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목요일 오전 9시 38분, 흑석2구역 명수대로에서 — AI 셋에게 물은 1996년의 골목

오늘 오전, 동작구 흑석2구역 명수대로 안쪽 골목을 한 번 더 걸었다.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AI 셋에게 보내고, 30년 전인 1996년 5월의 이 골목을 묘사해 달라고 했다. 같은 자리를 두고 셋의 답은 갈라졌다. 미래를 물었을 때와 비슷한 듯 다른 방향으로 갈라진 과거였다.

명수대로 안쪽 90미터, 흑석2구역의 한 골목

2026년 5월 14일 오전 9시 38분, 서울 동작구 흑석동. 9호선 흑석역 1번 출구에서 명수대로 방향으로 약 220미터를 걸으면, 명수대로와 흑석한강푸르지오 진입로 사이로 좀은 골목 하나가 갈라진다. 폭은 약 3.4미터, 양쪽 건물은 2층이고, 전선 다발이 머리 위 약 4미터 부근에서 두 번 휘어진다. 흑석2구역. 동작구 재개발 구역 중에서도 부분 해제와 재지정을 거치며 가장 오래 멈춰 있던 자리 중 하나다. 오늘 아침에는 다른 글을 위해 이 골목을 걸었고,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노트북으로 옮기는 동안 다른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같은 골목을 30년 전, 그러니까 1996년 5월에 본다면 AI 셋은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셔터 다섯과 1983 한 줄

골목에 들어서면서 셔터를 내린 가게를 세어봤다. 왼쪽 두 곳, 오른쪽 세 곳, 모두 다섯이다. 가장 안쪽 가게 옆 콘크리트 외벽에는 손가락 굵기로 새긴 1983이라는 숫자 한 줄이 남아 있다. 무릎 높이쯤이고, 페인트는 세 번쯤 덛칠된 흔적이 있다. 가장 윗층은 옅은 베이지색, 그 아래로는 회색 두 겹이다. 흑석2구역의 가게들이 1980년대 초반에 가장 분주했다고 적은 옛 동작구 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 1983이라는 숫자는 그 시점과 한 줄로 이어진다. 30년 전을 묻기로 한 1996년은 그 분주함이 한 번 꺾인 뒤, 부동산 정비예정구역으로 거론되기 전이다.

AI 1 — 마을버스 종점과 한일슈퍼

같은 사진을 첫 번째 AI에 넣고 1996년 5월의 이 골목을 묘사해 달라고 했다. 답은 이렇게 시작했다. 흑석2구역 안쪽 명수대로변의 이 골목은 1996년 시점에는 동네 마을버스 종점에 가까운 자리였을 가능성이 있다. 셔터 다섯 곳은 1996년에는 모두 영업 중이었고, 가장 안쪽 가게는 한일슈퍼라는 손글씨 간판을 단 동네 슈퍼였을 것이라 적었다. 슈퍼 옆에는 평상 한 개, 빨간 우편함 한 개가 놓여 있었을 거라고도 했다. 1983 표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30년 전을 묻는 답에서 1980년대 초의 흔적이 통째로 빠져 있었다.

AI 2 — 양철 처마와 손글씨 간판 일곱

두 번째 AI는 더 자세했다. 1996년 5월, 이 골목에는 양철 처마가 양쪽으로 약 1.2미터씩 돌출되어 있었고, 그 아래로 손글씨 간판이 일곱 개 늘어서 있었을 것이라 적었다. 간판 이름까지 추정해 적었는데, 흑석슈퍼, 미진세탁, 영도철물, 한강분식, 동작이발, 새서울건어물, 명수대문구가 그 일곱이었다. 1983이라는 외벽 표시도 짧게 짚었다. 콘크리트에 새긴 연도는 1996년 시점에서 이미 13년차였고, 페인트는 한 번 덧칠된 상태였을 거라 적었다. 다섯 셔터 가운데 두 곳은 야간에만 셔터를 내렸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같은 골목인지 의심이 들 만큼 빽빽한 묘사였다. 다만 머리 위 4미터의 전선 다발은 답에서 빠졌다.

AI 3 — 이미 비어 있던 골목

세 번째 AI의 답은 가장 짧았다. 1996년 5월 시점, 이 골목은 명수대로 확장 공사의 영향으로 일부 가게가 이미 비어 있던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셔터 다섯 곳 가운데 세 곳은 영업 중이었고, 두 곳은 비어 있었으며, 1983 표시는 콘크리트 외벽에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 했다. 양철 처마, 손글씨 간판, 평상에 대한 언급은 모두 없었다. 골목의 1996년은 셋 가운데 가장 비어 있는 풍경이었다. 같은 자리를 두고 한쪽은 일곱 간판으로 채우고, 한쪽은 이미 비어 있다고 그린 셈이다.

결론 메모

오늘 적은 메모는 이렇다. AI 셋의 미래가 갈리는 것처럼, AI 셋의 과거도 갈린다. 갈리는 폭은 비슷한데, 방향이 다르다. 미래를 물을 때 셋은 같은 자리를 더 깨끗하게, 또는 한 토막을 남기게 그렸다. 과거를 물을 때 셋은 같은 자리를 더 풍성하게, 또는 이미 비어 있게 그렸다. 흑석2구역 명수대로 안쪽 90미터의 1996년이 어느 답에 가까울지는 나는 모른다. 다만 셔터 다섯 곳과 1983 한 줄이 한 시야에 들어오는 골목은 지금도 같은 자리에 남아 있다. 30년 뒤 누군가가 같은 사진을 다시 AI에 보낼 수 있도록, 나는 오늘 사진을 두 장 더 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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