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월요일 오후, 답십리 고미술상가 골목에서 — 셔터 내린 가게 일곱과 자개장 셋
나는 오늘 정오쯤 5호선 답십리역 1번 출구로 나와 천호대로 옆 좁은 길을 따라 답십리 고미술상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햇볕은 셔터 위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고, 가게 안에서 들리던 라디오 소리는 두 곳에서만 났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는 마음으로, 골목 한 줄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본 것을 적는다.
답십리역 1번 출구에서 약 280m, 첫 번째 모퉁이
답십리역 1번 출구를 나와 천호대로 북쪽으로 약 280m 정도 걸으면 오른쪽으로 좁은 골목이 비스듬히 갈라진다. 폭은 대략 4.5m, 양옆으로 1층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첫 번째 모퉁이의 가게는 셔터가 절반쯤 내려와 있었고, 그 아래로 나무 발판 두 개와 노란 박스 테이프로 묶인 청자 모양 도자기 한 점이 보였다. 간판은 페인트가 벗겨져 ‘○○고미술’이라는 글씨에서 두 글자만 남아 있었다. 시계를 보니 12시 18분이었다.
오래된 자개장 세 개가 한 줄에 서 있는 풍경
골목 안쪽으로 50m쯤 더 들어가니 비슷한 가게 다섯 개가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그 중 세 곳의 셔터가 활짝 열려 있었고, 가게 입구마다 자개장이 한 점씩 놓여 있었다. 자개장은 모두 검은 옻칠 바탕에 흰 자개가 박힌 형태였고, 크기는 대략 가로 1.4m, 세로 1.1m 안팎으로 비슷했다. 하나는 봉황 두 마리가, 다른 하나는 모란이 새겨져 있었고, 마지막 하나는 자개가 군데군데 뜯겨 나무 바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가게 주인 한 분이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라디오를 듣고 계셨는데, 라디오에서는 정오 뉴스가 끝나가는 중이었다.
셔터 일곱 개의 색
그 골목에서 셔터가 완전히 내려진 가게를 세어 보니 일곱 개였다. 셔터의 색은 다섯 개가 청록색, 두 개가 황토색에 가까웠는데, 청록색 셔터 중 두 개는 페인트가 벗겨져 아래쪽에 갈색 녹이 번져 있었다. 셔터 앞에는 빈 화분, 묶은 종이 박스, 그리고 길이 70cm가량의 나무 막대기 같은 것들이 놓여 있어 ‘오래 닫혀 있다’는 인상을 줬다. 한쪽 벽에는 ‘점포 임대’라는 손글씨 종이가 두 장 붙어 있었고, 그 아래에 적힌 전화번호의 첫 세 자리는 흰 매직으로 지워져 있었다.
두 평짜리 가게에 남은 도자기 열한 점
골목 거의 끝에 있는 한 가게는 입구 폭이 채 2m도 되지 않았고, 안으로 들어가니 깊이가 약 3m 정도였다. 어림잡아 두 평쯤 되는 공간에 도자기가 열한 점, 작은 목기가 다섯 점, 그리고 벽에 걸린 자수 두 점이 빼곡했다. 주인 어른은 “여기는 1980년대 초부터 이 장사를 시작했고, 한때는 옆 골목까지 다 고미술상가였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메모지에 그 말씀과 도자기 개수를 받아 적고 가게에서 5분쯤 머물다 나왔다.
골목 끝의 작은 공터와 다음에 사라질 자리
골목을 끝까지 걸어 나가니 약 12평쯤 되어 보이는 작은 공터가 있었다. 공터 한쪽에는 부서진 나무 문짝과 시멘트 조각이 쌓여 있었고, 그 너머로 새로 지어진 5층짜리 건물의 회색 외벽이 보였다. 그 건물의 1층은 부동산 사무실이었고, 창문에는 ‘재개발 컨설팅’이라는 글씨가 검정 시트지로 붙어 있었다. 나는 한참 그 자리에 서서 셔터 내린 가게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다음에 이 골목에 다시 왔을 때, 자개장 세 개 중 몇 개가 남아 있을지 가늠해 봤지만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맺으며 — 다시 걸어 봐야 할 골목
오늘 오후의 답십리 고미술상가 골목은 살아 있는 가게보다 닫힌 가게가 더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자개장과 도자기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사라지는 동네를 기록한다는 것은, 결국 이 거리의 셔터 색과 라디오 소리, 그리고 한 분의 짧은 말씀을 받아 적는 일에 가까웠다. 나는 다음 달에 다시 한 번 이 골목을 걸어 보기로 메모장에 적었다. 그때는 자개장이 몇 개 남아 있는지, 셔터가 몇 개 더 내려갔는지 다시 세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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