진 갈색이 한 골목 안에 섞여 있었다.
마지막까지 문을 연 이발소 한 곳
골목 끝 모퉁이에 단 한 곳, 셔터를 올린 가게가 있었다. 유리문 위쪽에 손글씨로 '이발 7,000원, 면도 3,000원'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니 빨간 회전 표시등이 오래된 모터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고, 안쪽 손님 의자 한 자리에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성 한 분이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이발사는 가위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거울 앞에서 도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게 안 시계는 8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한 시간 가까운 첫 손님을 기다리는 풍경이었다. 골목 다른 가게가 모두 비워진 가운데 이 한 곳만 문을 연 모습을 보고, 나는 일부러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사진도 찍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사라지기 직전의 가게 안 시간은 가능한 한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등성이의 풍경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야가 트였다. 약 30미터 아래로 명수대로의 큰 길이 보였고, 그 너머로 한강대교 아래의 강과 노들섬의 초록이 흐릿하게 잡혔다. 흑석2구역은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등성이에 놓여 있어, 재개발이 끝나면 이 시야가 새 아파트 단지의 한강뷰로 팔리게 될 자리다. 지금은 비워진 다세대 다섯 채 사이로 강이 보였고, 1층 옥상마다 빨래줄이 비스듬히 남아 있었다. 누군가의 빨래가 마지막으로 걸렸을 자리에는 빨래집게 두 개가 비어 있는 줄에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 약하게 불어 그 집게가 0.5초쯤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봤다.
사라지기 전에 남기는 메모
오전 9시 20분쯤 골목을 다시 내려와 흑석역으로 돌아왔다. 다세대 다섯, 셔터 내린 가게 일곱, 그리고 마지막 이발소 한 곳. 이 숫자가 다음 달, 또는 그 다음 달에 어떤 숫자로 바뀌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오늘 아침에는 이 골목이 이 풍경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을 적어 둔다. 흑석2구역은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진 지 시간이 흘렀고, 이주가 거의 끝난 단계로 보였다. 다음에 이 자리를 다시 걷는 날에는 셔터 일곱 가운데 몇 개가 더 사라져 있을지, 마지막 이발소가 여전히 회전 표시등을 돌리고 있을지 모른다. 사라지는 자리에는 늘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있고, 나는 그 마지막을 세어 적는 사람으로 이 골목을 한 번 더 걸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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