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월요일 오전 9시 12분, 종로3가 4번 출구에서 — AI 셋에게 "서울에서 5년 안에 사라질 공중전화 부스 다섯 곳"을 물었다 — 한 시간 걸어 검증

5월 4일 월요일 오전 9시 12분, 종로3가 4번 출구. 인사동·익선동·돈화문로를 한 시간 안에 걷기로 한 날, 나는 GPT·Claude·Gemini 세 AI에게 같은 질문 하나를 던졌다. "서울에서 5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공중전화 부스 다섯 곳을 추천해 줘." 답을 수첩에 받아 적고, 그대로 발로 걸어 검증해 봤다.

09:12, 종로3가 4번 출구 — 같은 질문, 다른 답 세 개

출구 앞 보도블록은 어제 새벽 비에 아직 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가린 채 세 AI에 동일한 프롬프트를 보냈다. GPT는 "종묘 광장 옆, 청계천 7가 인근, 서울역 광장 동편, 홍대 정문, 광화문 D타워 앞" 다섯 곳을 꼽았다. Claude는 "인사동 메인거리, 광화문 광장 모서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8번 출구, 신촌 로터리, 충정로 마포대로 변" 다섯 곳을. Gemini는 "시청역 1번 출구, 광화문 빌딩 뒤편 골목, 충무로 인쇄골목, 용산역 광장 끝, 서울역 광장 서편" 다섯 곳을 댔다. 세 답을 합치면 열다섯 좌표인데, 겹치는 곳은 셋뿐이었다 — 광화문, 서울역, 인사동 일대.

09:30, 인사동 메인거리에서 본 부스 두 개 — 둘 다 멀쩡했다

네이버지도에 종로3가에서 인사동 입구까지 도보 12분이라고 떴는데, 실제로는 신호 한 번을 기다려서 17분이 걸렸다. 메인거리 안쪽 한복 대여점 앞에 부스 한 개, 쌈지길 옆 골목에 한 개. 두 부스 모두 외장 유리는 깨끗했고, KT 점검 스티커가 2024년 3월자로 붙어 있었다. 한 부스의 수화기를 들어 봤다. 톤은 살아 있었다. 다이얼은 안 눌렀다. AI 셋 중 둘이 인사동을 꼽았는데, 적어도 오늘 아침 기준으로는 "곧 사라진다"고 단정할 근거는 약해 보였다.

09:48, 익선동 골목 입구 — 부스가 사라진 자리에 화분 두 개

인사동 메인거리에서 빠져나와 종로3가 6번 출구 방향, 돈화문로 11길로 들어섰다. 익선동 골목 첫 모서리. 작년 봄 이맘때 분명히 부스 한 개가 있었다. 안쪽 한옥 카페 사장과 5분 정도 이야기를 했었다. 오늘 보니 시멘트 바닥에 네모난 단차 자국만 남고, 그 위에 짙은 갈색 토분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사장에게 다시 물으니 "작년 가을에 KT가 와서 떼어 갔어요. 동전 넣는 사람도 없고, 광고만 붙어서요"라고 했다. AI 셋 누구도 익선동을 언급하지 않았다.

10:05, 돈화문로 횡단보도 옆 — 부스에 광고지가 도배됐다

익선동에서 빠져나와 돈화문 쪽으로 5분 걸었다. 횡단보도 신호 대기 자리에 부스가 한 개. 외벽 네 면에 임대·과외·헬스장 광고지가 열네 장 겹쳐 붙어 있었다. 수화기는 잡혔는데 액정 표시창이 비스듬히 깨져 있었다. 동전 투입구는 노란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Claude만 "광화문 광장 모서리"라며 비슷한 좌표를 댔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셋 중 가장 가까웠다.

10:21, 어디서 갈라졌나 — AI 셋의 공통점과 빗나간 지점

한 시간 동안 부스 일곱 개를 봤다. 그중 "5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가 판단한 건 익선동(이미 사라짐), 돈화문 횡단보도(파손·차단), 인사동 쌈지길 옆(광고만 무성) 세 곳이었다. 흥미로운 건 AI 셋 모두 "관광지 메인 거리"를 우선 꼽았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순할 거다. 학습 데이터에서 자주 등장한 좌표가 거기일 테니까. 하지만 실제로 부스가 먼저 사라지는 자리는 메인거리 한 칸 안쪽, 동네 진짜 골목이었다. 사진을 보여주지 않은 한, AI는 골목 단위까지 좁혀 들어오지 못했다.

결론 메모

AI는 가설을 빠르게 만든다. 검증은 결국 발이 한다. 5월 안에 익선동·돈화문 라인을 한 번 더 돌아 사진을 모아 두기로 한다. 다음 검증 질문은 정해 뒀다 — "서울에서 5년 안에 사라질 동네 우체국 다섯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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