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수요일 오전 9시 36분, 거여2-1구역 도덕사거리 골목 — AI 셋에게 2031년의 골목을 물었다
송파구 거여2-1구역, 도덕사거리에서 안쪽 골목으로 80미터쯤 들어간 자리. 셔터 내린 가게 여섯과 1979년 박힌 빨간 우편함 한 개를 사진으로 찍어 AI 셋에게 보냈다. 같은 골목을 2031년에 다시 본다면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세 묘사는 같은 자리에서 갈라졌다.
도덕사거리에서 80미터, 거여2-1구역의 한 골목
2026년 5월 13일 오전 9시 36분, 송파구 거여1동 도덕사거리. 5호선 거여역 2번 출구에서 남쪽으로 약 220미터를 걸으면 거여로와 오금로가 만나는 사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다시 동남쪽 골목, 정확히는 거여로28길로 80미터쯤 들어가면 셔터를 내린 가게가 한 줄로 이어진다. 폭은 3.6미터쯤, 양쪽 건물은 2층이고, 천장처럼 보이는 전선 다발이 머리 위 4미터 부근에서 휘어진다. 거여2-1구역. 송파구 재개발 구역 가운데 가장 오래 멈춰 있었던 자리 중 하나다.
셔터 여섯과 1979 우편함 하나
골목에 들어서면서 셔터 내린 가게를 세어봤다. 왼쪽 네 곳, 오른쪽 두 곳, 모두 여섯이다. 가장 안쪽 가게 셔터 위에는 손글씨로 적힌 간판이 절반 정도 떨어져 매달려 있고, 그 아래 바닥에는 모래가 얇게 깔려 있다. 골목 가운데에는 빨간 우편함 한 개. 받침대 콘크리트에 1979라는 숫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손으로 만져보면 페인트가 두 번쯤 덧칠된 흔적이 도드라진다. 거여2-1구역이 처음 정비예정구역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보다 한참 앞선 표식이다. 골목의 시간은 이렇게 숫자 한 줄로만 표시되어 있다.
AI 1 — 광장과 빨간 우편함 한 곳을 남긴 풍경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첫 번째 AI에 넣고 2031년 5월의 이 골목을 묘사해 달라고 했다. 응답은 이렇게 시작했다. 거여2-1구역은 2029년 입주를 마친 26개 동 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 있다. 사진 속 골목은 단지 안 보행자 중심 광장으로 흡수되었고, 빨간 우편함은 광장 한쪽 작은 기념 화단 안으로 옮겨져 있다. 우편함의 1979 표식은 보존 항목으로 적었지만, 셔터 가게 여섯 곳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골목의 폭, 전선 다발, 양쪽 2층 처마는 사라진 것으로 처리되었다. 나는 그 답을 두 번 읽으면서 깨끗하다는 단어를 떠올렸다. 깨끗함은 무엇을 지웠을 때 가장 잘 보인다.
AI 2 — 35층 아파트와 공원, 우편함은 사라진다
두 번째 AI는 더 단호했다. 2031년 5월, 이 자리에는 35층 규모 아파트 두 동이 정면을 마주 보고 서 있다. 사이의 외부 공간은 폭 18미터의 공원이며, 골목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우편함에 대한 별도 처리는 없었다. 1979 표식을 다시 묻자, 기존 구조물은 신축 단지 조성 과정에서 철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여섯 셔터 가게 자리는 지하 주차장 진입로로 추정한다고 적었다. 이 묘사에서 골목은 깨끗하게 없어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골목이라는 단어 자체가 답 안에 등장하지 않는다.
AI 3 — 골목 한 토막을 남기고 카페와 공방을 끼워 넣는다
세 번째 AI의 답이 가장 길었다. 거여2-1구역 정비 사업은 일부 구간에서 보행 골목 보존안이 도입되어, 도덕사거리 안쪽 약 40미터는 폭 3.6미터의 보행 골목 형태가 유지된다. 셔터 가게 여섯 곳 가운데 두 곳은 공방 두 곳으로, 세 곳은 소형 카페와 책방으로, 가장 안쪽 한 곳은 단지 관리사무소 부속실로 바뀐다고 묘사했다. 빨간 우편함은 1979 표식을 그대로 둔 채 도색만 새로 한 상태로 골목 가운데에 남는다고 했다. 셋 가운데 1979라는 숫자를 끝까지 들고 가는 답은 이것뿐이었다.
같은 골목, 세 미래 — 무엇이 매번 빠졌는가
나는 세 묘사를 노트에 정리하면서 빠진 것을 적어봤다. AI 1은 셔터 가게 여섯의 수를, AI 2는 1979 표식을, AI 3은 골목 머리 위 4미터 전선 다발을 빠뜨렸다. 셋 가운데 어느 답도 골목 모래 바닥의 마른 소리, 떨어진 간판 절반의 모양, 우편함 콘크리트 받침대의 덧칠 두 번을 적지 못했다. 거여2-1구역의 2031년이 어느 답에 가까울지는 나는 모른다. 다만 셔터 가게 여섯 곳과 1979 한 글자가 시야에 같이 들어오는 골목은, 지금 80미터 안에만 있다.
결론 메모
AI는 골목의 미래를 그리는 데 빠르다. 그러나 골목의 현재를 다 적지는 못한다. 사라지기 전에 한 번 더 걸어 두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일이다. 다음 주 같은 시간에 다시 한 번 도덕사거리에서 28길로 들어가, 셔터 여섯과 1979 우편함을 같은 위치에서 찍어 두려고 한다. 똑같이 보이는 골목이라도, 한 번 더 와 보면 떨어진 간판 하나가 더 떨어져 있을 수 있다. 기록은 그렇게 한 줄씩만 쌓아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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