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토요일, AI 셋에게 다음 주 산책 코스를 물었다 — 클로드·GPT·제미나이의 답이 갈린 5곳

5월 둘째 주 토요일 아침, 노들섬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같은 질문을 AI 셋에게 던졌다. "다음 한 주, 사라지기 전에 봐두어야 할 서울의 골목 다섯 곳을 추천해줘." 답은 의외로 많이 갈렸다. 나는 그 답을 검증해 보면서 도구로서의 AI가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같은 질문을 셋에게

나는 노들섬에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아침 9시 47분쯤 같은 문장을 세 번 복사해 붙여 넣었다. 클로드, GPT, 제미나이. 조건은 동일했다. "5월 둘째 주, 평일 점심 무렵에 한 시간 안에 걸을 수 있는 코스, 재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동네, 사진 찍기 좋은 골목 하나가 포함될 것." 추가 정보는 주지 않았다. 똑같은 입력에 어떻게 답이 갈리는지 보고 싶었다.

클로드가 추천한 코스 — 후암동 108계단 위 적산가옥 골목

클로드는 후암동 108계단 위쪽 적산가옥 골목 두 군데를 묶어줬다. 4월 26일에 이미 다녀온 곳이지만, 클로드는 5월 11일 월요일 점심으로 추천하며 "낮 12시 30분쯤 햇빛이 적산가옥 처마를 비스듬히 비출 것"이라는 시간 디테일을 곁들였다. 이 부분은 정확했다. 후암동의 5월 정오 햇빛은 동쪽으로 약 30도 기울고, 경사진 골목에서는 처마 그림자가 길게 떨어진다. 다녀온 사람이 시간대를 알기 쉬운 식으로 답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클로드도 한 가지를 놓쳤다. 그 골목 입구의 빨간 우편함은 2026년 3월에 철거됐다.

GPT가 추천한 코스 — 망원동 동진시장 뒤편

GPT는 망원동 동진시장 뒤편의 우정로 12길 골목을 골랐다. 그런데 우정로 12길은 2025년 봄에 확장 공사가 끝나 이미 새 가게들이 들어선 골목이다. GPT의 학습 데이터가 어디쯤에서 멈춘 것 같았다. 추천한 코스 자체의 동선은 깔끔했지만 시점이 안 맞는다. 답변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분위기 있는 1980년대 점포가 남아 있다"는 식으로. 실제로는 그 점포 절반이 작년에 옷가게와 카페로 바뀌었다. 직접 가본 사람만 알 수 있는 1년 사이의 변화를 GPT는 모른다.

제미나이가 추천한 코스 — 응봉산 팔각정과 대현동 골목

제미나이는 응봉산 팔각정에서 출발해 대현동 골목을 거쳐 충정로까지 내려가는 코스를 제시했다. 거리가 길어 한 시간으로는 빠듯하다. 1.7시간쯤 걸린다고 답을 주는 게 더 정확했을 것이다. 다만 대현동 옛 종교건물 두 곳을 콕 짚어준 건 의외였다. 한 곳은 1962년에 지어진 작은 예배당이고, 다른 한 곳은 1970년대 후반의 강당이다. 두 건물 모두 5월에 인근이 정비 사업 구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자리다. 5월 13일 수요일 오전 11시쯤 다녀와볼 만하다고 적어두었다.

셋이 모두 빠뜨린 한 동네 — 사근동 살곶이길

세 AI 모두 사근동을 추천하지 않았다. 5월 8일 어제, 살곶이길에서 셔터 여섯과 1981년 우편함을 직접 본 동네인데. 사근동은 검색량이 적고 한국어 위키 기록이 부족한 동네라 AI 셋의 데이터에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 듯하다. 데이터에 없으면 추천도 없다. AI의 한계가 정확히 여기에 있다. 사라지는 동네는 검색량이 적기 때문에 사라진다는 사실 자체가 학습되지 않는다.

결론 메모

세 AI는 각각 다른 강점을 보였다. 클로드는 시간 디테일, GPT는 자신감 있는 동선, 제미나이는 거리와 건물 연도에 강했다. 하지만 셋 다 "내가 어제 직접 본 골목"은 모른다. 나는 AI를 코스 후보를 추리는 도구로 쓰되, 실제로 골목에 들어가서 셔터의 색과 우편함의 연도를 확인하는 일은 내가 한다. AI는 도구이지 대필자가 아니다. 다음 주의 산책은 결국 내가 두 발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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