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9구역 다산로41길 — 5월 넷째 목요일 오전 11시 23분, 골목 셔터 일곱과 1987 우편함

신당9구역 정비구역으로 묶인 다산로41길을 걷고 왔다. 폭 4미터의 골목에는 셔터 일곱과 1987년 새겨진 우편함이 남아 있었고, 그 위로 27층 주상복합의 크레인이 지나고 있었다. 사라지는 것의 속도와 남아 있는 것의 무게를 같은 자리에서 본 오전이었다.

다산로41길로 들어서며

나는 신당역 6번 출구로 나와 다산로를 따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방향으로 5분쯤 걸었다. 약수동 쪽으로 비스듬히 꺾어지는 골목 입구에 "다산로41길"이라는 흰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폭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 줄자로 재지는 못했지만 어림잡아 4미터 남짓. 골목은 완만한 오르막이었고, 양쪽으로는 2층 다세대와 4층 빌라가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다. 오전 11시 23분, 햇빛이 동쪽 벽면을 따라 비스듬히 떨어졌고, 그 빛이 닿는 자리마다 페인트가 벗겨진 자국이 보였다. 어떤 곳은 1980년대 회색, 어떤 곳은 1990년대 베이지색, 그리고 그 위로 2000년대 초의 흰색이 덮여 있었다. 세 겹의 시간이 한 벽에 포개져 있었다.

셔터 일곱과 노포의 흔적

골목을 따라 50미터쯤 들어가는 동안 내가 센 셔터는 일곱이었다. 한 곳은 1980년대 상호가 비스듬히 남은 철물점, 한 곳은 "수선"이라는 두 글자만 남은 양복집, 또 한 곳은 간판이 사라지고 셔터 위에 분필로 "임대"라고만 적혀 있었다. 나머지 넷도 비슷했다. 노란 페인트가 절반쯤 벗겨진 셔터, 자물쇠가 두 개나 채워진 셔터, 그리고 가장 안쪽에는 셔터 앞에 옛 환풍기가 그대로 남은 곳도 있었다. 오전 시간이라 영업 중인 가게는 한 곳뿐이었다. 30년쯤 됐을 것 같은 동네 슈퍼였는데, 입구의 박스에는 1.5리터 생수가 쌓여 있었고, 옆에는 어묵 솥에서 김이 옅게 올라오고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손에 든 라디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1987이라 새겨진 우편함

골목 중간쯤, 왼쪽 4층 빌라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입구 옆에 알루미늄 우편함 여덟 칸이 붙어 있었고, 그중 위쪽 가장자리에 작은 글씨로 "1987.05"라는 각인이 보였다. 정확히 39년 전 5월. 우편함 칸 여덟 중에서 우편물이 꽂힌 것은 셋, 정확히는 한 칸에 광고지 두 장, 한 칸에 흰 봉투 한 통, 한 칸에 작은 종이쪽지. 나머지 다섯 칸은 비어 있었고 그중 두 칸은 문짝이 떨어져 안쪽이 들여다보였다. 우편함 위로는 1990년대 후반쯤 덧붙여진 인터폰 패널이, 그 위로는 2010년대에 설치된 보안카메라가 차례로 쌓여 있었다. 한 벽에 세 시대가 동시에 매달려 있었다.

신당9구역의 윤곽

서울시 정비구역 공시에 따르면 신당9구역은 다산로41길과 다산로43길, 그리고 그 사이의 작은 골목 일대가 묶여 있다. 면적은 약 3만 제곱미터, 가구는 약 600세대로 보고되어 있다. 골목 안쪽 담벼락 한 곳에는 2024년 12월에 붙은 듯한 "정비구역 지정 공람" 안내문이 비를 맞아 가장자리가 일어난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안내문 옆에는 한 주민이 매직으로 짧게 적어 둔 메모가 있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조합 설립 단계에 진입한 상태이고, 시공사 선정은 아직이라고 했다. 정확한 진행은 동작 빠른 부동산보다 동네 게시판에 먼저 붙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옆 동네와 비교 — 사라지는 것의 속도

골목을 빠져나와 다산로를 다시 100미터쯤 걸으면, 약수역 방향으로 이미 분양을 마친 27층 주상복합 두 동이 보였다. 2022년 입주였다고 한다. 그 단지 1층 상가는 카페 두 곳, 무인 점포 세 곳, 작은 약국 한 곳으로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 같은 다산로 위에서 100미터 간격으로 두 풍경이 마주 보고 있는 셈이다. 한쪽에는 1987년의 우편함, 다른 쪽에는 2022년의 무인 점포. 둘 사이의 35년이 한 도로 위에 압축되어 있었다. 골목에서 카메라를 챙기며 나는, 이 거리감이 1년 뒤에도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다음에 다시 와서 확인할 것

오후가 되면 그늘의 위치가 골목 동쪽으로 옮겨갈 것이고, 슈퍼 할머니의 라디오 자리는 비어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 산책 메모로 적어 둘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우편함 1987.05 각인이 한두 해 안에 떼어질지 그대로 남을지. 둘째, "임대" 분필 자국이 새 페인트로 덮이는 시점. 셋째, 골목 폭 4미터가 도로로 흡수되며 6미터 가량으로 확장되는 시점의 도면 변화.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말은, 결국 같은 자리를 두 번 이상 가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다시 한 번 적어 둔다.

기록: 2026년 5월 21일 목요일 오전 11시 23분 ~ 11시 47분, 신당9구역 다산로41길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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